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 - Million Dollar Bab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위의 사진 같은 쇼트에 전율했다.
교과서에 나옴직한 인물 쇼트들...
두 인물을 각자의 시선에서 보여준 다음
카메라의 시점으로 한꺼번에 화면에 담아버리는 쇼트들.
근래 영화들에 좀처럼 쓰지 않는 정통적 카메라워킹,
그 익숙한 낯섦이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가치다.

누군가 지적했던 뻔한 클리쉐들.
제 삼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지나친 감정이입이나 개입을 하지 않는 드라마 투르기,
반칙을 일삼는 악역 캐릭터, 골치덩어리 가족 캐릭터...
그러나 그것들을 한치 흐트러짐 없이 정확히 배치함으로써
감동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젊은 감각의 패기도 재치도 신선함도 좋지만
정공법으로 공략해서 마침내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얼굴을 뒤덮은 자글자글한 주름만큼이나 온몸에 대가의 연출기법이
각인되어버린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올인!

-근경, 중경, 원경을 화면에 담아내는 솜씨가
가히 세계 거장 반열에 오른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서는
이런 감동을 받을 수 없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메모리얼 커트.
홀로 샌드백을 두드리는 힐러리 스웽크에게 차례로 접근하는
모건 프리먼과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잡은 커트.
화면 상단에 위치한 두 사람의 하체에만 조명이 비추고
정작 그들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버린다.
그녀의 열정에 끌리지만 여전히 망설이는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보여준다.

-메모리얼 신
권투 도장 관리를 대가로 숙식을 해결하는 모건 프리먼의 캐릭터를
동선으로 보여주는 신.
공간의 천장 귀퉁이에 카메라를 두고
사물함을 정리한 뒤 서부식 미닫이를 열고 나오는 모건 프리먼을
45도 각도에서 잡는다.
인물에 너무 다가가지도 않고 너무 멀리 떨어져있지도 않고
또한 지나치게 전지적 시점도 아닌 거리와 각도의 황금비율...
숀 펜이 연출한 <플레저>에서도
집을 나서는 잭 니콜슨을 비슷한 카메라워킹으로 보여준다.
이창동의 <박하사탕>에서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영호의 여관방 신과는
감정 정도가 다른 탓에 카메라 위치가 다르긴 하나
그래도 수십 수 위다.

-메모리얼 릴레이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모건 프리먼의 관계는 정말로 환상적이다.
공감과 반감, 미안함과 서운함,
그리고 오랜 세월 희노애락을 같이 함으로써 체득한 동정심.
티격태격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도 상대를 비하하는 관계의 깊이를
간결한 대사와 뛰어난 연기로 묘사되었다.

-메모리얼 엔딩
힐러리 스웽크와 함께 갔었던 레스토랑,
레몬 파이를 먹으며 레스토랑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하지만 성에 낀 창밖에 자리잡은 카메라는
레스토랑 내부를 희미하게 보여주고
당연히 이스트우드의 모습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의 회한과 그리움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기는 엔딩.
또한 화자인 모건 프리먼이 절대 목격할 수 없는
막연하게 짐작만 할 뿐인 엔딩은
영화의 진행방식과도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메모리얼 에로스
불구가 된 힐러리 스웽크의 뺨에 키스를 하는 이스트우드.
그 아슬아슬함에 순간 찌릿+아찔.

-메모리얼 패션
병실 의자에 앉아 힐러리 스웽크를 위로하는 이스트우드.
청자켓과 트레이닝 스타일의 자켓이 너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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