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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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그림 관련 책은 아니어서]

새벽 1시 45분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첫찌만 키울 때는 밤 9시에도 육퇴가 가능해서 그래도 자정 즈음에는 잠들곤 했는데, 두찌까지 먹이고 씻기고 책 읽다보면 금방 10시, 11시는 기본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재우면서 같이 잠들었다가 비몽사몽 눈을 비비며 나오면 새벽 한 두시. 곰돌이아빠는 새벽까지 일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잠들어 있어, 이 새벽의 평온함과 안정감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낮에는 육아에 올인, 나의 취미생활은 새벽으로 한정하겠다는 나름의 룰이 있어 완전히 혼자인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 다시 잠드는 게 아까워 어떤 때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책을 읽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다음날 좀비처럼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도 4,5시에는 아이들 옆으로 슬그머니 기어들어간다.

그렇게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은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새벽 시간에 즐기는 자신만의 그림 산책이라니, 생각만으로도 감성 뿜뿜이다. 나는 당연히 자신이 고른 명화와, 어째서 그 새벽 시간에 이런 명화를 골랐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다. 조금 엄격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책에 실망했다고 해야 하나, 아쉬웠다고 해야 하나. 그림이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신변 이야기가 중심으로, 그림은 그런 이야기에 맞추어 그때 그 때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에세이를 잘 읽지 않고, 읽는 경우에는 다른 장르의 책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림에 대해 멋진 이야기를 가득가득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인지 그 실망감이 더 컸던 것은 사실이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는 일이 쉽지는 않다. 어떤 책을 미리 골라놓고 기대하면서 그 책을 읽기 위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안간힘을 쓰며 일어난 나의 상황과 이 책이 맞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나처럼 그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에세이를 읽는 것은 별로라면 어쩌면 나처럼 아쉬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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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손힘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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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에세이의 마지막 시리즈 네오와 프로도 커플이 마침내 출간되었다. 둘 중 먼저 접한 책은 프로도가 나오는 바로 이 책!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처럼 프로도를 내세워 자신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놓은 작가 손힘찬님.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이름 오가타 마리토. 그가 혼혈로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겪어야 했던 아픔과 사랑,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힘있게 다가온다. 튜브에서 촌철살인의 문장들로 통쾌함을, 같은 껍질을 둘러싸고 살아가는 무지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면, 이번 프로도의 이야기에서 나는 유독 나와 나의 옆지기를 자주 생각했다.

네오와 프로도 캐릭터는 연애하던 때 옆지기가 자주 사용하던 이모티콘이었다. 표지의 프로도 이모티콘은 물론 울고 있는 프로도를 네오가 위로하는 모습, 볼따구가 밀리도록 프로도를 껴안으며 네오가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 바바리를 입은 프로도가 한껏 외로움을 뽐내는(?) 모습 모두 그와 닮아 있었고, 그래서 그런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옆지기를 나도 귀여워(?) 해주었다. 그래서였을까. 무지를 읽을 때는 나의 모습이 투영되었는데, 프로도는 옆지기로 보여서 마음 한 구석이 짠하기도 하고, 그 동안 곰돌이들 육아에 치여 소홀히 했던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랜만에.

 이 챕터를 읽자마자 사진을 찍어 그에게 보내주었다. 옆지기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으므로. 내년이면 불혹. 내 눈에는 전혀 그 나이로 보이지 않지만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면서 우리는 나름 많이 늙었다. 결혼사진을 볼 때마다 '우리에게 이런 시간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 사람을 좋아해서 오지랖의 날개를 퍼덕거리는 게 특기인 그는 일적으로 요즘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이직을 해야하는 것인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때로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며 자책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여태까지 잘 버텨왔다고.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의 남편으로서, 곰돌이들의 아빠로서 애써왔고,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앞으로도 함께 있자고. 

내가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왜 그렇게 예민해'다! 맞다. 나 예민한 사람 맞다. 왕 소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의 대부분은 웃으면서 타인의 상처를 헤집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네가 예민한 거라고. 나의 아픔과 건드리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분을 짓밟아놓고 네가 예민한 거라고 단정짓는 사람들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일일히 설명하거나 이해시키고 싶지 않다. 굳이. 다만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무례한 사람, 예의 없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악의에 휘말리지도, 악의를 이용하지도 않겠다.

