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책 파는 법 - 온라인 서점에서 뭐든 다하는 사람의 기쁨과 슬픔 땅콩문고 시리즈
조선영 지음 / 유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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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 MD라는, 그동안 몰랐던 세계를 알려주는 책. 화면 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어서 무척이나 신기하고 재밌었다. 이 출판사의 시리즈를 전부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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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광기와 우연의 역사 (최신 완역판) -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 츠바이크 선집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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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에피소드 모두 재미있는데 황금의 땅 엘도라도, 레닌, 미국 유럽 간 해저 케이블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읽는 내내 막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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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광기와 우연의 역사 (최신 완역판) -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 츠바이크 선집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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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정신의학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혹은 과학사에 족적을 남긴 우연한 발견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커다란 역사의 사건 뒤에 숨겨진 어떤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테면 워털루 전투에 대해 쓰면서 나폴레옹이 아닌 그루쉬를 주인공으로 삼고, 스페인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인 잔혹한 행위에 대해 쓰면서 피사로가 아닌 발보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아는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 튀어나오고, 전혀 모르는 이야기인 듯 싶다가도 모두가 아는 결말로 끝나게 된다. 그런 글이 열네 편 실려있다. 거의 모든 문장이 현재형으로 적혀 있어서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살아숨쉬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글은 '황금의 땅 엘도라도의 저주'와 '봉인 열차'다. '황금의 땅' 이야기는 서터라는 사람과 캘리포니아, 그리고 골드러시에 얽힌 이야기인데 이렇게 엄청난 이야기가 실화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 정도로 다이내믹할 수가 있을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더 이상은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쓸 수 없다.)


'봉인 열차'는 누구나 다 아는 레닌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혁명 시기의 레닌이 아니라 혁명 이전 스위스에서 구두 수선공 세입자로 살던 시기의 레닌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읽어본 다른 역사책에는 1917년 2월 혁명이 발발하자 당시 국외 망명 생활 중이었던 레닌이 독일이 마련해준 특별 열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핀란드역으로 귀국했다고만 쓰여있었다. 혁명 이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다른 에피소드들은 거의 다 어떤 사건 혹은 인물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데 레닌의 경우 제일 재미있는 지점에서 서술을 끝내버린다. '여기서 끝내면 어떡해!!제발 좀더 써주세요!!'를 외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괴테, 헨델에 관한 내용은 쪼오끔 재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이것은 개인적인 호불호의 문제이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발은 책 전반적으로 고르게 훌륭하다. 심지어 톨스토이에 관한 챕터는, 톨스토이의 미완성 희곡 작품에 덧붙여 슈테판 츠바이크가 짧은 희곡 하나를 쓴 것인데, '뭐야, 희곡? 재미 없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다가 완전히 빠져들어버렸다. 그리고 유럽이랑 미국 사이에 전신 연결한 이야기, 이것도 정말 재미있다.


이 책에서 특히 좋은 점은 지도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동로마 제국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 장소의 지도, 발보아가 이동한 경로의 지도가 있어서 좋았다. 이거 없었으면 이해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번역도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막히거나 갸웃거리는 부분이 한 군데도 없었다. 이 번역가가 츠바이크 선집을 쭉 번역하신다면 계속 따라가면서 읽을 생각이다. 역자 해설도 읽으면 도움이 된다. 키케로와 츠바이크를 엮어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해설을 읽고 나니 키케로 챕터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글을 너무 잘 쓴다는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이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볼 생각인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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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색하는 인간은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리기 때문에 결정적 순간에 행동하는 경우가 드물다. 역사에서 이런 비극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울려 나온 소리는 차곡차곡 벽돌처럼 쌓이며 보이지 않는 탑이 되어갔다. 천재가 짓는 투명한 건물은 그림자 하나 없이 찬란하게 위로 쑥쑥 솟아올랐다."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그를 끌어 올려서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명징한 감각의 세계로 데려가더니 이제 그를 내동댕이쳐 버렸다. 몽롱한 피로감이 그를 덮친다. 그는 죽은 사람처럼 깊이 잠든다. 그러는 동안 그의 내면에 깃들었던 창조자, 시인, 천재는 다시 죽어버린다."


