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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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때였습니다. 작고 오래된 학교라 도서실의 환경이 그리 썩 좋지는 않았어요. 책들도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되거나 먼지 냄새가 많이 나는 낡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서 찾아낸 것이 바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입니다.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잘 때 빼고는 이 책으로 머리속이 그득해서 어서 빨리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났죠. 그렇게 재미나게 읽었던 책인데, 어째서인지 그 뒤로 한 번도 다시 읽은 적이 없네요.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하게 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이번에는 학창시절보다 좀 더 깊이 있고 촘촘하게 구성된 영웅들의 이야기로 빠져보았습니다!!

 

독서 초반에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이런 이야기였던가 조금 의아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용어들이 약간 어렵게 다가왔거든요. 한 인물을 소개할 때 등장하는 말들만 해도 복잡하고 발음하기조차 어려워서 머리가 뱅뱅 돌아, 이것이 과연 내가 어릴 때 푹 빠져 읽은 그 책이 맞나 의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테세우스>를 시작으로 찬찬히 읽어나가는 동안 금방 익숙해졌는데요, 아무래도 <테세우스>의 일화가 너무나 충격적인 탓도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보통 '테세우스'라고 하면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른 영웅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나요? 그런 그의 이야기도 당연히 실려 있지만 저는 그의 여성 편력에 그만 기함을 하고 말았어요. 예전부터 그가 아리아드네를 저버린 것에 대해-아무리 신의 의지라 해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살짝 가지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는 트로이젠의 여자인 아낙소를 납치했으며, 시니스와 케르키온을 죽이고 그의 딸들을 겁탈했으며, 아이아스의 어머니 페리보이아와 결혼했고, 그다음에는 이피클레스의 딸과 결혼했다. 

p96

 

플루타르코스조차도 테세우스의 이런 면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듯이 두 손 들고 포기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헬레네를 납치했을 때는 그녀가 결혼 적령기도 되지 않았을 때라고 하니, 부들부들!! 물론 여기에도 테세우스를 옹호하는 다른 주장들도 많지만 플루타르코스가 있지도 않은 일을 쓰면서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느낌의 문장을 썼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권에는 테세우스를 비롯 로물루스와 리쿠르고스, 누마, 솔론, 푸블리콜라, 테미스토클레스, 카밀루스, 아리스티데스, 대(大) 카토 등 총 10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이 많은 인물 중 저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은 '리쿠르고스'인데요, 그가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리쿠르고스에 대해 쓰여 있는 내용들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물 자체가 지닌 매력도 상당하다고 생각해요. 매우 인간적이고 온화한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이미지라고 할까요. 

 

그가 왕위에 오르는 상황부터 매우 평화롭습니다. 권력에 전혀 욕심이 없어 보이는 그는 자신이 왕의 모습을 노리는 계략에 휘말릴까봐 왕의 자리가 굳건해질 때까지 천하를 유람하기로 마음 먹죠. 그가 자신의 나라에 돌아온 것은 다른 사람들의 성원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원로원 체제의 확립, 토지의 재분배, 동산의 재분배, 결혼과 출산의 통제 등 리쿠르고스가 만든 개혁법안들은 실로 다양하지만 이 중 '공동식사'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휘디티아'라고 불린 공동식사를 통해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추구했고, 아이들은 이 시간을 통해 어른들의 일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죠.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떠오른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총 10명의 인물들과 함께 한 역사 여행. 로마 건국 신화의 주인공인 로물루스는 물론 뛰어난 정치가와 수완가로 알려진 인물들을 만나는 일은 아련하고 신비한 느낌이었어요. 어쩐지 시간 속 어딘가에서는 그들이 여전히 숨쉬고 살아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역동성과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에 플루타르코스 개인의 생애와 인물들간의 비교 등 색다른 재미도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어떤 인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어서 다음 권을 읽어보고 싶어요. 강추강추!!

 

**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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