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종이책을 샀다. 그것도 중고가 아닌 새 책으로.


나의 책 구매 패턴은 이러하다. 구매하는 책은 100% 전자책이다.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건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정 필요하면 중고책으로 구입한다. 최근 몇 년간 중고책을 산 적은 있어도 새 종이책을 산 적은...글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종이책을 샀냐 하면, 마르틴 베크 책을 사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스톡홀름 지도'를 준다는데 그 지도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그나저나 여태까지 스톡홀'롬'이라고 썼는데 올바른 표기법이 스톡홀'름'인가보다...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 내 마음을 홀린 바로 그 지도. 그런데 이렇게 이벤트 페이지 캡처해와서 올려도 되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나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사람이다. 책 속에서 물체를 묘사한다거나 거리를 묘사할 때 거의 이해를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에, 지도를 준다니! 너무 좋다. 너무너무 좋다. 이 지도를 갖지 못하면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가져야만 해!


혹시나 전자책으로 사도 지도 사은품을 주는지 살포시 전자책 구입하기를 눌러봤다. 사은품 선택하는 페이지가 없이 매정하게 결제창으로 넘어가버린다ㅠㅠ전자책 구매자들에게는 왜 사은품을 주지 않는걸까. 책 없이 사은품만 배송하려면 배송비가 나가니까 그런 것 같은데 가끔은 배송비를 추가로 내더라도 받아보고 싶은 사은품이 있다. 하지만 전자책 구매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흑흑.


그래서 종이책을 샀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사은품에 눈이 멀어 구입을 해버렸다.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했으니까 이참에 사은품 핑계 대면서 시작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얼마나 오랜만에 종이책 주문을 한 건지 무료배송 정책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로재나>만 담고 결제창으로 넘어갔는데 배송비가 붙어서 깜짝 놀랐다. 아주 예전에 종이책 한참 살 때는 한 권만 사도 무료배송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항상 이럴 때 미련한 결정을 내린다. 그냥 배송비 내면 될 것을, 꼭 그거 안 내겠다고 다른 물건들을 붙이는 악취미가 있다. 그래서 다른 책들도 골랐다. 보관함을 찬찬히 보면서, 몇 년 간에 걸친 전자책 구매 경험에 비춰볼 때 전자책이 안 나올 것 같은 책들을 공략했다.


먼저 고른 책은 <어얼구나강의 오른쪽>이라는 책이다. 중국 변방의 소수민족에 관한 책이다. 변방, 소수민족, 유목민족,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초원, 유라시아, 실크로드...이런 키워드들을 늘 좋아했다. 이 책도 다른 어떤 책에서 언급된 걸 보고는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어쩐지 전자책으로 나올 것 같지가 않아서 이번에 종이책으로 구입했다. 

내가 산 건 왼쪽 민트색 표지인데 사고나니까 같은 제목의 책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은 출판사, 같은 번역자가 작업한 책인데 다만 시리즈가 달라서 다른 표지로 나온 것 같다.(두 책 다 판매 중이다) 민트색 표지는 '세계문학의 천재들' 시리즈이고 전통의상 표지는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시리즈다. 내 취향은 전통의상 표지인데, 민트색 표지의 책을 주문하고나서야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취소하고 다시 주문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냅두기로 했다. 민트색 표지가 더 최신판이기도 하고 맨 마지막에 '어휘풀이'가 추가된 듯 하여 표지에 대한 호불호를 버리고 최신 버전을 들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주문한 또 다른 종이책은 조지수 작가의 <마지막 외출>이다. 이 작가의 전작인 <나스타샤>를 읽고 되게 쓸쓸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나는 이제 행복도 즐거움도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라는 내용의 문장이 있었다. 당시에 그 문장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수많은 책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중에도 <나스타샤>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전자책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어서 이번에 종이책으로 구매했다.(조지수 작가는 오직 글로만 모든 것을 말하기 위해 소설을 쓸 때 필명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그의 정체는 철학자인 조중걸 교수라고 한다. 근데 출판사에서 나온 책 목록만 유심히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애써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닌 듯 하다.)


이렇게 해서 오직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지도 포스터를 받기 위해 <로재나>, <어얼구나강의 오른쪽>, 그리고 <마지막 외출>을 구매했다. 지도 얻으려다가, 배송비 없애려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매가 되었지만 그래도 지도가 너무 갖고 싶으니 어쩔 수 없다. 지도 사은품 주문하는 김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 스페셜 북도 꼽사리껴서 주문 넣었다. 다행인 건 북엔드 같은 것을 탐하는 물욕은 없다는 거다. 마르틴 베크 5만원 이상 구매하면 북엔드 준다는데 북엔드에 꽂아둘 종이책도 없고, 시리즈 나머지는 전부 전자책으로 구입하고 싶어서 고민없이 북엔드는 패스했다.


