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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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작은 존재인 인간이 운명을 감내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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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피아니스트 1 위대한 피아니스트 1
해럴드 C. 숀버그 지음, 박유진 옮김 / 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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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0여 년 간의 피아니스트들을 훑은, 피아니스트 백과사전 격의 책. 모차르트부터 시작해서 바흐와 헨델은 물론 베토벤과 쇼팽도 다룬다. 하지만 이들이야 초창기 인물들이고 - 피아노는 크리스토포리가 1720년 처음 개발하여 제작했다 - 작곡에 더 매진한 사람들이었다. 그 뒤로 시대별로 유명하거나 혹은 잠시 동안 반짝 빛났다 사라진 피아니스트들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 책이 첫 출간됐을 때로부터 거의 60년이 지났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름들이 현대에는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예술가들이 가진 사연 하나하나가 흥미로운 경우가 많았고, 예술가들답게 기벽도 많았으며 궁금했던 연주자들 루빈시테인이나 부소니, 호프먼과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마르타 아르헤리치, 호로비츠, 리흐테르, 길렐스 등 유명인들 - 의 이야기도 당연히 빼놓지 않아서 내내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정말 재밌었던 건 피아니스트들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외적인 상식들. 예를 들면, 모차르트 시대에는 루바토에 관한 공식(?)이 있었는데, 왼손은 반드시 정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1. 34-35, 62-63). 현대에는 피아노 교습에 이런 공식이 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난 문외한이니


또한 요즘처럼 연주자들이 자신의 해석을 과하게 반영하지 않고 악보에 충실하게 연주하기 시작한 건 1차 대전 이후부터라고 한다(2. 302). 그전에는 작곡가가 써놓은 지시어를 아예 무시하고 임의로 바꾸기도 했던 듯.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저자가 정서적 억제로 이어졌(2. 302)’다고 평한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이 첫 출간되던 당시에도 또 지금도 피아니스트들의 감수성에는 아무 문제 없다. 또한 요즘처럼 엄격한 관람 문화가 생긴 것 라흐마니노프 시기까지만 해도 관객들이 악장 사이에 박수는 물론 해당 악장이 맘에 들면 앵콜을 외치기도 했다고 라흐마니노프 전기에서 읽었다 - 도 시기를 같이할까 하는 의문이 생겨서 챗GPT에게 문의하였더니 연주자들이 악보에 충실하기 시작한 게 조금 먼저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연주회에서 오늘날처럼 피아니스트가 관객에게 오른쪽 얼굴을 보이며 앉게 된 건, 바로 얀 라디슬라프 두셰크 부터였다고 한다. 처음으로 순회연주를 다닌 비르투오소(1. 98)였던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의 고귀한 옆모습과 피아노의 곡선을 청중에게 보여줄 수 있었고 세워놓은 피아노 뚜껑을 공명관 삼아 음색을 객석에 바로 전달할 수 있었다(1. 97)’. 그런데 현대에는 충분히 바꿀 수 있지 않나? 2 piano가 아닌 이상 굳이 요즘에도 피아니스트들이 관객에게 오른쪽 얼굴을 보이는 방향대로만 앉을 필요는 없을 텐데. 왼쪽 얼굴을 보여주고 싶은 연주자도 분명 있을 테고. 하긴, 보여지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니 아무도 이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겠구나. 게다가 두셰크는 처음으로 페달 사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악보에 페달링 기호를 표기한 연주자라고 한다(1. 100). 그럼에도 오늘날 그의 이름은 일반 청중에게는 그리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실력이 없이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던 파데레프스키도 인상 깊었다. 1890년대에 활동했던 그는 오직 자신의 매력만으로 슈퍼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피아노 실력은 없어서 어려운 악절은 단순하게 바꾸거나 속도가 빨라야 하는 부분은 느리게 연주하는 식(2. 96)으로 얼렁뚱땅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언론은 그의 연주를 극찬했고 관객들은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비싼 입장권도 마다하지 않고 구입하고 그와 악수하기 위해 무대 위로 기어오르는 사람이 1천 명이나 되기도 했다고(2. 103). 하지만 지금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음악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이렇듯 상당수의 피아니스트를 빼놓지 않고 언급하면서 간략하게나마 그들의 생과 연주 특징을 이야기하고 시대적 흐름도 놓치지 않는 이 책은 충분히 시간을 내어 읽을만한 가치를 갖고 있었다. 물론 어색한 번역이 종종 거슬리긴 했지만 난 문학 외 분야에는 꽤 관대한 독자라서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저자의 예측(?)이 틀리기도 했다는 것. 저자는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반짝 스타라고, 곧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2. 432) 플레트네프 옹은 지금도 현역에서 활동하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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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긴 꽃잎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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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 의학도인 빅토르는 이미 심장이 멎은 어린 병사 라사로의 심장을 직접 마사지해서 그를 살려낸다. 빅토르는 공화군에서 의료병사로 복무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로,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빅토르의 동생 기옘도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다. 빅토르의 집에는 피아니스트 지망생인 로세르가 머물고 있었는데 기옘이 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오자 그를 극진히 간호하다 그와 연인이 된다. 하지만 기옘은 전선으로 복귀한 후 전사하고, 아버지 마르셀도 사망한다. 당시 전황은 공화군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빅토르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어머니 카르메라와 임신한 로세르를 데리고 프랑스로의 피난길에 오른다. 하지만 도중에 어머니는 사라지고, 로세르와 빅토르는 천신만고 끝에 프랑스 국경을 넘지만 그곳의 박대와 핍박에 당황하고, 타의에 의해 헤어지게 된다. 역시나 타의에 의한 이송과 고생 끝에 간신히 재회한 둘은 칠레가 이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파블로 네루다의 인도 아래 위니픽 호를 타고 칠레로 향한다.


아껴두었던 아옌데의 소설이다. 이 책이 『비올레타』보다 먼저 출간됐고 먼저 구입했지만 일부러 두었다가 정말 힘들고 울고 싶은 날 꺼내 읽었다. 빅토르와 로세르의 생은, 나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게 굴곡이 심하니까. 단지 남의 나라에서 정착하기 힘들었음 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어쩌면 그건,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운과 나 자신을 내려놓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만회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마음은... 마음만은 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거잖아. 바라보아선 안 되는 누군가에게 어쩔 수 없이 닿는 눈길과 어떤 어려움도 뚫고 맞잡는 두 손과 맞닿는 가슴은....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사랑이 남은 생에 미치는 영향도.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겠다. 아파도, 아프지만 계속 살아내야 하는 생. 살아있는 한 어떻게든 생을 살아내야 함은, 인생의 앞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고 또 그게 어떤 일이건 충분히 기다리고 겪고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겪어낸 후 내게 남은 것이 어떤 것일지는 아무도 미리 짐작할 수 없다. 짐작한다 한들 그 짐작은 반드시 틀릴 것이다.


그래서 난 오랜 후의 그 재회 장면 전시회에서의 - 이 마음 아팠다. 그게 최선이고, 그래야 했고,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정작 빅토르의 마음은 괜찮았겠지. 그게 바로 시간이 주는 위로이고, 생의 예측불가능함이며, 인간의 회복력이다. 우리는 그러므로 오늘 하루를 잘 견디고, 잘 보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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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슬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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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힐링을 주는 동화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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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전문점
강윤화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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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상에 발 딛고 서 있지만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회피가 아니다. 어떻게든 남은 삶을 이어가 보려고 치는 발버둥. 하지만 해피엔딩은 없다. 그래서, 마음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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