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 행복한 비움 여행
최건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주말에 문경새재에 다녀왔다.

봄이 왔는지 겨울이 돌아오는지 분간할 수 없던 날씨가 이번 주말만큼은 확실한 봄날의 기운을 뿜어내주었다.

그리하여 화창하고도 화창한 5월의 문경새재를 마음껏 감상하며 행복지수를 가득 충전해올 수 있었다.

 

이번에 문경새재를 걸으며 나는 내가 가보지 못한 수많은 아름다운 곳들을 떠올렸다.

내가 집안에서 시간의 흐름도 모르고 사는 동안, 그곳들에서는 끊임없이 아름다운 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자연의 향기가 떠돌겠지.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삶에 감사하게 되는 축복이 가득한 곳들.

그렇게 내가 속으로 그리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제주이다.

 

아직, 제주를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다.

 

바다를 건넌 적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매번 바다와 함께 국경도 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제주는 어쩐지 내게, '국경 밖'의 느낌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를 건너가면, '국경 안'이 아닌 '국경 밖'이 존재할 것만 같은 이 기분이라니.

하지만 제주는 '국경 안'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국경 안'의 정서가 살아 숨쉬는 곳, '국경 안'의 풍경이 빛나고 있는 곳.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 마음속 제주의 이미지를 조금씩 새로이 하고, 제주를 향한 그리움을 조금 더 많이 키웠다.

애초에 바란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제주를 더 많이 그리워할 수 있길, 그리하여 빠른 시일 내에 제주로 떠날 수 있길.

 

한 권 가득 제주 이야기만 담긴 책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다.

이 책은 제주 이야기 중에서도 제주 올레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다.

제주 올레 열두 길을 소개하며 그 길 위에서 저자가 본 것, 느낀 것, 맛본 것 등을 들려준다.

'제주'가 내게 주는 느낌 때문일까, 내 멋대로 간질간질하고 감성적인 글일 거라 지레짐작하고 읽었는데, 글은 의외로 투박한 질그릇의 맛이 났다. 마음을 간질이고 구름 위에 뜬 듯한 느낌을 주는 문장들은 아니었지만, 마음을 비워내는 듯한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마음으로 따라 '걷는' 올레길도 나쁘지 않았다. 함께 실린 사진들도, 차분한 글의 영향인지 마음을 들뜨게 하기보다는 어딘가 숙연하고 진지해지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내 마음속 제주가, 새로워졌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준 5월의 문경새재를 생각하니, 제주로 떠나고픈 마음도 더욱 굴뚝같아진다.

제주에서는 또 어떤 느낌의 행복을 충전할 수 있을까? 제주는 내게 어떤 향기를 선사해줄까?

제주, 제주, 제주!!! 아아, 제주 올레를 걸어보고 싶어, 역시 마음이 간질간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