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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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었던 도서, 개정되어 기쁩니다!! 백인행세를 하는 혼혈이라니, 욕망과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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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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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독자에게 기질적으로 맞지 않는 작가란 존재하는가. 쉽게 읽히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있는가하면, 작품 안에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숨겨놓아서 독자로 하여금 골머리를 썩게 만드는 작가도 있다. 어쩌면 작가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이해가 가서 어쨌거나 이해하게 되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읽어도 머리로도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심정적으로도 공감이 되지 않아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가가 있는데, 나에게는 이 다자이 오사무가 바로 그런 존재다. [인간 실격]도 읽었고 [디 에센셜-다자이 오사무]도 읽었고, 원어로도 몇 편 접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와 이 작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삶에 대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일까. 아오모리현 쓰가루 굴지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고 자란 그에게 결여된 생활력, 집안에 대해 가지는 부끄러움과 외로웠던 유년기, 죽음에 대한 충동 내지는 갈망, 함께 동반자살을 꾀한 여인은 세상을 떠나고 혼자만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 그가 보고 있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애초에 보이지 않았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인데 그의 이력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가 괴로워한 구체적인 이유를 붙잡을 수가 없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그저 삶에 대한 허무, 어둠 속에 한 발을 담그고 영원히 그 곳에서 나오기를 거부하고 있는 듯한 연약한 몸짓 같은 것이다.

 

 

[만년]은 다자이 오사무의 첫 번째 창작집으로 죽음을 각오한 이십 대 초반의 작가가 유작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열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죽을 생각이었다'로 시작되는 첫 단편 <잎>을 마주한 후 처음 든 생각은 '역시나'다. 역시나 빠지지 않는 죽음에 대한 상념. 어쩌면 '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이번 작품집을 통해서는 그가 그렇게 빠져들어 허우적대고 있는 저 세계의 심상같은 것을 헤아려보고 싶어졌다.

 

 

외로운 유년기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그린 <추억>같은 작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더욱 깜짝 놀랐다. 한편의 기이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어복기>는 고독한 산골 소녀 스와의 변신 이야기를 그렸고, 여성과 투신자살을 기도한 뒤 홀로 살아남은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어릿광대의 꽃>도 엿볼 수 있다. 어쩐지 어이가 없으면서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는 희비극 <로마네스크>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위트가 넘친다. 위트라니, 그의 작품에서 위트라니!!

 

 

[만년]에 실린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자니, 그는 진정으로 죽음을 갈망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는 그 누구보다 살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고독하고 고통스럽지만, 자신이 삶보다 죽음에 가까운 형태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 내면의 욕구를 글로 표현한 게 아닌가, 부족한 독자의 마음으로 그리 생각해본다.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거리감을 느끼는 작가지만, 한 번 책을 들면 도오저히 포기가 안되는 성격이라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읽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리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을 일인가 싶기도 하다. 멀다 느끼면 먼 대로, 가깝다 싶으면 가까운대로, 내가 온세상의 작가들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상하게 괜히 버럭. [만년]을 통해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에 자족해보련다.

 

그런데 표지 왜 이리 아련한 것이야.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짠해오는 것이, 이 책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표지 때문이기도 했다.

 

 

**출판사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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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2021-08-2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표지 때문에 이 책을 이렇게나 들여다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분홍쟁이님 서평 보니 다음 구매할 책은 《만년》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분홍쟁이님 서평 봤는데 역시 마음에 꽂히는 표현이 너무 좋습니다:) <추억>이 가장 읽고 싶어요!

분홍쟁이 2021-08-25 00:50   좋아요 0 | URL
구매에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핫핫! 글쎄요..전 도무지 다자이 오사무의 이 어둠이 친밀해지지 않습니다;; 설레어님의 리뷰 기다릴게요~^^
 
스키마와라시
온다 리쿠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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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본소설의 세계로 인도한 작가 중 한 명인 온다 리쿠. [밤의 피크닉]을 시작으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 [흑과 다의 환상],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등 그의 작품이라면 닥치는대로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무슨 이야기가 실려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서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련한 향수같은 것이 느껴진다. 처음 온다 리쿠의 작품이 국내에 알려질 때 그를 향해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문구를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나에게 정말 '노스탤지어'로 남게 된 것이다. 다행히 내 책장 한구석에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추억의 작품들.

