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 단숨에 이해하는 다이제스트, 책 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평온한 알제리의 해안 도시 오랑에 살고 있는 의사 리외. 어느 날 진찰실에서 나오다가 계단에 죽어 있는 쥐를 밟을 뻔 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한쪽으로 치우고 지나간다. 이런 곳에 쥐가 죽어있을 리 없다고 미심쩍게 생각하지만 곧 아무 일도 아닐 거라 생각하는 리외. 그의 아내는 병든 몸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원으로 떠나고, 이제 쥐떼는 곳곳에서 쏟아져 나와 거리에서 죽어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죽음.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이것이 페스트의 시작이라 직감한 리외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병마 앞에 차차 지쳐간다. 한편 부당한 죽음을 거부하며 역시 페스트와 싸워 이기기를 다짐하는 타루와, 프랑스에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봉쇄된 오랑 시를 탈출하려는 기자 랑베르, 재앙을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주장하며 신의 뜻에 따르자고 설교하는 신부 파늘루, 모두 공포에 빠진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세상에 소속감을 느끼는 자살미수자 코타르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페스트 앞에 놓인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독자들이 그렇듯,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 정부 대처는 어떠했는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또 어떠했는가, 현재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고 이 바이러스가 영원히 종식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등등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들로 심기가 불편해졌다. 일단 나부터도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 될 줄 상상도 못했다. 1월에 이런 바이러스가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금방 끝나겠거니 했는데, 설 명절이 끝나고나서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신천지 교인들로 인해 감염자가 증가했고, 마스크 가격은 폭등한 데다, 한때 당일배송 사이트에서는 기저귀마저 품절이라는 문구가 떠서 그야말로 멘붕의 연속인 시간들이었다. 변종 바이러스라 백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더 부채질했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마스크 구입 5부제로 마스크도 어느 정도 구매가 가능하고,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재기가 심각하지 않아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이 바이러스가 올해 안에는 끝나기나 할 지 정말 걱정되고 무섭다.

 

[페스트] 속 오랑 시의 모습은 현실의 우리 모습을 대변한다. 페스트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하느냐 마느냐부터 시작되는 갑론을박, 부족한 백신과 예방주사, 봉쇄된 도시,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하거나 가족이 사망해도 장례조차 제대로 치러줄 수 없는 경악할만한 상황. 하지만 그 안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인 리외의 모습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나에게는 파늘루 신부의 변화된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신의 재앙이니 받아들이자던 주장을 접고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죽어나가는 잔혹한 상황 앞에서 병자들을 간호하고 방역에 힘쓰는 모습.

 

작품 안에서 페스트는 물러갔지만(혹은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상황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될 것 같아요, 여러분! 봄이라 술렁이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부디 외출을 자제하시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써봅시다! 다이제스트라 더 쉽고 산뜻(?)하게 읽을 수 있었던 [페스트]. 기회가 된다면 원작을 제대로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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