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월 1일이다. 전자책 캐시를 충전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라는 뜻이다. 매월 1~3일 사이에 충전하면 전자책 캐시 적립금이 두 배!ㅋㅋㅋㅋ


전자책 캐시를 충전하고나서 장바구니를 둘러보다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전자책이 '대여 가능'으로 바뀌어 있는 걸 발견했다. 2월 전자책 대여 이벤트에 이 책이 포함된 것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도 행사 목록에 들어 있다. 이벤트 이름이 '골라 담아 대여마트'다. 전자책 90일 대여에 30% 할인 쿠폰을 준다.


예전에는 90일 대여가 도대체 무슨 의미냐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작년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0일 대여 이벤트가 떴을 때 '사면 샀지 90일 대여는 절대 안 할거야'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해가 바뀐 것처럼 사람도 바뀌고 90일 대여에 대한 내 마음도 바뀌었다. 지금은 '90일 대여? 나쁘지 않는데?'싶은 마음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들이 책을 재독 삼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차피 한 번 읽을 책이라면 구매나 90일 대여나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종이책의 경우는 일정 기간 안에 되파는 슈퍼바이백 제도도 있고 중고서점에 가져가서 되팔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책은 되파는 행위가 원천봉쇄되어 있다. 그대신 이런 90일 대여 제도가 탄생한 것 같다. 되팔 것을 미리 결정하고 책을 사들이는 행위 같다고나 할까. 90일 후에 너한테서 이 책을 회수해가겠어, 그 대신에 반값에 30% 할인까지 해줄게, 오케이? (끄덕끄덕. 결제)


그리고 결제 시점부터가 아니라 다운로드 받은 날로부터 90일 동안 보는 거여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까먹고 다운로드 하지 않으면 완전히 돈 날리는 거지만.


존 르 카레 책 두 권 대여하고나서 천천히 둘러보니 그동안 보고 싶었던 다른 책들도 눈에 들어온다. 


<바로 손을 흔드는 대신>, <말 놓을 용기>,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이 책들 보고싶었는데 여기에 딱 있네.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두 개나 이용하면서 알라딘에서 또 돈 주고 빌려 읽는 거 미친 짓인 것 같기는 한데, 민음사 책은 구독 서비스에 거의 안 올라오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보려면 사서 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아 고민된다. 이 책들도 대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고 전자책 리뷰 적립금 이벤트도 있다. 대상 도서 구입하고 리뷰나 100자평 남기면 이북 적립금을 준다고 한다.(100자평도 인정되어서 다행이다. 리뷰만 허용되는 거였으면 보자마자 뒤로가기 클릭했을 듯) 5권 구매하고 100자평 남기면 1만원, 3권 구매하고 남기면 오천 원 준다.(2000명 추첨이라는데 전자책 사서 이런 거 참여하는 사람이 2000명이 안 되는 듯 하다. 이천명 추첨에서 떨어진 적은 없다.)


나는 나름 합리적인 소비자라서 이런 이벤트에 낚이는 편이 아니다. 안 사면 0원인데 굳이 적립금 5000원 받겠다고 세 권을 사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데 대상 도서에 <미들마치> 1, 2권이 있네?! 미들마치 두 권은 어차피 살 거였으니까 산다고 치고, 거기에 한 권만 더 사서 읽고 100자평을 남기면 이북 적립금 5000원을 받는 거다. 이거는 정말 지나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들마치>랑 <귀신들의 땅>까지 전자책으로 구입하게 될 것 같다.


어떨 때는 한 달에 한 권도 안 살 때도 있는데 이번 달에는 왜 이렇게 사고 싶은 책이 많은 건지. 정신줄 놓으면 이번달 전자책 캐시 충전해놓은 거 홀라당 다 사라지게 생겼다. 더이상 들여다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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