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톰스 캐빈 아셰트클래식 2
해리엣 비처 스토 지음, 크리스티앙 하인리히 그림, 마도경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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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셰트 클래식 시리즈로 <엉클 톰스 캐빈>을 만났다.

 

프랑스 출판그룹 아셰트(Hachette)의 '아셰트 클래식 시리즈'는 클래식 문학의 원전을 완역해 독창적 일러스트를 곁들여 보여주는 시리즈다.

<해저 2만리>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 된 이 책을 통해 '아셰트 클래식 시리즈'를 알게 되었는데, 아, 소장가치가 대단하다.

 

'원전을 완역하고, 작품의 배경이 된 19세기의 노예무역과 노예들의 생활상, 노예제도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까지 묘사한 일러스트를 더한 프랑스 최고 출판그룹 아셰트의 역작!'

완역된 원전을 읽는 맛 뿐 아니라,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모습을 생생한 일러스트를 통해 만날 수 있으니,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어렸을 때 어린이 문고로 <엉클톰스캐빈>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생각한 내용이 아니었다.

아마 읽고 헷갈리거나, 읽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읽었다고 착각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누가 그자를 내 주인으로 만들었지? 난 그게 알고 싶어!"

 



생각해보니 노예 제도에 관한 책을 읽은 건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노예 제도의 실상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나도 내내 그들과 같은 의문을 품었다.

누가 그들에게 그들 삶의 주인을 만들어 준 거지?

 

늘 들어왔지. 내 삶의 주인은 나,라고.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니었다. 그들 삶의 주인은, 말 그대로 그들의 소유권을 지닌 '주인'이었다. 그들은 결혼도 할 수 없고, 밤낮으로 주인을 위해 일해야 했으며, 주인에 의해 피붙이와 떨어져 여기저기로 팔려 나갔으며, 자유를 찾아 나섰다가 '인간 사냥꾼'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누가, 왜, 그들을 '사람'이 아닌 '검둥이 노예'로 만든 거지?

누가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백인이 흘리는 눈물과 다르다고 말하는 거지?

 

이 책에서도 그 질문에 대한 그들(주인들)의 답변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그들이 노예 제도의 근거로 들고 있는 건, 세상에나, 성경이었다.

성경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성경에 정말 흑인들은 백인들의 종이 되어 고생을 하라는 문장이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책에 인용된 몇 구절에서는 '검은 땅'이니 '저주'니 '종'이니 하는 단어들이 정말 나왔다.(특히 아이티는 구제할 수 없는 저주 받은 땅,이라는 식으로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최근 벌어진 아이티 참사 때문에, 아이티라는 단어는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것도, 그 옛날 유대인이 예수를 부정해서라고 했던가?

그럼 흑인이 백인의 노예가 되어 그런 참혹함을 겪어야 했던 것도, 예수에게 선을 베풀지 않아서란 말인가?

기독교에 대해서, 성경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는 내가 경솔하게 뭐라 말할 문제는 아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성경이 몹시 읽고 싶어졌다. 성경에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바람은 눈썹이 검은지 갈색인지 묻지 않고 불어준다."

 

아아, 톰 아저씨.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과 일화가 다 실제 이야기에 근거한 거라는데, 그렇다면 그 '톰 아저씨'야 말로 '예수'같은 사람이 아닐까.

자기가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어야 하는 근거가 되어주고 있는 성경을 오히려 보물처럼 아끼면서 늘 하늘의 말을 듣기 위해 마음과 귀를 열어 두고, 자신의 믿음대로 실천하는 사람.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지언정 선이 아니면 행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 참혹하게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오히려 신의 나라로 간다는 생각에 평온하고 평화스러워진 사람.

톰 아저씨의 신앙은, 내 마음도 살짝 움직일 뻔했다.

종교를 가진, 신앙이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더욱 감동적인 소설일 거 같다.

(그런데 희한하다. 누군가는 성경을 근거로 노예제도를 옹호하고, 누군가는 기독교인으로서 노예제도를 반대하니. 설마 그들의 성경은 서로 같지 않단 말인가?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해 이런 의문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속의 수수께끼다.)

 

 

어찌 되었든, 이 책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많은 질문을 던져 준 책이었다.

톰과 에반젤린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모습에는 정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냥 '그 이야기 알아' '그 책 어렸을 때 읽어본 거 같애' 하고 지나치지 않고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밤이 거의 다 지나고 자유의 새벽별이 그들 앞에 밝게 떠올랐다. 자유! 얼마나 감격적인 말인가! 자유는 무엇인가? ……

조지에게 자유는 인간이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서 존재할 권리였다. 품속의 아내를 아내라고 부를 권리였다. 그리고 아내를 무법적인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권리였다. 자식을 보호하고 교육할 권리였다. 자기 가정과 종교를 지키고 개성을 지니는 한편, 타인의 뜻에 굴복하지 않을 권리였다.(593)

 

(나는 미처 '권리'라고 생각해보지도 않은 지극히 당연한 그 '권리'를 갖기 위해, 자유를 찾아 나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나의 이 '권리'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이런 권리를 당연히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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