소제목을 읊조려본다. 나를 남처럼 대하기. 특히 저 두 번째 문장에 괜히 가슴이 찡하다. 요즘 나의 식사는 곰돌군들이 먹다 남긴 거 그러모아 해치우기가 대부분이므로. 엄마들이 이래서 내가 살이 찌지!라는 경우를 나 또한 반복한다. 곰돌이들의 장염이 나으면 눈 딱 감고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 가자고 옆지기에게 말해야겠다. 나부터 나를 소중히 대해야 옆지기도, 아이들도 나를 소중히 대해줄 테니까.

 

문장들이 섬세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마음 속 깊이 파고들어, 내가 그동안 숨겨놓았던 어느 지점을 톡 건드리는 듯한 힘도 있다. 그 힘은 아마도 작가가 지닌 진솔함 때문 아닐까. 자신의 아픔을 담백하게 털어놓으면서도 동정을 바라지 않고,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을 만난 것 같은 안정감이 전해져온다.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굳건히 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는 사람 특유의 힘이랄까. 우리 대부분이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 힘찬 내일을 꿈꾸는 것처럼 그도 함께 꿈꾸고 있다는 동질감. 그가 건네는 위로와 응원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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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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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허물에 덮이는 피부병을 앓고 있는 그녀. 그녀처럼 허물이 생긴 사람들은 피부 각화증을 완화시키는 신단백질 T-프로틴을 섭취해야 하고 심해지면 방역센터에 들어가 약물을 주입해 허물을 벗겨내기도 했다. 하지만 벗겨낸 허물은 늘 다시 올라왔다. 허물을 영원히 벗기 위해 그녀는 전설의 뱀 롱롱을 찾으러 D구역으로 향한다. D도시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피부병을 버젓이 드러내놓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는 사람들. 그녀는 그곳에서 방역센터에서 만난 후리와 김씨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본 적 없던 거대한 뱀을 생포하고 이 뱀이 허물을 벗기를 기다린다. 롱롱이 허물을 벗을 때 함께 있으면 곁에 머무는 이의 허물도 영원히 벗겨진다는 전설에 기대어. 뱀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급기야 뱀은 신격화되어 그들의 바람을 짊어진다. 과연 뱀이 허물을 벗으면 사람들은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그들이 바라는 것, 그들이 원하던 삶은 무엇이었을까.

방역 센터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말은, 말 그대로 언제까지나 개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개발을 멈춰도 안 되고, 개발에 성공해서도 안 되는 것이죠. 이 도시의 생산 동력은 시민들이 허물을 입고, 허물을 벗는 데서 나옵니다. 백신이 개발되면 이 도시는 생산 동력을 잃게 되는 겁니다.