 

 

내가 기억하는 온다 리쿠에 관한 이미지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어쩐지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소재를 다루었다는 것. 어쩌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잘 몰랐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을 때만은 메시지에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의 세계에 푹 빠져서, 이번에는 어떤 내용인지 한 번 들어보자!하는, 소설의 바다에 잠겨 있는 듯한 그 느낌이 무척 좋았었다. 담겨 있는 메시지를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그런 작품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 때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온다 리쿠의 [스키마와라시]는, 그래서 작가의 예전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비하고 기이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은 예전과 비슷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현실에 발판을 두고 있다. 물건이나 장소에서 '그것'을 느끼는 산타와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그의 형 다로는 철거되는 장소에 출몰한다는 '스키마와라시'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존재의 정체를 찾아다닌다. 이른바 사람의 기억 사이에 스며든다는 스키마와라시. 산타를 강하게 부르는 어떤 타일과 그 타일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장면들, 그리고 '스키마와라시'라 생각되는 여름 옷을 입고 곤충채집함을 들고 다니는 여자아이. 대체 무슨 조합인가 싶겠지만 이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들이 모여 '한여름밤의 꿈'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아이가 어린이에다 여름옷을 입고 있는 건 '일본의 여름'을 나타낸다는 말도 맞잖아. 일본의 고도 성장기, 한창 발전하는 계절이라는 이미지를 반영해 여름의 아이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식으로 나는 납득했는데."

"그래도 노인이 지혜와 경험을 상징한다면, 아이는 희망을 상징하는 것도 틀리지 않잖아?"
p 300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작가는 지나간 시대와 앞으로 다가올 새 시대의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지만 여기에 특유의 '노스탤지어'라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냈다. 여자아이로 대변되는 과거를 향한 기억은 아쉽고 그리운 것이지만, 그 아이가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시공간을 통과해다니는 모습을 통해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팬데믹으로 모두가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서, 작가는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언젠가 이 문도 우리는 통과해 갈 것이라고, 모든 것은 지나간 일이 될 것이라고. 그래도 우리는 여기 이렇게 살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는가 하고.

 

 

몽환적이고 신비한 온다 리쿠의 작품에서 으스스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장소들이 주는 특유의 음침함. 하지만 [스키마와라시]에서는 그런 으스스함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밝음이 느껴진다. 곳곳에서 오싹해지는 장면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다.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밝은 표지와 담담하게 진행되는 문체 때문일까. 누구나 겪을 수 없는 그런 소재를 다루고는 있으나 괴이하다거나 무섭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쉬웠으나, 이것은 이것대로 또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애정하는 작가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로 짜잔! 등장해주어 반갑고 기쁘다.

 

 

**출판사 <내친구의서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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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거울이 될 때 - 옛집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직접 이야기한다. 삶을 기록한다. 앞으로 걸어간다.
안미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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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전해주는 위로와 성찰. 타인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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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거울이 될 때 - 옛집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직접 이야기한다. 삶을 기록한다. 앞으로 걸어간다.
안미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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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무엇일까요. 집과 관련된 운이 나쁘지 않아 집은 저에게 편안한 장소였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성향인지라 방에 들어앉아 꼼지락꼼지락 뭘 하는 것을 좋아했죠. 결혼하기 전에 언젠가는, 제가 방에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자 부모님이 방문을 열어보시고는 '대체 뭘 하느냐'하며 궁금해하신 적도 있었어요. 운이 좋아 그 집에 여전히 살고 있는데, 지금은 아이들 장난감 방이 된 예전 제 방을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여기에 침대가 있었지, 여기에 책상이 있었는데, 그 책상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지나 인생의 중요한 시험 공부는 다 했군!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즐겁기도 하고 뭔가 뭉클한 것이 가슴 한 쪽에서 솟아오릅니다. 여담이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책상이 바로 그 책상입니다! 저와 함께 어느 덧 30년을 지내고 있네요.

 

 

집은 특히 여성을 대변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잠깐! 여기에서 여성의 역할을 집안일로 한정 지으려 한다거나, 어째서 집이 여성을 대변하느냐 라며 비난하지는 말아주세요. 그저 그동안 그래왔었다-라는 표현일 뿐이니까요. 가부장제도에 의해 남자가 밖에 나가 일을 하면 집을 쓸고 닦고 돌보는 것은 여성의 몫이지 않았나요. 물론 지금도 그렇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틈새마다 여성의 한숨과 눈물, 웃음이 가득 차 있던 집이라는 공간. 팬데믹을 맞이해 이제 집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생활장소가 되었죠. 사람들이 밖에 나가는 것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 집에서 할 수 있는 여가를 중점에 두게 되었으니까요. 저도 하루 종일 아이들을 품에 안고 집에서 지내다보니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와 먹거리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는 요즘입니다. 이런 시기에 출간된 [집이 거울이 될 때]는 집을 소재로 지나간 추억을 마치 옛이야기 들려주듯 조근조근 풀어내고 있습니다. 집과 관련된 가족의 추억, 현재 자신의 생활, 집이라는 것이 가지는 정겨움 같은 것들. 그리고 집을 통해 들여다보는 자기 자신.

 

 

책과 관련된 북토크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는데, 작가님의 '집'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열정 넘치는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히 들려오는 것 같아요. 감정이 북받치셨는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전달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깊은 이야기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면 될 듯 합니다.

 

 

전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여러분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집니다. 모두 안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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