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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평점 :
베스는 영국 시골마을 도싯에서 남편 프랭크, 시동생 지미와 함께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 떼가 새끼를 낳은지 얼마 안 된 봄날, 길잃은 대형견이 목장 담을 뛰어넘어 들어와 새끼양을 무차별적으로 도살하고, 지미는 총을 들어 개를 사살한다. 마침 뒤쫓아 온 개의 주인으로 보이는 어린 소년과 아이의 아버지. 베스는 10대 시절 미친듯이 사랑했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게이브리얼을 알아본다.
읽는 내내 마음 졸였다. 특히 2장 '바비'는 마음이 아파서 천천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바비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바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무섭기도 했지만 게이브리얼과 베스에게 일어날 일도 싫었다. 그래서 2장을 읽다가 참지 못하고 책 맨 뒤의 문장을 확인했다. 해피엔딩이기는 한 거 같아서 맘 놓고 읽었지만, 후반부의 잇단 반전 때문에 마음은 계속 연타를 맞았다. 이건 반쪽짜리 해피엔딩. 가여운 프랭크. 사랑하는 사람의 온전한 일상을 위해 무조건 참고 받아들이는 게 과연 남은 삶을 평안하게 할 수 있을까. 특정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모두에게 슬픈 사건이었고 모두가 조금씩 잘못을 했다고는 하지만 왜 수습은 한 사람의 희생으로부터 시작해야만 하는가.
(스포)
사실 내가 정말 화가 나는 건 게이브리얼 때문이었다. 그의 마음과는 별개로, 이 모든 사건들에서 유일하게 다치지 않은 건 게이브리얼 뿐이지 않나. 비록 명성은 흔들렸을지언정 그외의 대가는 조금도 치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어쩌면 이 모든 일의 원흉인 그가 정말 미웠다. 망할 게이브리얼. 네가 베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옥스포드에서 그녀를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그날밤'을 해명하는 말 한마디라도 하거나 편지라도 썼더라면...
하지만, 이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베스와 프랭크의 남은 날들이 아름답기를 나는 바랐다. 내용만 놓고 보면 이 소설은 그저그런 사회적 신분차이에 따른 사랑 이야기과 그 후의 치정사건이 얽힌 막장 드라마 비슷해 보이기까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현실에서 늘 반복되지 않나(현실에 없는 건 프랭크(같은 남자) 뿐). 이 슬픔들에도 불구하고 베스와 프랭크의 삶이 계속될 수 있는 건 둘 사이의 사랑 때문이고, 사랑은 이런 사건들을 견뎌야 하는 인생이든 혹은 그저 멀리서 지켜만 봐도 되는 인생이든 인생을 이어나가게 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걸 이 소설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