국내 최초 재난 공포소설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역작이라 평가받는 이경 작가의 [소원을 말해줘].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허물에 덮인 사람들이 그 허물을 벗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탈을 쓴 공포가 어떻게 조장되는에 대한 과정과, 목표를 위해 도구로 전락해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애초에 피부병이 왜 생기게 되었는가하는 의심, 피부병을 널리 퍼뜨린 집단이 실제로 노리는 것 등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작가는 눈으로 보이는 허물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각자의 허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소원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롱롱이 필요했습니다. 롱롱의 판타지를 만든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만이 소망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빌었던 소원은 거짓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롱롱이 허물을 벗기를 기다리지만, 허물을 벗기 전 드러나는 징조인 블루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을 뿐 도무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쳐가는 사람들, 그리고 롱롱을 방역 센터로 데려가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공 박사. 프로틴 없이는 소원을 빌지 못하고 거대 제약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만 안전하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 소원을 빌었던 것 자체는, 그 간절한 마음만은 진실이라고. 각자의 소망을 향해 맨발로 진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 허물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을 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허물을 벗게 된 그 후의 인생은 어떠할까. 허물을 벗은 척의 얼굴 위로 또 다른 허물이 드리운 것처럼 보인다는 문장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허물은 그저 상징에 지나지 않았을 뿐, 마음 속에 간직한 각자의 허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단숨에 읽었지만 읽고 난 후의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다. 단순한 듯 보이면서도 이 작품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 오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인듯 판타지인듯 모호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작품 안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머리 위에 드리운 어두운 검은 구름이 또다시 보인다. 소설은 끝났지만 현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 박사같은 인물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작가는 마지막 장면의 반 페이지로 보여준다. 허물이 생기는 병을 앓게 되는 그런 세상이 정말로 오게 되면 우리는 어디에 서 있게 될까.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간절히 소원을 빈다는 것은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과정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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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의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방법 아이의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방법
토미나가 유스케 지음, 윤경희 옮김 / 북스인이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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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곰돌군이 내년이면 5세가 되어 유치원에 간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으로 선발되었다. 올레! 예전에는 지원한 유치원에 부모들이 모여 공을 집는 방법으로 추첨을 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원하는 사항을 입력해 지정된 날짜에 추첨결과를 발표한다. 총 세 곳의 유치원에 지원할 수 있는데 이 유치원을 고르는 데도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1순위로 고른 유치원의 커리큘럼은 사실 단순하다. 그저 같이 모여서 무언가를 만들어 먹고, 책을 읽고, 앞에 있는 공원에 나가 뛰어논다. 끝. 일반 유치원보다도 숲유치원에 보내고 싶었지만 비용도 약 3배 가까이 들었고, 내가 복직했을 때 매일 아침 버스를 태우기 위해 닦달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곰돌이 아빠는 결정권을 내게 일임해 주었지만 운영된 지 몇 년 안 되고 '일반적이지 않은' 기관에 아이를 보낸다는 점이 영 마뜩치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우리에게는 가까운 게 최고다!'라는 마음으로 1순위 유치원을 선정하게 된 것이다.

 

다른 유치원의 커리큘럼에는 영어와 수영이 포함되어 있었다. 입학설명회 당시 공개한 자료 속에서 아이들은 마치 우리말처럼 영어를 술술 말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혹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으랴. 실제로 첫째 곰돌군 친구들의 엄마는 전부 이 유치원을 1순위로 지원했다. 나도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역시 통학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집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었다. 영어야 부족하게나마 나와 집에서 즐겁게 접하면 되고, 수영은 집 앞 문화체육관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유치원에 입학할 때부터 많은 부모들이 이제 보육의 시대를 지나 학습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한글은 언제 가르쳐주는지, 영어나 그 외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궁금해한다. 유치원에 가서 너무 놀다만 온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라고 불안해하는 부모들도 많다고 하는데, 내가 처음 숲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었던 이유는 '놀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학교 가면 책상 앞에 앉아서 학습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앞당기고 싶지 않았고, 비염이 있는 첫째 곰돌군이 숲 속에서 활동하다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내 성격을 알기 때문에 조바심 내지 말자고 스스로 마인드컨트롤 할 지점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리고 예전에 담임했던 아이가 '선생님, 선생님은 아이에게 어렸을 때부터 공부 강요하지 마세요. 저처럼 돼요'라고 말했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남자아이의 학습 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읽은 이유는, 지금부터 첫째 곰돌군을 열심히 학습시키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남자아이들의 특성이 어떠한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미 여자아이의 뇌와 남자아이의 뇌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고 학습시키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효율적인지 특성 부분에서 알아두고 싶었다. 저자는 일본 사람인데 여기저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초등학생 때는 머리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가정에서의 생활방식이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부정과 지시와 명령에 약하고 직접 실패해봐야 깨우친다는 점, 초등학생 때는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해내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특히 공감했다.

 

남자아이의 학습능력을 높이는 방법은 반드시 있다고 말하는 개념정리 부분, 남자아이를 움직이는 7가지 신기한 특징, 남자아이의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5가지 절대원칙, 평생 도움이 되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13가지 방법, 최강 공부법과 공부습관, 그리고 성적이 오르는 남자아이 부모의 26가지나 되는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 키우는 데 이 많은 것을 알아야 하냐며 한탄할 수도 있지만, 당연하다. 부모라면 알아야 할 것이 참 많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그냥 키워지지 않는다. 으헉.