읽으려고 쌓아둔 책 엄청 많은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도대체 언제 읽을 수 있을까. 그래도 일단 지도를 받아두면 언젠가는 읽긴 읽겠지. 코딩 하는 아는 동생 한 명이 핀란드로 이민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 친구 이민 가면 북유럽 여행 가야겠다. 가는 김에 스톡홀름 여행을 끼워넣고, 사은품으로 받은 지도를 가방에 넣고, 전자책 리더기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 열 권을 전부 담아가는거지. 환상적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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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2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속에서 물체를 묘사한다거나 거리를 묘사할 때 거의 이해를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 이거 제 얘긴줄 알았습니다. 저 역시 책 속에서 특히 공간에 대한 묘사를 하면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글자로 읽을 뿐.. 하하.


Laika 2024-01-25 16:11   좋아요 0 | URL
역시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왜 이렇게 공간지각에 약한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유명한 책이면 영상화된 게 없나 찾아보기도 하고 그래요. 영상을 봐야 그나마 공간이 그려진달까요. 그래도 저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됩니다ㅎㅎㅎㅎ
 
[전자책] 과거로의 여행 페이지터너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원당희 옮김 / 빛소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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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단순한데 거기에 재미를 부여하는 것은 역시 작가의 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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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체국 아가씨 페이지터너스 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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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역시나 재미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결국 어떻게 살았을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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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독서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또 네 권 정도 벌려놓았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이니까 벌려놓는다, 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 책 보다가 저 책 보다가 하고 있다. 이북 리더기는 사실 병렬 독서 하기에 좋은 수단은 아니다. 종이책처럼 눈이 딱 보이게 쌓아놓을 수가 없어서 가끔 내가 지금 벌려놓은 책이 뭐가 있지, 하면서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읽고 있는 책'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꺼내놓기도 하는데 그것도 별로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


이번 달, 나 혼자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광기와 우연의 역사>, <우체국 아가씨>, <과거로의 여행> 읽었고 <발자크 평전>은 건너뛰고 <어제의 세계> 읽고 있다. '옛날에 말이야, 이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지'라면서 쓴 일종의 회고록 에세이다. 학창 시절을 추억하면서 쓴 부분을 읽고 있는데 그 시절 17세들은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남학생들이고 아마도 전부 부유한 가정 출신이었을 것이다.) 다들 소설 쓰고 시 쓰고 비평하고 어떻게든 스스로가 똑똑하고 잘났고 남들이 모르는 걸 알고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츠바이크 스스로 말하길 자신들이 이미 선생님들이나 기성 비평가들보다 더 뛰어난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하니...10대 때 그런 지적인 탐험에 빠져봤다는 게 뭔가 부러웠다.


얼마 전 드라마<리틀 드러머 걸>이랑 영화<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너무 재밌게 봤어서 내친김에 이 책까지 집어들었다. 구독 서비스에 없는 줄 알고 구입한 건데 알고 보니까 밀리에 있었다. 뭐...사서 읽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괜찮아ㅠㅠ극초반 읽고 있는데 이 사람의 결말을 이미 다 알고 시작하는 거라서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얼른 읽고 싶다.


올해 영어 책 많이 읽어보려고 하는데 그동안 너무 어려운 책들만 읽었나 싶어서(너무 어려워서 전부 다 중도하차) 그나마 쉬워보이는 청소년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청소년 소설을 읽으니까 진도가 좀 나간다. 오전에 시간 날 때만 읽고 있는데 4분의 1 정도 읽었다. 앞으로 이렇게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적절하게 배분해봐야겠다. 어려운 책들은 국내 번역본이랑 비교해서 읽는 편이고 이 책은 그냥 원서만 읽는다.


존 르 카레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의 첫 시작 <Call for the Dead> 읽고 있는데 처음부터 정말 모르는 단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린다. 괜찮아, 사전 찾으면 돼. 그래도 재미있다. 국내번역본이 절판 상태인데다가 전자책이 없어서 이 책도 원서로만 읽어야 한다. 번역본이랑 같이 읽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데 번역본이 없다니!! 튜브 없이 냅다 물에 던져진 기분이다. 죽지 않으려면 헤엄 쳐야겠지. 살아서 돌아와야겠다. (그나저나 Call for the Dead 책 표지인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왜 적혀 있는거지. 작가 대표작이 바로 이 책이다,라고 소개하는 셈인데...내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띠지로 두를 법한 내용을 표지에 박는 대담함이란;;게다가 제목은 너무 작고 작가 이름은 너무 크다.)