"이 진지한 사람들이 그 와중에 겨울의 정점인 6월에 멋진 성탄절 파티를 했으며 「사우스 폴라 타임스South Polar Times」라는 익살스러운 신문을 펴내며 즐거워했다는 기록을 읽으면 뭉클해진다. 예를 들어 고래가 나타난 일, 조랑말이 넘어진 일과 같은 자잘한 일들이 엄청난 사건이 되고, 작열하는 오로라, 끔찍한 혹한, 상상을 초월하는 고독감 같은 대단한 일들이 익숙한 일상이 된 삶은 묘한 감동을 준다." 


"우연한 성공과 손쉬운 성취를 보고 고무되는 것은 명예욕에 불과하다. 한 인간이 막강한 운명을 상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벌이다가 몰락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우리의 마음을 드높이는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어느 시대에나 가장 위대한 비극이다. 시인은 몇 차례 그런 비극을 만들어 내지만 삶은 수도 없이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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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책 파는 법 - 온라인 서점에서 뭐든 다하는 사람의 기쁨과 슬픔 땅콩문고 시리즈
조선영 지음 / 유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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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파는 법>의 부제는 ‘온라인 서점에서 뭐든 다하는 사람의 기쁨과 슬픔‘이다. 온라인 서점 MD가 어떤 직업인지, 출근해서 뭘 하는지, 책을 팔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지 말해준다. 아주 오랫동안 온라인 서점을 이용했지만 정작 온라인 서점 MD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뭘 하는지는 정확히 몰랐기에 '재밌겠다'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저자, 글을 상당히 잘 쓰신다. 막히는 부분 없이 잘 읽힌다. 무엇보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얼마 전에 해외 출판 편집자가 쓴 책은 주제에서 벗어난 글이 너무 많아서 읽다가 중단했다. 일관되게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온라인 서점 MD가 출판사에 연락해서 책을 주문하고 그 책들을 판매해서 서점의 매출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온라인 서점 MD라고 하면 막연하게 여러 가지 책을 읽고 구매자들에게 추천할 책을 고르고 간략한 리뷰글을 쓰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MD 추천‘란에 들어가는 그런 글 말이다. 그런데 이분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책 재고 주문부터 하는 사람들이었다. 


온라인 서점 MD의 출근 시간은 8시.(이분은 예스24 직원이다.) 상당히 이른 시간이다. 출판사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회사에 도착해서 전날과 새벽에 들어온 주문서들을 싹 검토해서 책 주문을 넣는다고 한다. 아니, 나는 이런 건 시스템이 알아서 하는 건 줄 알았다. 일일이 고객들의 주문량을 검토해서 오늘은 이 책을 몇 권 주문해야 하는지 정하는 직원들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21세기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세상에도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온라인 서점 MD의 책 주문 작업이라는 게 정말 흥미롭다.


온라인 서점 MD는 재고를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사들이고(당연히 많이 사야 싸다) 그 책들을 얼마나 많이 파는가, 로 승부를 보는 직업이다.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해서 사들인 책들이 생각보다 안 팔릴 때는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MD도 많이 주문할 땐 즐겁다. 많이 주문할수록 공급가 조정도 좀 더 수월하니 원래 가격보다 3~5퍼센트 낮춰서 사들이면 정말이지 신이 난다. 문제는 책이 안 팔려 지옥을 맛볼 때다. 아무리 스테디셀러라고 해도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판매는 자연 감소하게 되어 있다. 더 이상 책을 쌓아 둘 공간이 없으니 안 팔릴 것 같으면 주문 좀 하지 말라는 물류센터 담당자의 항의에, 특별한 판매 계획이 없으면 출판사로 반품하라는 팀장의 통보 메일을 받아 보시라. 사들일 때의 흥겨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쪼그라든 죄인이 되어 지옥을 맛본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전화를 걸어 “혹 반품이 가능할까요”라고 어렵게 입을 뗀다. 내가 보낸 대량 주문 발주서를 받으실 땐 웃으셨던 부장님의 깊은 한숨이 전화기 너머로 들리니, 나는 더욱 움츠러들어 작아지고 또 작아진다. “아, 알겠습니다. 반품은 역시 어렵겠죠. 대신 굿즈 제작비 지원은 가능하실까요……?"」