 

지금 학습 때문에 아이와 정서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거나 좀 더 효율적인 학습방법을 고민하는 부모라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저 알고만 있어도 '남자아이'인 내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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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왕세자들 - 왕이 되지 못한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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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왕과 왕세자란 과연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나 다른 책들을 볼 때도 만약 내가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면 머리 복잡하고 항상 무언가에 시달리는 권력층보다 차라리 그냥 평범한 양반으로나 태어나 가족끼리 오순도순 잘 사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오던 참이었다. 물론 그 시대 양반이나 평민들 나름대로의 애환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골치 아픈 정치 싸움은 딱 질색이다. 왕의 삶, 특히 왕이 되기 이전의 왕세자의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개인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해서는 안되고 늘 주위의 눈을 의식하며 행실을 바로하며 언젠가 왕위에 올라 국정을 운영해야 했기에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능력을 요구받아야 했던 자리. 그들의 존재 의미는 그저 왕이 되는 것에 집중되어 있어야 했을까. 왕이 되지 못하면 불운한 것이었을까.

 

저자는 조선시대 왕세자들 중 왕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폐세자가 되거나, 요절하거나, 폐세자가 되었지만 후에 복위되었거나 단명한 왕세자들에 대해 다룬다. 몇 명은 익숙하기도 하지만 왕이 되어 기록된 업적이 없으니 대부분 낯선 인물들이다. 조선 최초로 살해된 왕세자인 의안대군 이방석부터 대한제국 최초이자 유일한 황태자인 의민황태자 이은까지,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그들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 지 저절로 알 수 있다.

 

폐세자가 된 왕세자들 중 대표인물은 양녕대군 이제를 들 수 있겠다. 그는 태종의 첫째 아들로 11세 때 왕세자로 책봉되었다.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궁중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때문에 궁중을 빠져나가는 일이 잦았으며 사냥이나 풍류를 좋아하여 자주 아버지 태종의 화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해진다. 결국 그의 방탕한 생활이 그를 폐세자로 이끌었고 태종의 셋째 아들이자 양녕대군의 동생인 충녕대군이 왕세자로 책봉된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에는 양녕대군이 자신에게 왕의 자질이 없음을 일찌감치 깨닫고 동생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일부러 기행을 일삼았다는 이미지로 남아있는데, 진실은 어떠했을까. 세종과의 사이는 계속 좋았었다고 전해지지만 계유정난이 일어났을 때 세조에게 단종을 죽이라고 간절히 청했고, 단종의 복위운동을 하던 세종의 3남이자 양녕대군의 조카인 안평대군을 사사시키라고까지 했다니, 그의 가슴 속에는 풀리지 않은 앙금이 계속 남아있었던 것일까.

 

아버지를 잘못 만나 폐세자의 길을 걸은 이들도 있다. 연산군의 아들이었던 이황이다. 7세 때 왕세자로 책봉되었으나 결국 폐위되고 목숨마저 잃는 운명에 처한다. 그와 3명의 남동생들은 시신도 거두지 못해 어디에 묻혀 있는지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다니, 분명 어린 나이라 자신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생을 마감했을 그들의 운명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광해군의 아들인 이지의 처지도 다르지 않았다. 11세 때 왕세자로 책봉된 그는 인조반정 때 폐세자가 되었고 아버지가 광해군이었다는 이유로 강화도로 유배되었다. 유배 생활을 시작하고 2개월 쯤 되었을 때 담 밑에 땅굴을 파 밖으로 나가려다 발각되었고, 이를 알게 된 선조의 계비인 인목대비와 반정세력이 그를 죽이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자살하고 만다. 폐세자빈 박씨도 이 사건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니 씁쓸할 뿐이다.

 

이외에도 슬픈 운명의 왕세자들이 총 14명 소개되어 있다. 오직 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언젠가 왕이 될 날만을 꿈꾸었던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요절했던 왕세자들. 하지만 왕위에 올랐던 다른 왕세자들도 과연 행복했을까. 왕의 자리, 그리고 왕세자의 자리가 결코 쉽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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