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가 발송하는 주간 뉴스레터 <영하의 날씨>가 시작되었다. 유료 구독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여러가지 주제의 글들을 묶어서 보내주는 형식이다. 며칠 전 첫 번째 뉴스레터를 받아보았는데 거기에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를 추천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재미있어 보여서 알라딘에 검색했더니 종이책만 있고 전자책이 없다ㅠㅠ.


그렇다면 이 저자의 다른 책 중에서 전자책으로 나온 게 뭐가 있나 살펴 보다가 <내 손으로, 발리>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종이책은 품절이고 전자책만 판매하고 있는데 심지어 밀리의 서재에도 들어와 있다. 바로 태블릿으로 밀리의 서재 어플을 켜서 이 책을 다운 받았다.


작가가 친구와 함께 다녀온 발리 여행 기록인데 특이하게도 인쇄 활자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책 가격 같은 서지 정보도 전부 손글씨로 적혀 있다. 컨셉에 매우 충실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이 요상한 책에 감겨 버렸다ㅋㅋㅋㅋ. '요상하다'는 건 절대 이상하다는 뜻이 아니다. 굉장히 날것인데 그 느낌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발리 역사책 읽고 몇 줄로 요약해주는 것도 너무 웃겼고 누리스와룽 식당 ㅈㄹ맛있다고 쓴 것도 너무 웃겼다.(손글씨로 쓴 일기장을 그대로 출판한 거라 비속어가 난무한다ㅋㅋㅋ그리고 누리스와룽이라면 비속어도 인정...우리는 우붓에 있던 며칠 동안 거기 세 번 갔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 받은 책을 다 읽고는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내 손으로, 발리>와 <내 손으로, 치앙마이> 전자책을 구매해버렸다. <내 손으로, 발리>는 밀리에서 읽었지만 그래도 소장해두고 싶어서 구매했고(이미 종이책이 품절이라 전자책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내 손으로, 치앙마이>는 별 고민 없이 함께 주문했다. 원래 같은 작가의 시리즈 도서 모으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치앙마이라면 또 그냥 지나칠 수 없기도 했다.


예전에는 나도 여행 가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었다. 본격적인 그림은 아니고 펜으로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정도였지만 그래도 그렇게 뭔가를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백지에다 그려내는 기분이 꽤 좋았다. 한때는 나에게도 그런 감성이 있었는데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로 대충 찰칵찰칵 찍고서는 외장하드에 넣어두고 잘 꺼내보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다.


이다 작가의 책을 보면서 인생의 어떤 장면들은 그림으로 남겨놓는 것도 참 좋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사진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함과 디테일, 그리고 유머와 독특함 같은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다음에 여행 가면 나도 그림 그려볼까....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사실 그래서 일부러 전자책으로 구매한 것도 있다. 여행 가서도 꺼내봐야 하니까 전자책이 편하다. 여행 가서 끄적거리다가 막히면 다시 이 책 좀 들여다보고 그러다가 또 그림 그리고....그렇게 놀면 너무너무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도 전자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나오면 일단 제가 한 권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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