요즘 영드 <셜록>을 다시 보고 있다. 한창 유명할 때 한 번 봤는데 최근에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았더니 쿠팡 플레이에 있다. 나는 쿠팡 와우 회원이 아니지만 엄마가 와우 회원이어서 아이디와 비번을 살짝쿵 빌려서 보고 있다. 쿠플에 <셜록>도 있고 <해리포터>시리즈 영화도 있고 <닥터 후>도 있다. <닥터 후>는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 일단 <셜록>부터 보고 있는데 너무 노림수가 많다. 셜록이랑 왓슨을 왜 이렇게 엮어대려고 하는건지...ㅋㅋㅋ주변에서 쉴새 없이 엮어대고 홈즈는 아무 반응이 없고 왓슨은 진땀 흘리면서 부정하고. 예전에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봤던 게 이상할 정도로, 너무 노렸다. 흐흠. 아무튼 재미있고, 런던 물가 비싸서 플랫메이트를 구할 정도라면서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택시를 타고 다니고 밖에서 외식을 해도 되는걸까 궁금해졌다. 현실에서 그랬다가는 파산각인데. 셜록 역의 배우는 검은 머리가 낫다. <팅.테.솔.스>에서 하고 나온 노란 머리는 정말 안 어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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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오후 한 시쯤에 밀크티 한 잔을 사먹었다. 요즘 얼그레이 밀크티에 빠져 있는데 아이스/로우 슈가/라지 사이즈로 주문하면 딱 좋다. 문제는 카페인이다. 희한하게 나한테는 커피보다 밀크티가 더 카페인 각성 효과가 크다. 오후 한 시면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문제 없는 시간대인데 밀크티는 문제가 있다. 그날 자정이 넘어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말똥말똥한 것도 아니고 분명히 피곤하고 잠이 오는데 잠에 빠져들지 못하는 묘한 각성 상태였다.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아침, 일어나니까 너무 피곤했다.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기분이었다. 하루 종일 좀비처럼 지냈다. 책만 펴면 잠이 쏟아지는데 낮잠 잤다가는 또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될 것 같아서 억지로 버티다가 저녁 8시에 쓰러져서 잠들었다.


어제 잠 안 자고 버티면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봤다. 얼마 전 <리틀 드러머 걸>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또다른 존 르 카레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를 골랐다. 사실 <팅.테.솔.스>를 몇 년 전에 보다가 인물들이 너무 헷갈려서 중간에 끈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아예 노트와 펜을 들고 새로운 사람들 나올 때마다 메모하면서 봤다. 유명한 영국 배우가 총출동한 영화라는데 나는 영화도 드라마도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아는 얼굴이라고는 콜린 퍼스와 베네딕트 컴버배치 정도였다. 콘트롤 역의 배우와 조지 스마일리 역의 배우도 낯은 익은데 완전히 얼굴을 익힌 상태는 아니라 처음에 둘이 헷갈렸다. 


그렇게 보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몰입해버렸다. 어느새 노트도 내려놓고 모니터에 빨려들어갈 것처럼 봤다. 하...너무 재밌다. 원래 로맨스 작품보다는 심장 쫄깃한 추리 스릴러물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팅.테.솔.스>는 잔잔하고 차가운 스파이물이라고 해서 내 취향 아닐까봐 오래 미뤄뒀다. 그런데 완전히 취향저격 당했다. 몇 년 전에 극장에서 재개봉 했던데 그때 못 본 게 한이다. 


영화 다 보고 나서 바로 존 르 카레 소설들을 찾아봤다. 책이 엄청 많은데 어쨌든 그 중에서 조지 스마일리가 나오는 시리즈 위주로 검색했다. 그런데 뭔가 감이 잡히질 않았다. 한 출판사에서 시리즈 번호 매겨서 쭉 나온 게 아니라서 그야말로 중구난방 제각각이다. 아마존 사이트를 검색했더니 존 르 카레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순서가 나와있다.


