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나의 힘 - 에너지를 업up시키는 분노관리법
아니타 팀페 지음, 문은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EBS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중에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다큐가 있었다. 인간이 정해진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를 실험하고 관찰한 내용이었는데, 그 중에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을 상대로 대문자 E를 자신의 이마에 크게 한 번 써보게 하는 실험도 있었다. 자신이 봤을 때 E가 똑바로 보이게 그리는 사람, 남이 봤을 때 E가 똑바로 보이게 그리는 사람의 두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나는 후자에 속했다. 심리학자에 의하면 나처럼 후자에 속하는 사람은 남의 눈을 의식해서 행동을 하는 경향이 강하며 팔랑귀의 소유자다. 심리학자의 설명을 듣고 가슴 한 쪽이 뜨끔했음은 물론이다. 

다른 사람의 눈과 상황을 살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타인에게 화를 내는 것이 서툴다. 그저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타인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며, 가끔은 그렇지만 NO 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타인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한 탓이라고 여겨지는데, 같은 맥락에서 나의 분노를 다른 사람이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분노란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그다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그 분노를 긍정적으로 생각한 한 권의 책이 있다. 

제목부터 어쩐지 통쾌하다. '분노는 나의 힘' 이라. 가까운 사람에게 분노를 잘 표현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화를 내고 신경질을 내는 대상은 주로 가족, 그 중에서도 '엄마'였다. 엄마라면 나의 이런 기분을 모두 받아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일까. 나의 화살을 모두 맞아버린 엄마의 기분은 생각지도 않고 내 가슴 속에 꾹꾹 눌러둔 어둠의 기운을 모두 내쏘아버린 시절이 있었다. 뒤늦게 찾아오는 감정은 후회, 그것도 마치 진창에 몸이 빠져버린 것 같은 캄캄한 후회 뿐이었다. 때문에 분노를 나의 힘으로 전환시키기보다 에너지 소모, 감정의 소모로 사용했던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은 모두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노의 현상, 원인,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가기 전 분노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분노는 나의 일상>, 분노를 표출하고 분노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을 풀어놓은 <분노는 나의 편>, 그리고 분노를 진정한 나의 힘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행동지침을 역설한 <분노는 나의 힘> 까지, 저자는 '분노학계'의 강자라 여겨질만큼 체계적으로 분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두 번째 장이 인상적이었는데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보기, 분노일기 쓰기, 건강한 자기가치 의식 세우기 등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 

저자의 이론 중에서 마음에 든 것은 '분노'를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멸하고 피해버리는 '분노'를 인간의 당연한 감정으로 받아들이며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점에서 안락함을 느낀다.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분노가 합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구나, 그 상황에서 내가 화가 나고 분노를 느낀 것은 당연한 일이었구나 라고 편안히 생각하게 된 것이다. 부끄러운 면을 인정하고 그것도 나라고 미소짓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화나씨, 열나씨의 사례들은 내가 혹은 다른 누군가가 한 번쯤은 겪어봤을 감정의 파편들이었다. 그 파편에 맞아 아픈 가슴을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당당하게 꺼내보일 수 있도록  '분노'를 나의 힘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생각해야겠다. 예민하고 어렵게 느껴질만한 주제를 귀여운 삽화들이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곰을 글러브로 때리는 장면이나 불을 내뿜는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든다. 작지만 강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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