출판사에 전화해서 책을 반품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온라인 서점 MD의 괴로움이라니...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 했다. 책 판매는 오로지 출판사의 사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온라인 서점 MD는 때로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하지 않는 일을 해야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책의 크기와 무게를 재서 기입하는 일 같은 거 말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들어보면 직관적으로 아는 정보들을 온라인 서점에서는 알 수 없으니 그런 걸 구매자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것도 어디선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는데 MD들이 일일이 가로세로 길이 재고 저울에 무게 달아서 기입했다고 한다.(지금도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예전에는 그렇게 했다고 한다.)


굿즈 관련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알라딘 서점이 굿즈로 대박을 치고 나서 다른 온라인 서점들도 너도나도 굿즈 전쟁에 뛰어들었던 기억이 있다. 저자는 굿즈의 진화를 굿즈 1.0시대부터 3.5시대(현재)까지 나누어 설명한다. 굿즈의 진화 과정을 지켜봤기에 새록새록 옛날 기억이 떠올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내 혈압을 오르게 한 부분이 있다. 바로 '띠지'다. 저자는 웹상에 띠지 두른 표지를 올리느냐 마느냐를 두고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의 의견이 갈리는 것을 '띠지 갈등'이라고 표현했다. 출판사는 띠지가 책 판매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면서 띠지 두른 표지를 웹에 올리기를 원한다. 온라인 서점은 띠지 없는 표지를 올리기를 원한다. 웹에 띠지 두른 표지를 올리면 구매자들은 띠지도 엄연한 상품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배송 중에 띠지가 훼손될 경우 책을 아예 바꿔달라고 항의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 입장에서는 띠지가 골치 아픈 존재다. 


하지만 띠지 갈등을 논할 때, 출판사도 온라인 서점 관계자들도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전자책 구매자들의 불편함이다. 책을 받아서 띠지를 제거할 수 있는 종이책 구매자들과 달리, 전자책 구매자들은 웹상에 있는 표지에서 띠지를 벗길 수가 없다! 띠지를 입힌 채로 웹에 올리면 내 전자책 책장에도 그 띠지 두른 표지가 보여지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띠지를 선호하지 않는데, 특히 사람 얼굴이 들어간 띠지는 정말로 선호하지 않는데, 온라인 서점이 띠지 두른 표지를 올려버리면 아무런 선택권도 없이 그 표지를 간직해야만 한다. 나는 그게 온라인 서점의 횡포라고 생각했는데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었다니, 대충격이다.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전자책 관련 네이버 카페에 '띠지 없애기 캠페인'을 벌이는 분이 나타나셨다. 그 분은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서 웹에 올리는 표지에서 띠지를 제거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신다.(그 분은 그게 출판사의 정책이라는 걸 진작에 알고 계셨나보다.) 그 메일을 보고 실제로 표지에서 띠지를 제거해준 출판사가 있고 그런 요청 따위 사뿐히 무시하고 띠지 두른 표지를 고수하는 출판사도 있다고 한다.


제발 출판사들이 띠지에 대한 집착을 버렸으면 좋겠다. 아니면 띠지를 따로 촬영해서 이 책을 사면 이런 띠지가 나간다고 안내를 해주든지.(그럼 온라인 서점MD의 일이 엄청나게 늘어날테지만.) 아무튼 나는 띠지 없는 표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바이다.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 간에 ‘띠지 갈등‘이 벌어졌을 때 부디 온라인 서점이 승리하시어 깔끔한 표지가 웹에 등록되기를 바란다.


