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세! - 중국식 사회주의의 위대함을 보라
장리자 지음, 송기정 옮김 / 현암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지난 여름에 『山楂树之恋(산사나무 아래)』를 읽은 이후 문화대혁명 직후 중국 사회, 아니 이를 겪어낸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이 무척 궁금했다.

문화대혁명에 관한 책을 한 권 구입해 읽어보려 했으나, 첫 장부터 머리를 아프게 하는 내용들에 몇 장 읽지도 못한 채 내팽겨친 지 어언 몇 달.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책 첫 시작이 1980년이다. 문화대혁명은 1976년에 끝났다 하니, 내가 읽고 싶은 시대는 제대로 찾은 셈.

책을 여는 첫 이야기는 엄마가 다니던 공장을 주인공이 이어 받아 다니게 되는 딩즈(頂職, 부모가 퇴직하면 부모의 직장을 자녀가 물려받는 것). 내가 궁금하던 소재의 이야기까지 제대로 찾았다!

530여쪽에 달하는 책이었지만 어찌나 흥미진진하게 읽히던지 이틀 밤 동안 다 읽어내렸다. 노동자에서 국제적 저널리스트가 된 지은이가 자신의 노동자 시절 이야기를 기록한 이 책은 전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들에 초점을 많이 맞춤으로써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딱 내가 찾던, 내가 읽고 싶던 책이었다는 말씀!

 

지은이는 착실히 학교 잘 다니며 영어 공부를 하던 1980년 겨울에 엄마로부터 자신의 뒤를 이어 노동자가 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지만 지은이에게는 '협박'에 가까운 '제안')을 받는다. 물론 거절했지만, 그 집이나 우리 집이나 '부모 이기는 자식'은 없는 모양으로(세상에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던데, 세상이야 어찌 되었든 아무튼 '부모 이기는 자식' 없는 집도 많긴 많을 테다, 라는 잡설 추가), 어쨌든 기자를 꿈꾸던 소녀는 그렇게 학교를 떠나 공장으로 가 노동자가 된다. 공장에서 업무에는 착실했을지 모르나 하지 말라는 짓도 참 많이 했는데, 그 이야기들이 이 책의 중심 이야깃거리이다. 역시 하지 말라는 짓 하는 얘기는 재밌다. 몰래 숨어 영어 공부 하고, 몰래 연애 하고, 심지어는 한밤중의 공장에서 애인과 운우지정을 나누거나(!), 유부남 애인을 만들어 정부(情婦)가 되기도 하고, 복장 단속에 걸릴 법한 옷차림을 하고, 노동자들을 이끌어 학생 운동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여하튼, 파란만장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해 전에 읽은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이라는 책이 자주 떠올랐다. 평양사범대 교수였다가 탈북해 미국에 정착한 한 교수가 북한 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낱낱이 보여준 책으로 기억하는데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놀라움이 이 책을 읽는 중에도 자주 나타났다. 정말 그 사회 속에서 살아보지 않았으면 짐작도 못 해볼, 상상도 못 해볼 그런 삶을, 나는 (다행스럽게도!) 책을 통해서만 만나고 놀라움을 느낄 뿐. 그러고 보니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과 함께, 두 권 모두 추천할 만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