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장편소설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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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완전하게 배신한다니, 꺅! 배신당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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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 - 그동안 몰랐던 서양미술사의 숨겨진 이야기 20가지
허나영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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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들어 있는 '착한'이라는 단어에 대해 곱씹어본다. 어떤 의미의 '착한'인가. 역사적으로 판명된(?) 착한 사람들이 등장하나, 아니면 선한 의도로 제작된 미술 작품들만 등장하나. 그 '착한'의 의미는 프롤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술사의 소수, 즉 마이너리티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마음'.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정신적 근간은 신화였고 수많은 미술 관련 서적에서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 책에서는 신화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반에 소개된 고대 그리스의 묘비부터 저자의 기획 의도를 짐작하게 해준다. 함께 언급된 파르테논 신전이 신을 위한 것이라면 묘비는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헤게스의 묘비>는 더불어 인간 세상, 아테네에서조차 소외되었던 여성이 그려져 있고, 시민으로서 '남성'이 갖춰야 할 조건인 어머니의 출신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저자의 말처럼 온전한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이름을 남긴 여성. 그 서글픔을 저절로 느낄 수 있는 묘비다.

 

 

로마의 초상화로 소개된 <파이윰 초상화>도 인상적이다. 사후 세계를 중요시했던 이집트. 현세보다는 영혼인 ka를 신성시했고 죽은 후에도 ka가 영원히 살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미라를 만들었다. 이 미라와 함께 발견된 초상화. 주로 파이윰 분지에서 많이 발견되어 '파이윰 미라 초상화'를 남긴 이들은 아이, 여인, 노인 등 그 대상이 다양하다. '고대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가 아닌, 비록 상류층일지라도 일반 시민의 초상화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차별점이 존재한다.

 

 

'주연이 아닌 조연'을 내세운 책의 기획 의도에 걸맞게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그림들이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15세기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 랭부르 형제가 그린 <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는 비록 베리 공작의 부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계절의 변화에 맞춰 일하는 농민들의 모습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노동하는 농민들까지 행복하게 그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화려한 캘리그래피와 그림으로 장식된 이 필사본을 직접 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유디트에 자신을 빗대어 표현한 애정하는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물론, 사회적 편견에 지지 않고 비극적인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여기에 <동양에 대한 무지한 찬양>을 꼬집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한층 풍부한 서사를 자랑한다. <검은 비너스>처럼 충격적인 이야기도 등장한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알려진 사르키 바트만은 남아프리카 케이프 동부 감투스 강가의 코이산 부족이었으나 10대 후반의 결혼식날 백인 정찰대에 납치되어 케이프다운으로 끌려간다. 그녀를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한 사람들에게 끌려 영국으로 가게 된 그녀는, 호텐토트의 여자들은 엉덩이가 거대하고 생식기가 독특하다는 괴소문의 영향으로 동물들같은 전시물이 되어버린다. 사후 그녀의 시신조차 해부용으로 사용하였는데, 연구라는 명목으로 시신이 해부당하고 신기한 부분들은 박제까지 당했다니, 기가 차고 코가 막힐 일이다.

 

 

눈에 익은 그림들도 몇 점 있었지만 대부분은 처음보는 그림들, 다른 시각에서 접하게 된 그림들이 훨씬 많았다. 미술사의 거대 흐름을 짚어주면서도 그 시대를 구성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 이야기. 그래서인지 더 친근하고 그 여운과 감동 또한 진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외출조차 녹록치 않은 상황. 미술관 관람에 목말라있던 독자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 책이 궁금하다면 영상으로 먼저 만나보시기를!!

 

**youtube 링크

박광범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좀 더 열린 눈으로 바라보는 법

 

** 자기개발서평단을 통해 <타인의 사유>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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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당 15일씩, 약 100여 일 간의 <사무사책방> 시리즈 읽기가 끝났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인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한 권도 아니고 일곱 권이나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무척 염려스러웠는데, 어찌어찌 완독하고나니 뿌듯함이 앞선다. 인문, 서간문, 에세이 등 평소 접하지 않는 분야라 중간에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한줄한줄 정성들여 읽은 뜻깊은 시간들.

 

 

그 중 나의 보물이라 한다면 도정일 작가님의 책들을 꼽겠다. [만인의 인문학], [보이지 않는 가위손], [공주는 어디에 있는가] 는 두고두고 읽어야 할 인문학계의 명작이라 칭하고 싶다. 세 권 모두 읽기가 벅차다면 [만인의 인문학]과 [보이지 않는 가위손] 두 권이라도, 이 두 권도 힘들다면 [보이지 않는 가위손]이라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막, 평범한 우리같은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지쳐서 알아챌 수조차 없는 무서운 사실이 여기 담겨 있다.