고개를 갸웃하게 했던 것은 리커버에 대한 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몇몇 환경 관련 책을 리커버하면서 나무 심기라는 공익적 활동까지 묶은 이벤트를 기획한 적이 있다고 한다. 리커버와 환경 운동, 올바른 조합인건지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매대에 깔린 책이 이 모두 소진되고 나서 이왕 새로 찍는 거 새로운 표지로 바꾸겠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리커버 되는 책들 중에는 유행따라, 계절따라, 판매부수 따라 책표지를 갈아치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봄에는 벚꽃 에디션을 출시하면 잘 팔린다고 한다.)


책을 굿즈처럼 소장하는 팬덤을 지닌 작가들의 책은 리커버 할 때마다 판매량이 늘어날테니 출판사나 온라인 서점 입장에서도 욕심나는 작업일테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것도 하나의 마케팅이니 리버커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환경 운동과 묶은 리버커라는 말이 가능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환경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전자책을 홍보하는 건 어떨까. 전자책은 종이도 필요없고 인쇄도 필요없다. 온라인 서점 MD의 골머리를 썩게 하는 재고 관리도 필요 없다. 물류센터 공간도 차지 안 하고, 배송도 필요 없다. 이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물론 내가 모르는 전자책 관련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건 그저 전자책을 사랑하는 한 독자의 근거 없는 헛소리다.)


아무튼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다. 여기 쓴 내용 말고도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이 아니라면 온라인 서점 MD가 뭘 하는 사람들인지 어디 가서 알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책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어디 가서 온라인 서점 MD가 뭐 하는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것이 책 읽는 사람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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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똑같은 책을 또 샀다. 같은 책을, 심지어 똑같은 전자책인데 또 산 것이다. 왜냐하면...파일 형식이 다르다. 예전에 산 것은 PDF 버전이고 이번에 산 건 epub 버전이다. 하...똑같은 전자책을 두 번 사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PDF로 읽는 거 너무 불편해서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이걸 사고 보니 그동안 똑같은 책을 두 번 산 적이 적잖이 있었다는 게 생각이 났다. 대부분은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그걸 팔고 전자책으로 새로 산 것이다. 생각나는 책들만 대강 검색해봤는데도 꽤 된다.



-러시아 미술사

우선 <러시아 미술사>. 이 책은 러시아 여행 가면서 들고 갔는데 다녀와서 종이책은 처분했다. 그 후에 전자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전자책까지 살 생각은 없었는데 러시아 여행을 추억하면서 이 책이 다시 필요하게 되어서 아주 최근에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보통은 월초에 전자책 캐시를 미리 구매해두고 그 안에서 전자책을 구입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책 그만 사자는 심정으로 전자책 캐시를 하나도 쟁여두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유일하게 전자책 캐시가 아니라 쌩돈 주고 산 책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러시아 화가들 그림 중에서 일리야 레핀, 바실리 수리코프 그림이 참 좋다.



-돈키호테

그리고 <돈키호테>. 양장본 나왔을 때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구매했었는데 종이책을 전부 정리하면서 중고로 팔았다. 그리고 어차피 안 읽을 것 같아서 잊고 살다가 이수은 작가의 <평균의 마음>을 읽고서 <돈키호테> 전자책을 구입했다. 그 책을 읽으면 자동으로 <돈키호테>가 읽고 싶어진다. 이래서 책에 대한 책을 조심해야 한다.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장바구니에 책이 십수권 담기게 된다. <돈키호테>는 종이책으로 갖고 있었을 때는 완독 못 할 것 같았는데 전자책이니까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희한하게 벽돌책은 종이책으로는 안 읽히는데 전자책으로 읽으면 그나마 읽힌다. 무게나 두께가 안 느껴져서 그런 듯 싶다. 벽돌책은 전자책으로! 아무튼 <돈키호테>는 올해 안에 읽을 거다. 무조건!



