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왕 - 정치꾼 총리와 바보 아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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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하하!!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작가라는 수식어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작가가 또 있으랴!! <한자와 나오키>와 <변두리 로켓> 시리즈, 그 외 다수의 작품을 통해 이케이도 준의 필력이 시원시원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민왕]은 '유머'라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해준다. 아버지와 아들의 몸이 바뀌는(정확히는 뇌파가 바뀌는), 다소 SF적인 설정에 처음에는 '엥?' 했지만 총리인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는 아들과 대학생인 아들의 면접을 보러 다니는 아버지의 상황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유머다. 여기에 이케이도 준 특유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감동과 정적들을 쳐부수는 통쾌함까지!! 이렇게 완벽한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라니, 정말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다.

 

민정당 총재로서 내각 총리대신에 취임한 무토 다이잔.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질의가 시작된 자리에서 갑자기 아들 무토 쇼와 몸이 바뀌어버린다. 회의장에서 정신을 차린 쇼와 롯폰기의 클럽에서 바뀐 모습을 하고 당황한 다이잔. 황급히 다이잔의 맹우이자 관방장관인 가리야에게 이 '재난'을 알리고, 다음날부터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한다. 하지만 상황은 엉망진창. 한자도 제대로 못읽는 쇼로 인해 다이잔은 온 국민에게 창피를 당하고, 다이잔 또한 욱하는 성질을 못이겨 아들의 면접자리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 일쑤. 우여곡절 끝에 이 사건이 '테러'임을 알게 된 일행은 흑막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데!! 그런데, 뇌파가 바뀐 사람이 또 있다??!!

 

한때는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로 정치인생으로 뛰어들었던 무토 다이잔이지만 그도 지금은 한낱 정치를 위한 정치, 자신의 안위를 위한 정치만 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기에 복잡한 여자관계까지. 정상회담을 통해 각국 정상들과 기념 사진을 남기는 것이 꿈일 정도로 국민은 안중에도 없던 다이잔은, 바보 멍청이 아들이라 여겼던 쇼의 면접을 대신 보러 다니면서 지난날 자신이 품었던 꿈을 다시 떠올린다. 정치가인 아버지를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하며 자신은 정치보다 일반 회사원이 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던 쇼 또한 다이잔 대신 연설을 하고 가리야를 비롯한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소신을 보다 공고히 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작가는 여기에 정치가들의 스캔들에 피라미 떼처럼 몰려들어 한 개인의 사생활에만 몰두하는 기자들의 모습,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자금을 횡령하고 국민의 목숨마저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악독한 정치가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현실을 풍자한다.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통해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의 방향을 확신하게 된 두 사람. 마치 한 편의 영화같은 이 작품은 엔터테인먼트 작품으로서도 훌륭하지만, 그 웃음 속에서도 여전히 작가의 날카로운 펜은 현실의 정치가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한번쯤 이런 책을 읽고 자신은 어떤 정치가인지, 품었던 꿈이 무엇인지 되새겨보면 좋지 않을까. 국민을 위한다는 가면은 이제 내려놓고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기를 바란다.

 

책을 읽기 전부터 늘 기대를 품게 하는 이케이도 준. 이번에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재미와 교훈, 유쾌통쾌상쾌함까지 한번에 선사해주는 작가. 한 정치가로서 민의를 묻겠다는 무토 다이잔도 시리즈로 계속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린다.

 

**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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