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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평점 :
네 집이 사는 아파트. 리케가 요르겐을 처음 만난 건 이 집을 둘러보러 왔을 때였다. 테라스에서 입주민 파티를 하던 그들을 창문으로 지켜보다 요르겐의 아내 메르테와 눈이 마주쳐 손을 들어 인사했지만 메르테는 그녀를 빤히 쳐다만 봤었다. 그리고 오늘, 리케는 중학생 딸 엠마의 연극 연습을 지켜본다. 남편 오스먼드는 둘째 루카스와 나갔고, 원래는 동생과 차를 마시기로 했던 리케는 동생의 취소 문자에 요르겐이 주말 내내 혼자라고 보내왔던 문자를 떠올린다. 바로 위층인 요르겐의 집으로 올라간 리케는 불러도 응답이 없자 화분 밑 열쇠로 집안으로 들어가고, 미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내연남이 살해됐다. 공동 출입구에도, 집안에도 침입자의 흔적은 없다. 리케는 그와의 관계를 오래전 지인이었던 담당 경찰에게 얘기해야만 한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톤의 범죄 소설이다. 리케의 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압박은 없다. 내가 딱히 공감을 안 해서라기 보다는 리케에게 가장 큰 압박이던 도덕적 딜레마가 사라진 상황이어서인 듯. 다만 마지막 장면이 상당히 찜찜했다. 그래서, 어쩔건대?
범인은 처음 의심했던 그 사람이었고 아주 작은 반전이 있긴 하지만 그 또한 추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을만해서 엄청 쫄깃한 스릴러는 아니다. 하지만 난 이렇게 담백한 범죄소설이 좋다. 담담하게 하루하루의 진행 상황을 서술하면서도 다음날을 궁금하게 하는 거야말로 잘 썼다는 증거 아닌가?
PS. 번역본 제목은 영 안 어울린다. 원제 '연인'이 더 나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