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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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김연수의 문장배달'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그때 플래시에서 보여지는 그림과 글과 잔잔하게 흐르던 음악, 그리고 제목까지 모두가 아름다워 읽지도 않은 이 책에 반하고 말았는데, 반 년도 더 지나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 소설 <모던보이(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지민의 소설집이다.

 

표제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먼저 플래시로 살짝 맛보았기에 그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긴 생머리 소녀를 닮은 집과, 그 집 앞에서 어린 소년이 되어 추억의 길을 걷는 남자, 그 집을 질투하다가 그의 가슴 속에서 그녀와의 추억을 담은 작은 길을 발견하는 여자. 내 마음속에 수갈래로 나 있을 추억의 길들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많은 고통을 겪은, 성형수술 중독에 걸린 '대천사', 나이 서른 일곱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예쁜 커피숍을 차렸지만 정작 그 카페가 온전해 질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카페를 포기하고 나서인 '오늘의 커피', 청첩장까지 찍어놓고 약혹자가 여고생과 원조교제로 감옥에 들어가버린 '서른 살이 된 롤리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아기 방 가득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모아온 키티 인형으로 장식을 해 놓고 잠시 집을 나가버린 '키티 부인', 남편의 불륜을 눈치채고 자신도 맞짱 불륜으로 맞서는 '불륜 세일즈', 하얀 옷을 입고 등장한 미모의 여인에게 동전 몇 개로 영혼을 팔아버린 '영혼 세일즈', 고급 밀폐용기 타파웨어 안에 숨겨진 보물, 그리고 그 안에 타임머신처럼 숨겨진 과거의 기억들 '타파웨어에 대한 명상', 아름다운 신혼여행지에서 만난 신혼부부가 알고보니 불륜 커플? '허니문'.

 

원조교제니 불륜이니 성형중독이니 하는 다소 눈쌀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일들에 목소리를 높이거나 자극적인 묘사 같은 것은 일절 없다. 모든 이야기가 조곤조곤 아름다운 목소리로 흘러나와 참 예쁘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아름다운 제목과 표지가 한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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