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혼내기 전 읽는 책 -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적으로 변하는 엄마들을 위한
히라이 노부요시 지음, 김윤희 옮김 / 지식너머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적으로 변하는 엄마들을 위한 아이를 혼내기 전 읽는 책] 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저를 위한 책인가 싶었습니다. 저는 어쩌면, 전형적인 낮버밤반(낮에 버럭, 밤에 반성) 의 미숙한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거든요. 곰돌군이 아주 아기였을 때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곰돌군이 점점 성장하고 고집이 세지면서 떼가 어마무시하게 늘기 시작하자, 저의 마음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폭풍우가 불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하루만 해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놀이터에서 들어오지 않겠다는 곰돌군을 간신히 달랬나 싶었더니, 들어와서는 샤워를 하지 않겠다며 악을 쓰고 우는 바람에 진이 다 빠져버렸어요. 짝꿍이 퇴근하고 돌아와 샤워를 시켰지만 결국 또 로션을 바르지 않으려고 도망다니며 떼를 쓰는 바람에 저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말았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무척 사소한 일이에요. 뭐 그런 일로 화를 내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변명을 해보자면, 이런 떼쓰기와 고집 부리는 일이 매순간, 매일 반복되다보니 저의 심신이 지쳐가더군요. 게다가 전 임신 8개월째의 임산부. 가만히 앉아 있기도 누워 있기도 힘든 시기에 곰돌군을 쫓아 놀이터를 누비고 통미끄럼틀을 함께 타고 튀어나온 배에 곰돌군을 앉혀 함께 그네를 타다보면 이런 중노동이 따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제가 둘째를 임신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좀 더 나았을까요.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화를 좀 덜 내지 않았을까 위안을 삼아보고 싶습니다.

 

그래도 곰돌군에게 화를 내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겠죠. 곰돌군이 저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순간순간 올라오는 화를 주체할 수 없어질 때가 가끔씩 있습니다. 매일 반성하고, 잠든 곰돌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내일은 그러지 않으리! 라고 아무리 다짐해도, 아이고, 왜 그리 어려운 걸까요. 그래서 과연 혼내지 않는 육아법이란 무엇인가, 무척 궁금해졌어요. 저자는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아이를 혼내지 않고 키울 수 있는가 존경스러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저자는 의학박사 출신의 1919년 출생하신, , 호호할아버지십니다. 장남의 아이들을 돌보아주기도 하는 친절한 할아버지 느낌이라고 할까요. 책에는 특정 연령대 아이들의 생활습관 등의 특징과 자신이 생각하고 실천해온 육아법이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자발적인 아이로 자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창조와 유머를 길러주는 장난,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의 기준, 반항의 긍정적인 면, 지나친 예절교육의 부작용과 도전정신에 관한 내용들이에요.

 

읽어보면 간단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뭐랄까, 포근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연륜이 느껴졌어요. 여유라고 할까요. 왜 부모들은 아이들을 엄격하게 키우지만 조부모들은 조금 더 너그럽게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하잖아요. 지금 저로서는 도저히 바라볼 수 없는 경지지만, 가장 필요한 것이야말로 여유와 너그러움, 그리고 아이의 행동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항상 결심하고 매번 후회하는 일상의 반복입니다. 부디 제가 유독 부족한 엄마라서가 아니길 바랄 뿐이에요. 분명 사랑하는 아기인데, 지금의 이 모순된 낮버밤반은 건강하고 튼튼하게만 자라길 원했던 아기에게 이제는 제가 원하는 게 많아져서일까요. 내가 원하는대로 행동해주길 원하는 마음이 분명 어딘가에 숨어있기 때문이겠죠. 좀 더 제 자신을 들여다보고 아이의 행동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키워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