-프랑스 중위의 여자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팔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전자책이 나온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전자책으로 사고 싶어서 정말 여러 번 검색했는데도 안 뜨길래 거의 반포기 상태였는데 어느날 검색해보니까 전자책이 나왔길래 바로 샀다. 예전에 갖고 있던 종이책은 한 권 짜리였는데 전자책은 분권이다. 거기다 가격 차이 무엇. 그래도 전자책이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도 두 번 샀다. 예전에 갖고 있던 종이책은 세 권 짜리였는데 전자책은 통합본이다. 통합본도 버전이 여러가지인데 내가 산 전자책은 제일 못생긴 맨왼쪽 표지다. 나도 예쁜 리커버 표지의 <존.세.거> 갖고 싶은데 전자책 이용자에게는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 표지 따위 안 보면 그만이라고 위안을 얻어 보지만 그래도 가끔씩 열 받는다. 전자책 사용자에게도 표지 선택권을 달라!!우리에게도 미적 감각이 있다!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도 두 번 샀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에 대한 집착이 있다. 안 읽으면서도 계속 보관하려고 한다. 이번 달에는 나 혼자 슈테판 츠바이크 작품 뽀개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이번 달에 이거 진짜 읽을 거다.

지금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읽고 있는데 이거 다 읽으면 바로 <어제의 세계>로 넘어갈 계획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책 썩겠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두 번 샀는데 이 책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종이책을 팔고나서 뭔가 허전한 마음에 전자책을 다시 샀는데 몇 달 후에 개정판이 나온 것이다ㅠㅠ이왕 새로 살 거면 개정판을 샀었어야 했는데 두 번을 사면서 구판만 샀다. 슬프다. 개정판이 훨씬 좋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개정판 전자책을 또 살지도 모르니 아예 리뷰도 보지 않는다. 표지 말고는 바뀐 게 별로 없기를 바라고 있다.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도 두 번 샀다. 그런데 <장미의 이름> 처음 종이책으로 산 게 무려 2003년이다. 믿기지가 않는다, 20년 전에 사놓고도 아직도 안 읽었다는 게! 그때는 <장미의 이름>을 읽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있어보이고 싶어서 사놓고 책상에 꽂아두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책을 읽는 것보다 사서 전시하는 걸 더 좋아했다. 그러다가 종이책을 전부 처분하고 코로나 시절부터 마음이 심란해서 진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했던 시절에 비해 정작 책을 읽은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것도 구매 20주년 기념으로 올해 진짜 읽어야겠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드라마가 있다는데 그걸 먼저 보고 읽으면 더 쉽게 읽을 것 같은데 OTT에 아무리 뒤져도 없다. 이탈리아 드라마 어디서 구하져...아무튼 드라마 못 구해도 꼭 읽을 거다. 나와의 약속이다.


사실 이것 말고도 두 번 산 책은 엄청 많다ㅋㅋㅋㅋㅋ


왜냐하면 나는 김영하의 팬이고 김영하 작가의 책을 전권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있었는데(전부 초판) 나중에 결정판 시리즈로 새로 나왔길래 그걸 전부 전자책으로 다시 샀다. 알라딘 전자책 적립금 들어올 때마다 구슬 꿰듯이 하나 하나 사서 모았다. 몇 달에 걸쳐 사면서도 뭐 하는 짓인지 약간 회의감이 들기는 했다.



이제는 웬만하면 구독 서비스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고 책 안 사려고 하는데 그래도 가끔씩 들어오는 전자책 적립금의 혜택을 외면할 수가 없다.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이 마음!!게다가 30명 추첨, 50명 추첨 이런 식으로 주는 추첨 적립금도 은근히 당첨 확률이 높아서 하나도 안 빼놓고 계속 응모 하다보면 적립금을 계속 건질 수 있다. 이거 완전 마약이다. 적립금의 마약에서 벗어나려고 핸드폰에서 알라딘 어플 알림 꺼놓은 적도 있었는데 딱 한 달 갔다. 그 후에 알림 다시 켜고 또 적립금 모으는 중이다...하 그나마 종이책으로 안 사니까 안 쌓인다는 게 위안이기는 한데, 안 보여서 더 사는 것 같기도 해서 뭐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에는 똑같은 책을 알면서도 두 번씩 사는 바보가 있다. 전자책 시장이 커져서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알면서도 또 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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