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블루홀식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은은하게 위로가 되는 달빛 아래 빛나는 사랑]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첫사랑. 하지만 얼떨결에 이루어진 관계로 아이가 생기자 남자친구는 미유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떠나고 말았습니다. 임신인지도 모른 채 결국 6개월차에 접어들었고, 중절 수술도 불가한 시점에서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격노했어요. 늘 아버지의 의견을 고분고분 따랐던 어머니는 옆에서 울기만 할 뿐, 불같이 뿜어져나오는 아버지의 분노 앞에서 미유의 힘이 되어주지 못했죠. 결국 부른 배를 알고 집을 나와 밤거리를 헤매던 미유는 자살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노나카 지사에 의해 '오도리바'라는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짊어지고자 하는 단체를 만나게 되고, 지사의 중개로 '그린 게이블즈'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출산을 준비하게 되죠.
특히 여성에게 있어 임신과 출산은 기쁨이자 두려운 일입니다. 하나의 생명을 세상에 내놓고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예요. 하지만 그런 두려움과 무게감보다도 더 깊게 다가오는 것은, 사랑하는 나의 아이가 이 뱃속에서 살아있다는 것. 작은 공간에서 '엄마, 내가 여기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발로 툭툭 배를 차기 시작했을 때의 기분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태어나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어요.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축복받지 못하고, 문제 덩어리처럼 여기저기 방황할 때, 미유의 기분은 굉장히 처참했을 겁니다. 그런 미유를 다정하게 품어준 것은 원래의 가족이 아닌, '그린 게이블즈' 사람들이었어요.
'그린 게이블즈'를 운영하는 아키라와 가나코는 남매 사이로, 그들은 두 명의 위탁 아동과 한 명의 양자, 그들의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키라와 가나코의 사이에도 독특하고 충격적인 사연이 있지만, 그들은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죠. 미유는 혈연으로 규정되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안정감을 가지고 천천히 자신과 아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과연 이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을까.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지막에 아이를 위해 결단을 내린 미유의 모습에서 마침내 '엄마'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인 미유를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안타까우면서도 가슴이 뭉클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성장한 미유의 모습을 보며, 여러 사람과의 만남으로 인해 성숙해진 아이가 대견하게 여겨졌습니다. 분명 미유처럼, 세상의 다른 소녀들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어요.
잔잔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작가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가족의 형태는 하나가 아니라고, 세상에는 아이들을 이용하려는 나쁜 어른들만 아니라 자신들의 사랑과 절망의 기억을 바탕으로 따뜻하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어른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태양처럼 환한 사랑이 있는가하면, 은은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달빛처럼 아이들을 비춰주는 사랑도 존재하겠죠. 특히 어두운 밤에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간절하게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 달빛이 더 위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