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폴그레이브 맥밀런 지도로 보는 세계전쟁사 2
마틴 폴리 지음, 박일송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는 많은 전쟁이 있어왔고, 어디에선가는 현재진행중이다. 전쟁의 특성상 승전국과 패전국이라는 이름으로 갈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안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뒤집어보면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고통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던만큼 전쟁은 나에게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나, 교과서 속 이야기가 되어 있다.  그저 관습에 맞추어 때가 되면 묵념을 하고, 우리나라가 식민지가 되었던 아픈 역사에 대해서만 분개했었다. 오직 '한국인'이라는 입장에서 제2차 세계전쟁을 바라보았던 관점에서 벗어나 이 책은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제2차 세계전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전쟁이 나에게 주는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힘센 자들의 영토분쟁, 국가의 원수와 요직을 차지한 사람들에 의한 권력투쟁, 그리고 단순히 평범한 삶을 원했던 사람들의 불필요한 희생.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라의 운명과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오직 몇 사람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전쟁의 전체 모습을 지도와 함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는 틀림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지도'이다. 독일이 영토확장을 꿈꾸며 어떤 나라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격했고, 독일의 점령지는 어디인지, 소련의 어느 지역에서 석유와, 아연, 석탄이 생산되는지 등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하여 자칫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갖가지 지도가 내용을 알기 쉽게 하고 이해를 돕는다. 또한 여러 사진과 본문 옆의 도움말 등을 통해 본문에서 이해되지 않았던 문구들을 바로 알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내용에 읽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번 읽다보면 전쟁의 전체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하다. 또한 전쟁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떨쳤던 독일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프랑스, 영국, 폴란드, 소련 등등 다양한 나라의 전쟁모습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전쟁준비 과정과 진주만 공격,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미국의 원폭 투하 등은 특히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특히 원폭투하와 관련해서는 전쟁의 진정한 가해자와 피해자는 과연 누구인가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나라와 나라 간의 전쟁이었지만, 어쩌면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자국 국민들에게 초래한 결과가 가장 큰 피해가 아니었을지.

한 사진에서 저항군이라 소개된 여성의 사진을 보았다. 얼굴에 까만 것이 묻어있음에도 미소를 띄우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몇 십년을 사이에 두고 그녀는 전장에, 나는 이렇게 편한 집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이 책이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멋진 입문서라는 것은 확신하지만, 전쟁의 피해와 아픔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