1. Call for the Dead

2. A Murder of Quality

3.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4. The Looking Glass War

5. Tinker, Tailor, Soldier, Spy

6. The Honourable Schoolboy

7. Smiley's People

8. The Secret Pilgrim

9. A Legacy of Spies


이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번역본들을 찾아보는데 1번인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죽.자.전)>가 절판이다. 두두둥. 시리즈 맨 첫 번째 책이 절판이면 어떻게 읽어야 하냐는 말이다. 심지어 전자책도 없다. 아니 전자책이 존재하는데 팔지를 않는다. 알라딘과 교보에서는 전자책이 검색되지 않고, 예사에는 전자책이 있다고 나오는데 절판이라면서 주문 버튼을 없애 버렸다.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 시리즈 2번인 <A Murder of Quality>는 국내 번역본이 없고 3번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추.나.스)>부터 정상 유통되고 있다. 앞의 두 권을 건너뛰고 시리즈 3번부터 읽으려니까 왠지 손이 안 간다...

지금은 품절 상태인 <죽.자.전>과 <추.나.스> 합본판이 있는데 희한하게도 시리즈 3번인 <추.나.스>가 <죽.자.전>보다 더 앞에 와있다ㅋㅋㅋ그러니까 독자들은 시리즈 3번을 먼저 읽고 1번을 읽게 된다는 소리다. 왜 이렇게 혼란스럽게 책을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현재는 품절이니까 다행이다.


다른 책들도 더 찾아보았다. 시리즈 4번인 <The Looking Glass War>는 '거울 나라의 전쟁'이라는 영화만 검색되고 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조지 스마일리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안 읽어도 된다는 평도 있다. 오케이, 이 책은 넘어가겠어. 


그 다음이 시리즈 5번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인데 스마일리 시리즈 중에서 5, 6, 7번을 따로 묶어서 '카를라 3부작'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니까 <팅.테.솔.스>는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5번이면서 카를라 3부작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 중요한 책인 것이다. 그래, 카를라 3부작을 읽어야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자마자 또 구매 욕구가 사라진다. 왜냐하면, 몇 십권도 아니고 고작 3부작인데 그 안에서 출판사가 갈리고 표지 디자인도 전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 통일성 있는 표지를 원했단 말이다.

심지어 <팅.테.솔.스>와 <오너러블 스쿨 보이>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건데도 어떻게 이렇게 표지 통일성이 떨어지는지 모르겠다.(<스마일리의 사람들>은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나왔다.) 


문제는 또 있다. 영화 배우 얼굴과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4월 전격 개봉'이라고 쓰인 저 표지 말이다. 지금이 2024년인데 2012년 개봉한 영화의 배우 얼굴이 박힌 표지를 갖고 싶지도 않고, '4월 개봉'이라는 말도 너무 거슬린다. 저걸 표지에 박아버리면 나는 영원히 2012년에 갇혀버리는 셈이다. 아마도 띠지로 만든 것 같은데 종이책 사용자들과 달리 전자책 사용자들은 띠지를 벗길 수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전자책 표지를 따로 올려주지 않는 한 저 책을 구매할 수는 없을 것 같다...ㅠ


슬픈 마음을 안고 다른 책들을 더 찾아봤다. 시리즈 8번인 <The Secret Pilgrim>은 국내 번역되지 않은 듯 하고 마지막 9번이 <스파이의 유산>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존 르 카레 소설을 열린책들에서 한참 내다가 그 후에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내는 듯 싶더니 또 열린책들에서도 나온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출판사가 갈라지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미국 아마존을 살펴보니 한 출판사에서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아홉 권을 전부 출간했고 표지 디자인도 통일성 있게 만들었다. 심지어 박스 셋도 팔고 있다. 좋겠다...부럽다...이렇게 또 영어 공부를 다짐해본다. 아무래도 존 르 카레 소설은 내가 영어 실력을 키워서 원서로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한국어 번역본이 싫은 건 절대 아니다. 한국어를 사랑하고 번역가라는 직업을 너무 사랑하고 번역가도 아니면서 번역 관련 책도 읽어봤다. 다만 출판사 두 곳에서 내는 바람에 표지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 심지어 한 출판사 내에서도 표지 디자인 통일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시리즈 맨 첫 번째 책은 전자책도 없이 절판되었다는 점, 표지에 배우 얼굴이 박혀있다는 점 등등 구매 욕구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다. 어느 출판사에서 판권을 전부 사들여서 통일성 있는 시리즈로 출간해주면(전자책도 함께 내준다면) 구매할 의사가 생길텐데 그 전까지는 모르겠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이렇게 또 2024년 목표인 영어 공부 의지를 불태워본다.


아무튼 존 르 카레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순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절판)

2. A Murder of Quality(미번역)

3.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4. The Looking Glass War(미번역)

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6. 오너러블 스쿨보이

7. 스마일리의 사람들

8. The Secret Pilgrim(미번역)

9. 스파이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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