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크레파스 웅진 세계그림책 4
나카야 미와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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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구입한 <까만 크레파스>는 우리 딸아이가 꽤나 은애하는 책입니다. 

유난히 색 익히는 게 더디지만  

(막말 잘하는 아빠는 색맹 아냐? 라 반문했고, 

엄마는 한발 양보해서 색치--;;;가 아닐까 의심했죠.) 

친구를 워낙 좋아하시는 딸내미인지라 

다양한 컬러 친구들이 나와서 서로 아웅다웅하는 이 책을 무척이나 사랑했죠. 

크레파스 곽이 갑갑하다고 뛰쳐나온 노랑이가 나비를 그려보고는 

꽃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분홍이와 빨강이를 꼬셔 코스모스와 튤립을 그리죠. 

견물생심이랄까, 꽃이 생기니 줄기도 있어야 하므로 

연두와 초록이 불려나오고  

꽃이 있으니 나무랑 땅도 있어야겠고,  

땅이 있으니 하늘과 구름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 

크레파스 친구들은 줄줄이 불려나옵니다. 허나 까망이는 할일이 없어 소외되죠. 

소외됐던 까망이는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싸우는 알록달록 크레파스 친구들의 작품을 

온통 까맣게 칠하고 샤프 형의 도움으로 불꽃놀이라는 걸작을 탄생시킵니다. 

그제야 까망이와 함께 하는 크레파스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딸아이에게 누구나 한가지씩 달란트가 있고, 그것은 모두 소중한 것이라는 

많이 교훈적인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으로 <까만 크레파스> 읽기를 마친 어느날 밤... 

드럼 위에 앉아 친구들에게 책 읽어주는 시늉을 즐기는 우리 딸아이가 

가상의 친구들에게 책을 펼쳐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까망이와 빨강이가 결혼을 했대요... 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텍스트 안에 머물지 않고 엉뚱하게 결혼을 했다는 시나리오를 쓴  

딸의 상상력에 한바탕 크게 웃었답니다.

 

p.s. 

이건 순전히 취향의 문제겠지만, 저는 일본 동화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항상 갸웃거려요. 

뭐랄까, 다소 성의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조잡해보이기도 하는 그림체라고나 할까. 

유난히 예쁜 일본 애니메이션들 혹은 만화 그림체와 많이 다른 거 같은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그래서인지 저희 집엔 일본 동화작가가 그린 책이 몇권 안된답니다. 

희한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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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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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갈 때도 한글을 다 익히지 못했던 엄마 세대와 달리, 

다섯 살이면 벌써 한글을 읽고 심지어 알파벳도 아는 요사이 아이들의 틈바구니에 있는 우리 딸. 

유난히 발육이 좋아 큰언니 같은 아이지만, 12월생인지라 은근히 지적 성장은 더딘 편이라 

글자나 숫자를 잘 모르는 아이에게 우리는 까막눈이라고 놀려댑니다. 

아이가 글자를 스스로 익힐 때까지 조바심내지 말고 기다리자는 느긋함과 달리, 

이상하게 친구 관계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곤 합니다.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다섯살 아이에게

친구와 공유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려할 줄 알았으면 하는 기대로 

읽어주는 책이 바로 <무지개 물고기>죠.  

예쁜 은빛 비늘을 가진 무지개 물고기,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탓에, 

다른 물고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지만 잘난 체 하며 혼자서만 다니던 그가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빛 비늘을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고 

진정 행복하고 충만해지며 함께 사는 것에 대해 깨닫는 바다여행이 

담담하지만 의미심장하게 펼쳐집니다. 

"내 꺼야"만 줄창 외쳐댔던 네 살적 경험을 회상하며 

이제는 다섯살 언니가 되었으니 "같이 놀자"고 한다는 딸아이를 보며 

한 뼘씩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책과 좀 더 좋은 기억들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  

<무지개 물고기>를 열심히 읽은 덕인지 

딸내미는 같은 반 친구들 중에 친구들을 제일 잘 돕는 아이라는 평을 듣고 

친구들한테 인기가 높아 집에 놀러오라는 초대를 자주 받아 

엄마를 뿌듯하게 하네요.  

