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웃는 엄마
이윤정 지음 / 델피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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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5개월 때쯤, 기저귀에 묻은 소변 색이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팥 알갱이 같은 작은 덩어리. '뭐지?응가인가' 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음 기저귀를 한 번 보자고 되뇌이는데 아기가 '깽' 하고 강아지 울음소리를 내더니 기저귀를 적셨다. 어쩐지 몸에 열도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몰라 기저귀에 나온 작은 덩어리를 사진으로 찍어 급히 택시를 타고 소아과로 향했다. 요로감염인 듯 하다고, 소견서를 써줄 테니 큰 병원으로 가보시라는 선생님 말씀에 당황했었던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까지 '요로감염'이라는 병명을 들어보지도 못했고, 아기들이 감기처럼 자주 걸린다는 것도 몰라서 입원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말씀에 눈물을 펑펑 쏟았더랬다. 발에 링거를 꽂아야 한다고, 어머니는 나가 계시라는 말에 처치실 밖에서 아기의 떠나갈 듯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순간. 지금이니까 추억으로 간직하지, 그 때는 정말 너무 무서웠다. 사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지금도 마음이 울컥하다.

 

감기처럼 자주 앓는다는 요로감염-이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아서, 지금도 쉬야할 때 아프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하다. '감기같은' 이 병에도 나는 온 세상이 까맣게 변했었는데,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큰아이가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찾은 정형외과. 근 1년 전부터 가끔 허리가 아프다고 했었지만 이런저런 병원에 가 보아도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어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 다른 정형외과에서 충격적인 진단을 받는다. 허리뼈 한곳에서 좌우 뼈의 양상이 달랐던 것. 소견서를 들고 찾은 큰 병원에서 종양이 보인다는 말이 얼마나 청천벽력이었을지. 상상만 해도 호흡이 거칠어지고 가슴이 벌렁거린다. 그렇게 어린 아이가 큰 수술을 받고 회복하기까지 엄마의 두 눈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맺혔을지 보지 않아도 잘 알 것 같다.

 

하지만 이내 저자는 마음을 다잡는다. 엄마가 웃어야 아이도 잘 버텨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탱해온 날들. 그런 날들 속에서 찾아오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길 수 있었다. 이 '감사하는 마음'이란 얼마나 잊기 쉬운 것인지. 전쟁같은 아침만 보내도 짜증이 밀려와 아이들에게 상처되는 말을 했던 내 자신을 수도 없이 반성했다.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기만 해준다면 그 무엇도 욕심이라 생각하며 내려놓겠다 했던 지난날.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 둘인 나에게도 꽂히던 '딸이 없어 어떡하나' 하는 시선들. 심지어 둘째 임신하고 산모 요가에 갔을 때, 잠시 대화를 나누던 다른 산모에게 둘째도 아들이라고 하자 '어머, 너무 싫겠다!'라는 말까지 들었었다. 그 때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대꾸도 제대로 못했지만 요즘은 당차게 말한다. 아들 둘이라 너어무 좋다고, 형제라 든든하다고, 우리 아이들이 아들이어서 행복하다고. 그러니 삼형제 엄마인 저자를 보는 시선은 어땠겠나. 아들 형제라는 점도, 직업이 같은 것도, 휴직연수가 근무연수를 넘어서려고 하는 것도 비슷하여 무척 공감하면서 읽었다.

 

6년차 육아를 담당하면서 깨달은 것은 나는 '훌륭한 엄마'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허둥댄 적도 많고,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이 책을 읽고 결심한 것이 있다면 어떤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웃음으로 이겨내는 엄마가 되자는 것.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웃음으로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자고 다짐했다. 육아서는 잘 읽지 않지만 백번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책. 이 세상 모든 부모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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