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아가야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ㅣ 사랑해 보드북 3
캐롤라인 제인 처치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2월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집안일은 아침에 후딱 끝내고 아이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일찍부터 책을 읽어주면 좋다는 말도 들은 터라 아이와 함께 독서를 시작했어요. 백일 좀 지났을 무렵부터 읽어주었던 책이 바로 캐롤라인 제인 처치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입니다. 지금도 책장에 꽂혀 있는데, 하도 많이 읽어서인지 너덜너덜해요. 사랑한다는 말, 익숙하지 않으면 잘 나오지 않잖아요. 저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 하는 편이라, 막상 태어난 아이를 눈 앞에 두고도 사랑한다는 말이 생각보다 쉽게 안 나오더라고요. 사랑한다는 말, 이 책으로 연습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으흐흐. 

시리즈의 신간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가 출간되었습니다. 아이가 일어나고, 활동하고, 잠들 때까지의 소소한 일상이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하루를 신나게 보낸 아이는 깊이 잠이 듭니다. 그런 아기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 

사랑해, 우리 아가야.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아이들과 전쟁같은 하루를 보낸 뒤에도 이 책을 읽으면 결국 목소리가 부드러워집니다. 옆에서 누가 들으면 엄청 닭살스러워할 것 같은데, 또 아이들에게 '사랑해'라고 말할 때에는 평소의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아이들도 같이 읽다가 '엄마, 따랑해! 아빠, 따랑해!' 하며 혀 짧은 소리로 애교를 부리기도 하니 이 시리즈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쳐있던 마음도, 화가 나서 붕 떠 있던 마음도 이 책을 들여다보는 사이 가라앉습니다. '그래,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희가 있어 행복하다'고 새삼 깨닫게 되어요. 첫째가 이제 일곱 살, 둘째는 다섯 살입니다. 하루하루는 힘들게, 참 느리게도 가더니 아이들이 어느새 이리 자랐나 싶어 화들짝 놀라요. 그 시간들을 나는 사랑으로 채웠나, 아이들에게 서운함을 남겨주지는 않았나 반성해보게 됩니다. 사실 요즘 제가 화가 늘었는데, 아이가 저에게 하는 말을 통해 저의 그런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부끄러운 요즘이었어요. 

부모와 아이를 최고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말, 사랑해. 옆에 있는 아이에게, 등원했다 돌아오는 아이에게 한 번 건네보아요.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하고요. 0세부터 100세까지 읽으면 좋은 그림책, 말이 필요없는 명작 시리즈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보물창고>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스릴, 재미, 여운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

내 동생의 무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그 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을텐데, 라는 후회. 동생 세라가 실종된 이후의 시간들을 돌이킬 수 없는 후회 속에서 보내던 트레이시는 형사가 되어 언젠가 그녀의 자취가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범인은 밝혀져 감옥에 수감된 상태지만 무언가 석연치가 않다. 그리고 마침내 찾게 된 동생의 유해. 이미 실종되었던 20년 전에 목숨을 잃고 묻혀 있던 세라의 시신을 마주하며 트레이시는 결심한다.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꼭 알아내겠다고!!

작가 로버트 두고니의 <데이비드 슬로언> 시리즈에 잠시 등장한 시애틀 최초의 여성 강력계 형사 트레이시의 전사(前史)에 대한 궁금증이 새로운 작품으로 이어져 발표된 [내 여동생의 무덤]. 작가의 일곱 번째 작품이자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의 신호탄을 울리는 소설이기도 하다. 20년 전 실종된 여동생 세라의 사건을 파헤치는 트레이시는 형사로서의 강인함과 가족의 죽음에 직면한 유가족으로서의 비극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범죄였기에 이제 그만 사건을 잊자고 종용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진실을 좇아 돌진하는 그녀에게, 과거를 해결하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특한 점은 이미 세라를 강간, 살해한 범인으로 에드먼드 하우스가 이미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 이미 비슷한 범죄 전력이 있었다고는 하나 당시 진행된 재판은 여기저기 허점이 허다했고, 어쩐지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느낌이라 진범인지 확실할 수 없다. 오직 진실을 알기 위해 에드먼드의 석방까지 불사해가며 소꿉친구 댄과 함께 단서를 따라가는 트레이시를 위협하는 누군가들. 정말 에드먼드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일까. 왜 보안관인 로이는 트레이시에게 과거를 덮어두라고만 할까. 트레이시와 댄을 협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설마, 댄이 진범??!! 온갖 추측이 난무하며 미궁 속에 빠진 내 눈 앞에 펼쳐진 경악할만한 그 날의 진실!!

트레이시와 세라의 추억이 중간중간 펼쳐져서 읽는 동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세라가 언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 날 이후 트레이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무너져가는 가족들. 진범과 함께 밝혀진 아버지가 간직했던 비밀!! 차마 말하지도, 전하지도 못했던 그 사랑의 행동들에, 이 가족을 슬픔에 빠트린 진범이 앞에 있다면 발로 차주고 싶었을 정도. 

스릴러 소설이라면 어느 정도 읽어서 요즘은 결말의 반전을 읽어도 '흥, 이 정도 쯤이야!' 했는데, [내 여동생의 무덤]은 반전에 섬세한 감정 묘사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변호사로 등장하는 댄이 활약하는 법정 장면도 흥미진진!! 현재 시리즈로 읽는 스릴러 작품은 요 네스뵈님의 <해리 홀레> 시리즈밖에 없는데, 오랜만에 매력적인 여성 형사가 등장해 다음 이야기도 무척 기대된다. 자, 출판사 여러분, 어서 다음 작품 서둘러 주십셔!!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100자평] 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이 작품을 읽지 않고 에코를 말할 수 없다!! 그렇죠??!!

[100자평] 장미의 이름 - 하

장미의 이름 -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만권의 책이 집약된 결정체!! 그 어떤 스릴러보다 재미있는 에코의 대표작!!

[100자평] 장미의 이름 - 상

장미의 이름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상업적 성공과 명망있는 문학상을 모두 거머쥔 수작!! 에코의 팬이라면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