4권(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2)째 읽고 있다. 장황한 서술에 할아버지의 번역이 합쳐지니 가관이다. 이런 속물들의 심리 묘사를 내가 계속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가끔 취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마차를 타고 지나가다 만나게 되는 세 그루의 나무를 보고 느끼는 감상 같은 것이다. 낯설지 않고 친숙했던 장소의 느낌이 나지만, 어디였는지는 확실히 알지 못할 때, 혹시 지금까지와 주변 사람들이 소설 속의 이야기이고, 그렇게 책에 빠져들어 읽다가 눈을 들어 갑자기 현실에 맞닥뜨려 보게되는 실물인 나무를 보고, 아직 소설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여 잠시 멍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아, 이런 묘사에는 원래 이렇게 장황해질 수 밖에 없는 건지, 아니면 하도 읽다보니 나도 프루스트 문장의 영향을 받은 건지) 하지만, 뭔가 뚜렷한 생각은 나지 않고 마차가 그대로 지나가자 느껴지는 아쉬움. 나무들에 대한 이 막연한 느낌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채로 남겠구나 하는 아쉬움.
그래, 좋아. 끝까지 읽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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