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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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기억난다. 비오는 거리에서 데려온 고양이에게 무언가를 주는 그녀와, 그녀 옆에 자리잡은 고양이. 그리고 또 빗소리.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에 빠지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생각하면 나는 항상 외로움과 쓸쓸함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그 때의 내가 슬펐었다는 것도 기억한다. 그래서였을까. 원작을 읽어보니 전혀 슬픈 이야기가 아님에도 예전에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면 가슴 한구석을 지나가는 바람에 마음이 시렸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혼자만 간직하던 그 슬픈 느낌을 떠나보낼 수 있어서. 외로움과 쓸쓸함 대신 따뜻함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

초봄,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고양이는 그녀와 만난다. 그리고 초비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몰라도 초비는 그녀를 자신의 연인이라 생각한다. 그녀가 자신을 거두었으므로 자신은 그녀의 고양이다. 그녀는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각에 출근하고 일정한 시각에 퇴근한다. 노부라는, 자신은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지만 그와의 관계가 확실하지 않아 불안한 그녀.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은 초비, 초비에게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그녀다. 그런 그들 주변에 존재하는 여러 고양이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관계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세상과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에 신비함과 아련함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신카이 마코토가 게임회사 재직 시절에 각본, 작화, 연출 등 전 과정을 홀로 작업한 작품으로 제12회 DoGa CG 애니메이션 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책의 표지에 있는 컬러와는 달리 5분짜리 흑백 단편으로, 그래서 그 때의 조금은 슬펐던 내가 외로움과 쓸쓸함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와 함께 좋아하는 작품으로 <초속 5센티미터>가 있다. 이 두 작품의 공통 키워드는 '서정성'이다. 감독의 다른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두 작품 전반에 깔린 서정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딘가 간지러운 느낌, 가슴 뛰는 느낌, 어쩐지 안절부절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 작품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울컥하는 느낌이다. 사실은 조금 슬퍼지기도 한다.

책에서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초비를 중심으로 다른 고양이와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마냥 밝지만은 않다.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과 오해에서 비롯된 고통 또한 존재한다.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아릿함도. 하지만 그런 감정들이 바로 세상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 아닐까. 초비가 그 이름으로 그녀가 이어지고, 그녀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책도 좋았지만 책을 읽고나니 애니메이션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 빗소리. 빗소리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곁을 내어준 초비와 그녀를 다시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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