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호하게 살기로 했다 - 일, 관계, 인생 앞에 당당해지는 심리 기술
옌스 바이드너 지음, 장혜경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자기계발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자기계발'이라는 단어에 부담감을 느끼는 데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전달하는 내용과 그 뉘앙스에 거부감이 있다. 뻔하지 않은가. 나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당신도 이렇게 해봐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아니라고,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책임. 내가 좀 자격지심이 있나-하고 몇 권의 자기계발 책을 넘겨봤지만, 내가 심술딱지인 건지 빈정이 상할 때도 여러 번 있다. 하지만 가끔은 독서에도 별미가 필요한 때가 있는 법. 자기계발서이기는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살기로 했다]는 제목에 궁금증이 생겼다. 대체 어떤 책인가, 너는 나를 한 번 사로잡아볼래, 라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띠지에 적힌 문구가 마음에 든다. '더 이상 착한 사람을 자처하지 말라'. 나는 호불호가 명확하고 성격이 까칠한 편이라 착한 사람은 못된다. 그런데도 마음 속 한구석에는 어느 정도의' 착함'을 버리지 못하는 내가 여전히 존재한다. 하기 싫은데 웃으면서 오케이 하고, 기분 나쁜데 아니라고 하고, 이 말을 해야 내가 속이 편할 것 같은데 애써 입술을 깨물며 참을 때가 있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은 이상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 못된 인간으로 폄하되는 우리 사회. 아니, 내가 나도 내 것 좀 챙기고 살겠다는데 그러면 안돼?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상황이 아니어서 못하겠다는데! 우와악! 이런 생각을 100퍼센트 상대에게 드러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래서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관계의 기술. 이런 것은 좀 알아둘만하다.

저자는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하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인생 기술'을 전수한다. 곤란한 부탁은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내 능력을 인정받고 의지를 관철할 수 있다고. 그러면서 내면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공격성에 주목한다. 그것은 바로 단호함이라 일컬어지는 것. 자신의 감정을 똑똑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단호한 태도가 일을 보다 신중하게 처리하도록 도와준다고 조언한다. 심지어 자신 안에 있는 깨알같은 투지와 공격성을 깨워보자고까지 이야기하니, 초반에는 이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저자가 제시하는 단호함의 심리학은 총 9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1단계-8단계, <알아두면 좋지만 써먹으면 안되는 게임의 법칙>은 0단계로 분류되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은 <단호한 태도를 갖추는 8가지 전략>이다. 뚜렷한 목표를 정하라, 불가능한 일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라, 답이 정해져 있다는 듯 자신있게 말하라, 불평꾼, 실패자, 겁쟁이를 멀리하라, 불리한 상황에도 겁먹지 않는 패기를 지녀라, 당황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언어순발력을 키워라, 나쁜 소문에는 즉각 대처하라, 정기적으로 경쟁자의 상태를 파악하라-라니! 말이 쉽지 언어순발력이 한순간에 키워지는 것이던가, 나쁜 소문에 즉각 대처할 정도면 애초에 착한 태도 유지는 어떻게 해왔겠나, 정기적으로 경쟁자의 상태를 파악하려면 부지런하기까지 해야하는데! 결국 이 책도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공짜 있던가. 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본인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8단계에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심리 기술>이 소개되어 있으니 이 부분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초반부터 흥미를 자극한 0단계에서는 써먹어서는 안되는 기술까지 전수해주니 이 조합들을 적절히 사용해야 할 터다.

업무도 어렵지만, 그 업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인간관계다.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일이 더 쉬워지기도 어려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을 더 쉽게 하기 위해 자신을 억지로 착한 사람으로 만들거나 상대보다 낮은 자세를 유지한다면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 쉽다. 내면에 존재하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공격성을 자극해 상대에게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단호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업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 책은 '나도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라는 어조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처세술을 가르쳐준다.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말과 행동이 어떠했는지 곱씹어볼 수 있었던 시간. 아주 오랜만에 괜찮은 자기계발서를 만난 것 같다. 요즘 인간관계에 있어 허무함을 느끼는 신랑에게도 일독을 권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