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별
아야세 마루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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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해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 생활 속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질 때가 있습니다. '설마 이런 일이 나에게? 그럴 리가 없어!' 라고 부정해보지만 그 절대 벌어질 리 없을 일이 나만 피해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 아니었을까 싶은 때가요. 누군가는 가족으로 인해 괴롭고, 누군가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괴롭고, 병에 걸려서, 아이를 잃어서 고통스러워하기도 합니다. 그런 특별한 듯한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어 어느새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죠.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일상이 아니라 계속 특별한 일로 여겨서는 우리는 더 이상 삶을 계속할 수 없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그 일을 곱씹고, 일의 원인을 자신 안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 이 모든 일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 어쩌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과정을 거치는 일은 고통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는 결국 살아남고, 살아남다가 또다시 선택을 하고, 그렇게 삶을 이어나가게 되는 게 아닐까요.

 

아야세 마루의 [새로운 별] 속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은 모두 각자의 고통을 끌어안고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등에 얹고 걸어나가는 사람들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를 잃은 아오코, 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시작한 가야노, 회사 상사에게 갑질을 당하다가 결국 집에 틀어박히게 된 겐야, 바이러스가 덮친 세상 속에서 가족 문제로 곤란을 겪게 된 다쿠마. 각자에게 일어난 일들은 모두 다 엄청난 것들이에요. 이 중 어떤 일이 가장 감당하기 쉬운가-를 꼽아보자면, 그 어떤 일도 겪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들의 슬픔과 아픔은 과도한 감정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점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아이를 잃은 아오코가 거실에 누워 햇살 속을 떠다니는 먼지를 바라보며 '일찍 떠난 아이였으나 그래도 그 시간 동안 아이를 품에 안았던 감촉이나 손의 느낌을 얻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의 묘사는, 깊은 슬픔을 동반하면서도 더없이 아름다웠다고 할까요.

 

단순한 일상을 살던 우리는, 큰 일을 겪고 나서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새로운 별'에 도착합니다. 그 곳의 중력과 시간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던 곳과는 너무나 달라 호흡하기도 힘겹습니다. 하지만 곧 적응하게 되고, 우리는 또 그 곳을 딛고 서서 살아나가요. 새로운 별에 도달한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고 보듬고 자신의 상처를 핥으면서요. 그 곳에서는 소중한 아이나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존재가 아니며, 모든 것이 불투명하더라도 투명한 것들보다 덜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중요한 건 살아나간다는 게 아닐까요.

 

담담하지만 그 담담함 밑에서 격렬한 아픔을 노래하는, 작가의 위로처럼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생각해보면 출판사 <달로와>의 작품들 대부분이 그러했던 것 같아요. 아직 몇 작품 출간하지 않은 출판사이지만 제가 <달로와>의 작품들을 눈여겨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차가운 겨울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우리의 삶 속에 겸허함과 따스함을 맛볼 수 있었던 이야기였어요.

 

**출판사 <달로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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