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사랑쿠폰북 1 -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
이혜정 지음, 최일룡 그림 / 뜨인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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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 때 장난처럼 번지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연인들끼리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모 사이트에서 다운받는 것이었는데, 인쇄된 그 종이가 너무 예뻐서 남자친구가 없을 때인데도 홀로 보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나도 남자친구가 생기면 여기 적혀 있는대로 다 해봐야지!'하며 서랍 속에 넣어두기도 했는데, 작은 종이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쿠폰이 이렇게 알록달록 예쁜 그림과 함께 다시 태어났다. 

사랑쿠폰북 1이라 이름 붙여진 이 책은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쿠폰북 2에 더 호기심이 생겼지만, 일단 어떤 책인지 판단해야 할 것 같아 무작정 손에 들었다.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첫 장에는 사진을 붙여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라는 코멘트까지 달려 있어 무척 세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쿠폰북 사용설명서에 애정지수 체크리스트까지 있는 것을 보면서 이 책을 만들면서 무척 많이 고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차례로 넘기면 여러 가지 대형 쿠폰이 등장한다. '등 뒤에서 꼭 안아주기'를 비롯하여, 영화의 한 장면처럼 키스해주기, 잠들기 전 전화로 사랑노래 들려주기, 지금 그녀가 가장 원하는 소원 한 가지 들어주기 등등 여자들의 마음을 콕콕 알아주는 재치있는 쿠폰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맨 뒷장에는 앞의 대형쿠폰들이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절취선으로 자그마하게 부착되어 있다. 한 장 한 장 분위기와 어울리는 예쁜 그림들과 뒷장에 쓰여있는 멋진 코멘트들은 새로 시작하는 연인들이나, 혹은 사랑을 더욱 강하게 다지고 싶은 연인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이미 나이를 먹어버린 탓일까. 책의 깜찍함과 센스에 감탄하면서도 막상 이 쿠폰들이 실제로 쓰일 일이 있을까 걱정스러워진다. 내가 필요한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배려이지, 쿠폰들로 인해 촉발되는 마음이 아닌 것이다. 서로 다른 별에서 왔다고 하는 제목의 책이 등장할 정도로, 여자와 남자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그와 함께 나누면 나의 의도가 그에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경험을 지금까지 많이 해왔기 때문에 과연 남자들이 이 쿠폰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걱정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든다. 

하지만 이 책을 낸 사람들도 쿠폰북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루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쿠폰'이라는 하나의 도구를 사용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기획한 것은 아닐까. 연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바로 그것일테니까. 

매일매일 사용한다면 효과가 떨어질 것이므로 어쩌다 한 번씩 투정부리고 싶을 때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이 쿠폰들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앞서 말했듯이 사랑 쿠폰북2에 더 관심이 많다. 여자들의 마음을 콕콕 찌르면서 낭만적인 쿠폰북이 만들어졌듯이, 다음 책에서는 어떻게 남자들의 심리를 꿰뚫어보았을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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