 

p.s. 무지개 물고기가 가진 반짝반짝 은빛 비늘이 너무 예뻐요. 

그래서 아이들이 더욱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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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6
존 버닝햄 글.그림, 박철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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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된 딸아이에게 계절을 알려주는데 좋을 거 같아 도서관에서 빌렸어요. 

색채감은 정말 최고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의 서두를 떼는데 

나무 한 그루의 변화상으로(파릇파릇 싹이 움트고, 녹음이 푸르르고, 단풍이 들고, 

앙상한 가지에 눈꽃이 피는) 표현한 점이 버닝햄 아저씨답죠. 

색깔에 유난히 취약한 딸아이에게 색깔의 차이도 알려주고 

나무의 이미지로 계절을 쉽게 느끼게 해서 좋아요. 

요사이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동요 <Four Seasons>이란 노래를 곁들여 

듣고 보고 노래하고 춤추는 사이, 자연스럽게 시청각으로 맛보게 됐네요.  

마침 어린이집에서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나 베토벤의 바이올린 연주곡 <봄>을 

듣고 율동으로 표현하는 활동까지 해본 아이는 계절 얘기가 나오면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이 많은지 종알종알 얘기가 많네요. 

다만,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책(사계절)이다 보니, 겨울에 비가 많이 온다거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노래(Four Seasons)다 보니, 가을에 학교에 간다는 등 

한국의 실정과 다른 부분이 눈에 띄는데 

이런 부분은 오히려 문화의 차이를 알려주는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 

개인적 취향일 테지만,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정보를 주려는 책보다는 

은근하게 정서로 다가가는 책이 더 효과적이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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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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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우리 딸이 돌 지나면서부터 자주 보여주었어요.

그림체가 선명하고 배경이 복잡하지 않고,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아이가 보기에 썩 괜찮았죠.

우리 딸이 젤 처음 좋아했던 책은 엄마 사랑을 쇄뇌시키고자 읽혔던 <우리 엄마> 였고,

동물에 부쩍 관심이 늘면서 <고릴라>랑 <동물원>도 좋아하게 됐죠.

늘 엄마랑 책을 읽다가 어느날 아빠가 <우리 아빠 최고야>를 읽어줬더니

너무너무 좋아하는 거에요. 아빠는 엄마랑 책 읽는 스타일이 다른 데다가

아빠와 공감대가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았던 게죠.

아빠도 딸이 좋아하자 덩달아 좋아 다른 책에 도전했죠.

하필이면 <돼지책>을 말이죠.

사실 개인적으로 앤서니 브라운 작품 중에 <돼지책>이 백미라 생각하면서도

책장 안쪽에 넣어두고 딸에게 읽어주진 않았어요. 그 까닭은...

 

엄마한테 이것저것 요구하고, 손하나 까닥 않는 세 부자와

설거지며 침대 정리며 바닥 청소를 하고 나서야 간신히 일 하러 나가고

퇴근 후에도 설거지 하고 빨래 하고, 다림질 하고, 먹을 것을 조금 더 만드는 엄마.

팔자 좋은 세 부자의 생활은 밝고 선명한 유채색이지만

심신이 고달픈 엄마의 하루일과는 황달빛이죠.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너희들은 돼지야"라고 쓰인 쪽지 한장 달랑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엄마의 한 마디가 주문이 되어 집안은 온통 돼지우리가 되고 세 부자도 돼지로 변하죠. 

먹을 것은 다 떨어지고 집안의 모든 그림이 돼지로 변해버릴 즈음,

홀연히 엄마가 나타납니다.

엄마 앞에 무릎 꿇고 꿀꿀꿀꿀 사죄하는 세 부자 돼지들.

아빠 피곳 씨는 설거지를 하고 두 아들 패트릭과 사이먼 침대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혹독한 돼지 생활을 겪은 세 부자는 엄마에게 맛있는 요리까지 대접하죠.

그렇다면 엄마는 어떻게 됐을까요?

엄마는...차를 수리했습니다.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남편의 목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작아집니다.

설거지를 하며 남편의 낭독을 듣던 저는 속으로 웃었죠. 찔리나 보지?

책을 탁 덮는 남편의 한 마디.

