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바바라 몰리나르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 세 편의 단편들. 저자는 꾸준히 글을 썼지만 쓰는 족족 찢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친우였던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이걸 알고 저자의 남편과 함께 계속 설득하여 간신히 열 네 편의 단편을 구해내어 출판을 했다. 하지만 단편집은 그다지 시선을 끌지 못했고, 이 작가는 그렇게 묻히고 만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지난 후 뒤라스를 연구하던 한 번역가가 뒤라스가 쓴 단편집의 서문을 발견하고 이 작품집을 다시 발굴해 내어 영역을 한다. 이후 단편집이 복간되고 백수린 작가의 번역을 거쳐 나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장르를 굳이 구분하자면 환상 문학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화자들은 모두 불안하고 힘겹다.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야 하거나 떠나고 싶어하거나 이미 떠나왔다 - 이쯤에서 원제인 'Viens(와 줘)'를 살렸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겪는 수난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사무엘 베케트나 프란츠 카프카가 떠오르지만 이 작품들에는 그 작가들의 작품들에서와는 또다른 독특한 고통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그냥 주인공들의 행적을 따라갔지만 곧 그들 행동의 이유를, 그것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내 일천한 경험과 짧은 생각만으로는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겠지만, 여성으로서 말로 구체화하기는 힘든 고통을 공감할 수는 있다. 비록 화자들이 모두 여성은 아니지만 말이다. 가장 좋았던 건 <머리 없는 남자>.<지하 납골당 -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기록한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저자의 고통이 가장 깊게 느껴졌다.


역자가 얘기했듯, 이 책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건 그것을 살려내려 애 쓴 한 여성 덕이고, 잊혀졌던 이 작품이 되살아 난 것 또한 다른 여성의 덕이다. 그리고 여기에 매혹된 또다른 여성의 번역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인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역자가 바랐듯 나 또한 매혹되었다, 이 고통스럽게도 아름다운 작품들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