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의 한 가족 제안들 29
샹탈 아케르만 저자, 이혜인 역자 / 워크룸프레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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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 나이 든 어머니와 멀리(브라질) 사는 결혼한 딸, 그리고 그 딸보단 가깝지만 그래도 먼 곳(파리 메닐몽탕)에서 혼자 살고 있는 또다른 딸의 이야기이다. 마치 영화의 시놉시스처럼 시작하는 첫 장면을 지나 가족들의 이야기는 아주 조금씩 드러난다. 화자는 어머니이다가 갑자기 큰 딸이 되기도 하고 어느새 작은 딸이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죽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거나 엄마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친척들 이야기, 혹은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함께 갔던 소풍이나 집에 방문했던 친척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굵직한 줄거리는 없지만 한 가족의 평범한 듯 소소한 이야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머니의 과거의 아픔 - 아우슈비츠에서 부모를 잃고 자매들과 살아남은 - 과 현재의 아픔 -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고, 혼자인 - 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아픔들이 가족들 특히 저자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주었거나 한 건 아니다. 그저 모든 삶이 지닌 진한 아픔일 뿐. 저자는 그저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가족이었노라고. 어떤 가족이든 각자가 지닌 아픔이 있고 그건 크거나 작은 불행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저 얼룩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소설도 좋았지만 뒤에 실린 저자의 인터뷰도 좋았다. 인터뷰가 없었더라도 소설만으로도 충분했을테고 인터뷰가 있어서 소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이미지보다 책을 믿는 이유는 수없이 많은데요. 이미지는 우상숭배적인 세상에서 우상이죠. 책에는 우상숭배가 없어요. 물론 인물을 우상으로 숭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책을 믿어요. 위대한 책을 읽는 건 굉장한 사건이죠."

- 119~120쪽. 저자와의 인터뷰. 질문자가 저자가 쓴 책 두 권을 언급하자. 


이 짧은 책이 어쩌면 내겐 굉장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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