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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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는 [잠자는 숲]. 일본드라마 중 < 眠れる森>라는 작품이 있어, 혹시 동일작품인가 싶어 찾아봤지만 별개의 내용. 전편인 [졸업]에서 소중한 친구들의 죽음으로 더욱 성숙해진 가가 교이치로가, 다음부터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사건 속에 뛰어들게 될 지 내내 궁금했었다. 경찰보다는 교사의 길을 택했던 가가. 그래서 이번에 교사가 된 가가의 모습을 만나는 것인가 내심 기대했는데, 그 부분은 훌쩍 건너뛰고 형사가 된 가가가 독자들을 맞이한다.

 

다카야나기 발레단에서 발견된 한 구의 남성 시체. 피의자인 사이토 하루코는 사망한 남성인 가자마 도시유키가 발레단의 사무실에 침입, 갑자기 자신을 공격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살해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정당방위라 말하는 하루코의 의견에 따라 사건 수사를 시작한 가가와 경찰들. 하지만 어째서 가자마가 하필 발레단에 침입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없다. 그것도 화가로서 뉴욕행을 코앞에 둔 지금 시점에서. 하루코와 가자마의 접점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레단의 안무가인 가지타 야스나리도 살해당하고, 이제는 범인이 발레단 내부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와중에 발레리나인 아사오카 미오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가가.

 

발레리나-의 모습을 동경한 적이 있었다. 소녀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마음. 작은 새처럼 무대 위를 날아오르며 아름다운 동작을 뽐내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마법'이라는 단어를 표현할 수 있다면 바로 저런 것이 아니겠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언젠가 방송에 등장했던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울퉁불퉁, 고목의 뿌리를 연상하게 만든 그 발에 그녀가 수십 년간 이뤄온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쉼없는 연습, 끊임없는 체중 조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리마 발레리나가 아니라면 겪어야 하는 생활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발레를 포기할 수 없었던 다카야나기 발레단원들의 모습에 가슴이 묵지근해질 수밖에 없다.

 

[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사토코에게 무뚝뚝하게 프로포즈를 했던 가가 교이치로다.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내 마음만은 말해두고 싶었다-며 사토코에게 일격(?)을 날렸던 때와는 달리, 미오를 향한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포함된 배려가 담겨 있다. 가가라는 인물을 알고 있기에 망정이지 아무리 사건 수사 연장선에 있다고 해도 다소 스토커 같은 모습으로 연습 중인 그녀를 살펴본다든가, 낯간지러운 대사를 한 마디씩 던지는 그를 보고 있자니 약간 닭살이 돋았다. 과연 이 사랑이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지,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아직은 초보 형사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베테랑의 모습을 보이게 될 지 기대가 크다. 교사였던 그가 학생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 지 무척 궁금했는데, 혹시 다른 작품들에서 잠깐이라도 엿보게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모으는 뿌듯함이 있는, 멋진 표지의 <가가 형사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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