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cat의 혼자 놀기
권윤주 지음 / 미메시스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날개에는 일반적으로 저자의 프로필이 실려 있지.

내가 책을 펴면 가장 먼저 읽는 곳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 책을 집어들고 책날개를 펼쳤다가 나는 깜짝 놀랐단 말이지.

저자 소개가 실려 있어야 할 부분에, 나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좋아하는 게 같은 우리는 동지인 거야! 반갑다, 스노캣!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 잠잘 때 방해받지 않는 것 / 밖에 나갔을 때 볼일을 한꺼번에 다 보고 들어와서 / 며칠동안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 / 그리고 혼자 노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

 

적어도 내 주위에는 아직까지 이런 부분에서 공감을 느끼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거든.

다들 바삐 무언가를 하고 있고, 매일매일 어딘가에 나가고(대부분은 출근을 하겠지), 누군가를 만나 시간을 보내지.

이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나처럼 대문 밖을 나가는 게 엄청 귀찮고, 온종일 집에서 혼자 놀고 싶은 이가 있을 텐데, 바로 그런 친구가 책장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간단하게 생긴(?) 고양이 그림 몇 컷과 짧은 이야기뿐이지만,

아아, 그거면 충분해!

이 고양이의 혼자 노는 이야기들과 그에서 나오는 속내들이, 정말 많은 공감을 자아냈거든.

 



(좌: 당신의 타입은? / 우: 당신이 혼자 놀기에 성공할 확률)

 

자, 여기서 간단한 테스트 두 개.

먼저 좌측 테스트 결과 'C'가 나왔다면 이 책에 공감할 확률 아주 높음. 나는 물론 C가 나왔지.

 

당신은 '반드시' 혼자 놀아야 해요.

 

그러므로 스노캣의 혼자 놀기를 읽으며 깊은 공감에 꺌꺌꺌 웃거나, '맞아맞아!!!' 박수를 치거나, 뭐라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을 느낀 것이겠지.

 

우측 테스트 결과 0개가 나왔다면, 굳이 이 책을 볼 필요가 없을지도. 하지만 4-6개가 나왔다면, 역시, '우리'의 동지 스노캣을 만나보도록!

나는 물론, 4-6개가 나왔지.

 

당신이 혼자 놀기에 성공할 확률 : 꼭 성공할 거예요.

 

그런데 말이야, '반드시' 혼자 놀아야 하는 타입이고, 혼자 놀기에 꼭 성공할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뿌듯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뭔가 나 자신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걸 보니, 나도 어쩌면 혼자가 아닌 여럿이 그리운 것은 아닐까? 그런데도 굳이 혼자 놀기를 하고 있는 것은, 글쎄, 이런저런 어떤, 내가 제어하기 힘든 요인들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꼽아본 이런저런 요인들. 조금은 씁쓸하데. 그래서 또 생각. '역시 나는 혼자 놀아야 해!'

 

그래, 인정하자면, 나도 가끔은 어울리는 게 좋고(그래서 가끔은 어울리고 있고) 나도 한때는 혼자 밥을 못 먹던 때가 있었고,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도 든다고.

그래서 스노캣의 혼자 놀기를 보며 어딘가 측은한 마음('혼자 놀기'에 공감하는 나를 향한 측은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라고.

그건 인정! '혼자 노는 게 세상에서 가장 쉬웠어요!' '혼자 노는 게 제일 좋아!' 정도의 '혼자 놀기 지존'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거 같아.

괜히 씩씩한 척(?)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가끔은(어쩌면 자주) 정말로 혼자 놀고 싶을 때가 있다고. 몇날 며칠이고 문 밖에 나가지 않고,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상자를 뒤집어 쓰든 오징어 가면을 쓰든, 탁자 밑에 들어가든 책상 밑에 들어가든 나를 감추며 혼자 놀고 싶을 때가 있다고. 그리고 그렇게 혼자 즐기는 시간은, 결코 외로움 따위는 찾아들 수 없는, 내가 나와 만나는 또다른 만남의 시간이라고. 내게는 정말 값진.

그러니, 내가 그렇게 혼자 놀 때는 나를 억지로 끄집어내려 하지 말아 줄래?(이건 요즘 우리 조카가 잘 쓰는 말투. "이모, 장난감 좀 꺼내 줄래?"-_-;;;)

남보기엔 '궁상'떠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는 정말 혼자서 신나는 시간 보내고 있는 중이거든.

"처량 맞게 집에 혼자 있지 말고 같이 나가자!" 엄마의 이 말이 나는 가끔 슬프다고.

 

나는 진심으로, '혼자 놀기'가 좋은 때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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