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2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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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콘스탄스와 멜로즈가 관계를 맺기까지의 과정과 그들의 배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2권에서는 좀 더 두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사랑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지에 대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밀회는 계속되고, 만남과 섹스가 거듭될수록 콘스탄스는 쾌락이 주는 기쁨과 두 사람이 함께 느끼는 절정에 대해 감탄해요. 클리퍼드와 결혼했고, 그가 하반신 마비가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신적인 성숙에 집중했던 초반과는 달리,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육체적인 기쁨 없이는 애정도 존재할 수 없다고 여기게 된 겁니다. 여기에 클리퍼드의 조언 아닌 조언이 더해져 그녀는 급기야 멜로즈의 아이와 그와 함께 하는 삶을 희망합니다.

 

클리퍼드는 조금 독선적인 인물로 그려지지만 어떻게 보면 딱한 구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에요. 신체건강했던 남자가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남은 평생을 앉아서 지내야만 한다면, 대체 그 심정은 어떨까요. 게다가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생기넘치는 부인까지 있는데 그 아내와 육체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다니, 그의 막막한 마음과 좌절을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자기 기만. 콘스탄스가 누구의 아이를 갖든 상관없이 채털리 가문을 이어갈 상속자로 키우겠다는 그의 주장은, 아기를 원할 아내를 배려하는 남자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콘스탄스가 절대로 그런 일을 저지를 리 없다는 믿음 위에 지어진 모래성같은 주장이죠.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육체의 기쁨과 성숙에서 눈을 돌리게 된 클리퍼드는, 멜로즈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몸을 더욱 사랑하게 된 콘스탄스를 '육체는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일 뿐이며, 결국 여자는 정신적인 삶에서 궁극적인 최상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는 존재'라고 비난하게 됩니다.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자신보다 낮은 인격으로 평가하고 있던 그의 본심이 엿보이는 장면이라고 할까요.

 

믿음직스럽지 못하기는 멜로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콘스탄스와의 관계를 좋아하고 그녀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아기는 갖고 싶어하지 않아요. 임신하게 되면서 멜로즈와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콘스탄스와는 달리, 그는 '이 세상에 아이를 내놓는 것이 두렵다'고 하면서 일순 회피하려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이게 뭔 소리쥬. 차가운 섹스는 싫고, 가슴으로 느끼는 따뜻한 섹스가 좋다고 하는 그는 여느 남자들처럼 임신과 관련된 책임은 지지 않는 그런 남자였던 걸까요. 후반부에서는 정신을 차리고 콘스탄스의 희망대로 행동해주지만, 조금 미심쩍었어요. 이 부분은 제가 이해를 잘 못한 것인지, 그의 심리를 한 번 더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계급을 넘어선 두 남녀의 사랑을 세밀히 묘사한 탓에 금서로 사라질 뻔했던 이 작품은 펭귄에 의해 의해 무삭제판으로 출간되었고, 그는 영국 대중문화 혁명의 선두에 섰으며, 이후 영국의 검열제도는 변혁을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해요. 금서로 지정된 이유가 계급을 넘어선 사랑 때문인지 섹스와 성에 관한 표현 때문인지는 아리송하지만, 도리스 레싱이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꽉 막힌 시대'였다면 두 사항 모두 충분조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룰 때, 정신과 육체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존중할 때 비로소 삶은 견딜 만해진다'는 문구 속에 이 책의 주제가 들어있다고 보여요.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드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왠지 문장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읽어보고 싶었던 저로서는 뭔가 다른 메시지가 더 숨어있지는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단순히 '채털리 부인이 바람났네' 이런 책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심오하게 읽혔던 작품. 작가 개인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었습니다.

 

**<펭귄클래식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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