 


 

읽다보면 도정일 작가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대해 '이런 걸 알아서 뭐해? 뚜렷한 해결책도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는 것과 모르고 살아가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에게는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이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으니까. 어른들이 답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찾아줄 것이고, 그 아이들이 찾지 못한다면 그 다음 아이들이 노력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싶다.

 

 

일곱 권의 도서가 촤르륵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뭔가 든든하다. 리딩투데이 <리투리포터즈 1기>로 만나본 양질의 도서들. 언제 또 이런 책들을 시간들여 읽어보겠나 싶어 도전했던 과거의 나, 쓰담쓰담!! 더불어 이런 기회를 갖게 해준 리딩투데이와 긴 시간 함께 읽은 지인들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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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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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었던 도서, 개정되어 기쁩니다!! 백인행세를 하는 혼혈이라니, 욕망과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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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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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독자에게 기질적으로 맞지 않는 작가란 존재하는가. 쉽게 읽히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있는가하면, 작품 안에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숨겨놓아서 독자로 하여금 골머리를 썩게 만드는 작가도 있다. 어쩌면 작가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이해가 가서 어쨌거나 이해하게 되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읽어도 머리로도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심정적으로도 공감이 되지 않아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가가 있는데, 나에게는 이 다자이 오사무가 바로 그런 존재다. [인간 실격]도 읽었고 [디 에센셜-다자이 오사무]도 읽었고, 원어로도 몇 편 접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와 이 작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삶에 대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일까. 아오모리현 쓰가루 굴지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고 자란 그에게 결여된 생활력, 집안에 대해 가지는 부끄러움과 외로웠던 유년기, 죽음에 대한 충동 내지는 갈망, 함께 동반자살을 꾀한 여인은 세상을 떠나고 혼자만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 그가 보고 있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애초에 보이지 않았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인데 그의 이력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가 괴로워한 구체적인 이유를 붙잡을 수가 없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그저 삶에 대한 허무, 어둠 속에 한 발을 담그고 영원히 그 곳에서 나오기를 거부하고 있는 듯한 연약한 몸짓 같은 것이다.

 

 

[만년]은 다자이 오사무의 첫 번째 창작집으로 죽음을 각오한 이십 대 초반의 작가가 유작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열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죽을 생각이었다'로 시작되는 첫 단편 <잎>을 마주한 후 처음 든 생각은 '역시나'다. 역시나 빠지지 않는 죽음에 대한 상념. 어쩌면 '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이번 작품집을 통해서는 그가 그렇게 빠져들어 허우적대고 있는 저 세계의 심상같은 것을 헤아려보고 싶어졌다.

 

 

외로운 유년기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그린 <추억>같은 작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더욱 깜짝 놀랐다. 한편의 기이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어복기>는 고독한 산골 소녀 스와의 변신 이야기를 그렸고, 여성과 투신자살을 기도한 뒤 홀로 살아남은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어릿광대의 꽃>도 엿볼 수 있다. 어쩐지 어이가 없으면서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는 희비극 <로마네스크>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위트가 넘친다. 위트라니, 그의 작품에서 위트라니!!

 

 

[만년]에 실린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자니, 그는 진정으로 죽음을 갈망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는 그 누구보다 살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고독하고 고통스럽지만, 자신이 삶보다 죽음에 가까운 형태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 내면의 욕구를 글로 표현한 게 아닌가, 부족한 독자의 마음으로 그리 생각해본다.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거리감을 느끼는 작가지만, 한 번 책을 들면 도오저히 포기가 안되는 성격이라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읽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리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을 일인가 싶기도 하다. 멀다 느끼면 먼 대로, 가깝다 싶으면 가까운대로, 내가 온세상의 작가들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상하게 괜히 버럭. [만년]을 통해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에 자족해보련다.

 

그런데 표지 왜 이리 아련한 것이야.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짠해오는 것이, 이 책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표지 때문이기도 했다.

 

 

**출판사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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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2021-08-2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표지 때문에 이 책을 이렇게나 들여다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분홍쟁이님 서평 보니 다음 구매할 책은 《만년》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분홍쟁이님 서평 봤는데 역시 마음에 꽂히는 표현이 너무 좋습니다:) <추억>이 가장 읽고 싶어요!

분홍쟁이 2021-08-25 00:50   좋아요 0 | URL
구매에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핫핫! 글쎄요..전 도무지 다자이 오사무의 이 어둠이 친밀해지지 않습니다;; 설레어님의 리뷰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