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심리육아 -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미움 받을 용기]와 [마흔에게]로 잘 알려진 기시미 이치로. 그는 서양 고대 철학을 전공했고, 플라톤 철학을 공부하면서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습니다. 아들러는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존재에 보편적인 열등감·무력감과 이를 보상 또는 극복하려는 권력에의 의지, 즉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라고 생각했어요. 나폴레옹은 키가 작았기 때문에 위대해졌고, 색약(色弱)은 간혹 대(大)화가를 만들어 낸다는 '열등콤플렉스'라는 용어를 고안해 내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예전에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앞서 언급한 두 권의 책과는 달리 이번 책은 조금 어렵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술술 읽힐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읽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일반 육아서라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울고 웃을 수 있거나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채워져있었겠지만, 이 책에는 자신이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겪은 일이 아닌 것은 단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문구로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친근함과는 달리, 한 번에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렇게 길게 쓰고보니 역시 무슨 말인지 제 자신도 잘 모르겠으나,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신경을 끌어모아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번 책에서는 유독 혼내기와 비판하기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요즘 고민하는 주제 중 하나거든요.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아이를 혼내게 돼요. 이것이 아이를 위해 혼내는 것인지, 나의 감정을 단순히 아이에게 쏟아내기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기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된 겁니다. '아이는 어른을 곤란하게 함으로써 주목을 받으려고 한다'는 이론은 저와 첫째 곰돌군에게는 맞지 않는 말이라 여겨지지만, 혼낸다는 것의 개요, 혼나는 아이가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예측 등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 조금 그려볼 수 있었어요. 아이에게 울지 말고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어른인 우리도 감정적으로 화를 내어 아이를 대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아이와의 대등한 관계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이를 혼내게 되는 이유는,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해요. 자기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존재에게 난폭한 말투를 사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까지 합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육아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상담심리학을 공부할 때부터 어렴풋하게나마 저도 아들러 이론을 지지해왔고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가 많아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이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책에서는 부모가 문제로 판단하는 행동을 아이가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과연 전통적인 육아와 교육적 사고방식이 아이를 돕는 데 유효한지, 어떻게 아이를 대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상호존경, 상호 신뢰, 협력 작업, 목표 일치를 내세우는데요, 이 부분은 책을 통해 꼭 한 번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책읽기였지만, 다른 육아서들에 비해 보다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저자가 제시한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이야기했을까를 생각해보니 부끄러워지기도 했고요. 오늘도 양치질을 하며 아이를 혼냈는데, 아이가 '화내지 마' 하며 우는 모습을 보니 너무 미안했습니다. 제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우리 아이를 이대로 키울 수는 없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육아에 정답은 없다고 하고 상황에 따라 우리 부모님들이 대응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아이의 입장과 생각을 고려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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