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자유, 열정에 대한 무력감을 아들을 낳는 것으로 보상받고 싶었던 에마는 딸 베르트를 낳고 기절한다. 결국 에마가 자신의 인생에 저지른 잘못은, 행복의 가치를 타인에게 기대했다는 것에 있다. 혼자서는 오롯이 설 수 없고 늘 외부로부터 전해지는 자극으로 삶의 기쁨을 채워보려고 했다는 것에. 그녀가 책에서 봤던, 그 이룰 수 없는 로망들에 몰두하지 않고 조금은 현실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성숙한 인격이었다면 에마의 상황도 조금쯤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책 읽는 여자 에마. 그녀가 책에서 얻었던 것은 결국 무엇이었나.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뢰뢰나 약사 같은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에마가 순수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순수하지 않다면, 앞이 뻔히 보이는 그런 열망의 나락에 누가 온몸과 마음을 던질 수 있겠나. 하지만 내가 에마를 온전히 옹호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랑과 정열, 타인에 대한 기대로 자신이라는 존재를 규정지으려 했다는 것 외에도,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것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한다.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편 샤를을 말 그대로 헌신짝처럼 취급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평생 여자인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열망했던 에마가 딸인 베르트에게 씌운 굴레를 보라! 어안이 벙벙해짐과 동시에 에마라는 인물에 대한 분노와 베르트를 향한 연민으로 마지막 책장을 한참이나 붙잡고 있었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성향'이라는 의미의 '보바리즘'을 탄생시킨 [마담 보바리]. 이상을 좇는 것이 어찌 나쁜 일일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을 한겹쯤은 더 좋게 포장해서 생각하고 싶고, 가끔은 현실 너머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은 현재라는 것.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충실해야 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