"선유야. 우리 엄마한테 잘 해야겠다. 안그럼 우리 꿀꿀꿀 꿀돼지 될지도 몰라."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청소를 합니다.

우리 딸 교육을 위해 구입한 책이었는데 남편 교육에 효과 만점이었죠.

사실 우리 남편은 집안일을 꽤 잘 거들어주는 편입니다.

주말이면 김밥도 싸고 떡볶이도 만들어주니까요.

근데 <돼지책>의 아빠처럼 정말로 손하나 까닥 않는 남편분이라면

오히려 이 책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땐 어떡해야 할까요?

책에 나와있습니다. 극약처방일지라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돼지책>을 읽으면서

여자인 우리 딸에게는 여자라는 이유로 힘든 일은 무조건 남자에게 떠넘겨선 안된다고

말해준답니다.

조금 더 크면 차이는 인정하되, 평등을 원한다면 그만큼의 행동은 뒤따라야 한다고

말해주렵니다.

<돼지책>을 읽고 남편은 청소를 시작했는데 저는 무엇을 했을까요?

<돼지책>의 엄마가 차 수리를 한 것에서 힌트를 얻어서

장롱면허를 되살려 운전을 시작했답니다. 우리 딸 픽업 정도는 할 수 있도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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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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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놀러간 동물원 안엔

수많은 동물과 사람들

동물이 사람인지

사람이 동물인지

누가 누굴 구경하는지 몰라

 
   

                                                                                        - 낯선 사람들 '동물원' 중에서

 

옛날에 가수 이소라가 몸담았던 낯선 사람들이라는 혼성 그룹이 있었는데

그들이 불렀던 노래 중에 '동물원'이란 노래를 들으며 공연히 섬뜩했었다.

코끼리며 기린이며 무슨 무슨 원숭이를 보며 좋아라 하는데

정말 내가 동물을 보고 있는 걸까?

동물들이 나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마치 데이비드 위즈너의 <1999년 6월 29일>에서

어느 소녀가 날려보낸 씨앗들이 거대한 채소가 되어 내려와

온 나라가 떠들썩한 와중에

몇 가지는 소녀가 아니라 외계인들이 뿌린 거였다는 모종의 음모이론처럼

머나먼 외계에서 자신들이 동물을 구경하는 줄로 착각하는 인간들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몰래카메라처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도 낯선 사람들의 노래 '동물원'과 흡사한 뉘앙스다.

 

단란한 가족처럼 동물원 소풍을 왔지만

아빠는 전혀 웃기지 않은 농담을 던져놓고는 혼자 우스워 죽고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무료하게 있거나 사람들을 외면하고

사람들은 무슨 짓이라도 해보라며 동물들을 향해 소리치고 탕탕 두드리고 

원숭이 모자를 쓴 두 아들은 서로 물고 뜯고 할퀴고 때리고 

툭탁대며 싸우는 원숭이를 보던 엄마는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라며 한숨짓는다.

사람이 동물을 보는 건지, 동물이 사람을 보는 건지,

그도 아니면 사람도 동물도 서로를 보지 않고 따로 노는 건지,

물과 기름처럼 겉돌며 각자의 동물원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들처럼.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속 가족들은 그다지 동화풍은 아니다.

나름 콩가루 집안이지만 딱히 화해의 이벤트도 없다.

싸우는 아들이랑 싸우는 원숭이를 견주며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네"라고 읊조리는 <동물원>의 엄마처럼

집안에서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곰처럼 웅크리고 앉은 세 부자를 묵묵히 견디다

"너희들은 다 돼지들이야!"라는 쪽지 하나 남기고 훌쩍 집을 떠나버리는 <돼지책>의 엄마처럼

가족의 모습을 심드렁하지만 날카롭게 묘사하는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방식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동물원을 다녀온 후에도 제멋대로일 세 부자와 심드렁할 엄마, 콩가루 집안의 모습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동물원 방문의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파란만장한 동물원 나들이를 마친 밤, 첫째 아들 놈은 꿈을 꾼다.

자신이 우리에 갇힌 꿈을. 

그리고 꿈 속에서 동네 나무도 집도 모든 것이 다 우리에 갇힌다.

동물들이 얼마나 갑갑할지 역으로 생각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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