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독서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또 네 권 정도 벌려놓았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이니까 벌려놓는다, 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 책 보다가 저 책 보다가 하고 있다. 이북 리더기는 사실 병렬 독서 하기에 좋은 수단은 아니다. 종이책처럼 눈이 딱 보이게 쌓아놓을 수가 없어서 가끔 내가 지금 벌려놓은 책이 뭐가 있지, 하면서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읽고 있는 책'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꺼내놓기도 하는데 그것도 별로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
이번 달, 나 혼자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광기와 우연의 역사>, <우체국 아가씨>, <과거로의 여행> 읽었고 <발자크 평전>은 건너뛰고 <어제의 세계> 읽고 있다. '옛날에 말이야, 이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지'라면서 쓴 일종의 회고록 에세이다. 학창 시절을 추억하면서 쓴 부분을 읽고 있는데 그 시절 17세들은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남학생들이고 아마도 전부 부유한 가정 출신이었을 것이다.) 다들 소설 쓰고 시 쓰고 비평하고 어떻게든 스스로가 똑똑하고 잘났고 남들이 모르는 걸 알고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츠바이크 스스로 말하길 자신들이 이미 선생님들이나 기성 비평가들보다 더 뛰어난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하니...10대 때 그런 지적인 탐험에 빠져봤다는 게 뭔가 부러웠다.
얼마 전 드라마<리틀 드러머 걸>이랑 영화<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너무 재밌게 봤어서 내친김에 이 책까지 집어들었다. 구독 서비스에 없는 줄 알고 구입한 건데 알고 보니까 밀리에 있었다. 뭐...사서 읽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괜찮아ㅠㅠ극초반 읽고 있는데 이 사람의 결말을 이미 다 알고 시작하는 거라서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얼른 읽고 싶다.
올해 영어 책 많이 읽어보려고 하는데 그동안 너무 어려운 책들만 읽었나 싶어서(너무 어려워서 전부 다 중도하차) 그나마 쉬워보이는 청소년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청소년 소설을 읽으니까 진도가 좀 나간다. 오전에 시간 날 때만 읽고 있는데 4분의 1 정도 읽었다. 앞으로 이렇게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적절하게 배분해봐야겠다. 어려운 책들은 국내 번역본이랑 비교해서 읽는 편이고 이 책은 그냥 원서만 읽는다.
존 르 카레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의 첫 시작 <Call for the Dead> 읽고 있는데 처음부터 정말 모르는 단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린다. 괜찮아, 사전 찾으면 돼. 그래도 재미있다. 국내번역본이 절판 상태인데다가 전자책이 없어서 이 책도 원서로만 읽어야 한다. 번역본이랑 같이 읽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데 번역본이 없다니!! 튜브 없이 냅다 물에 던져진 기분이다. 죽지 않으려면 헤엄 쳐야겠지. 살아서 돌아와야겠다. (그나저나 Call for the Dead 책 표지인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왜 적혀 있는거지. 작가 대표작이 바로 이 책이다,라고 소개하는 셈인데...내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띠지로 두를 법한 내용을 표지에 박는 대담함이란;;게다가 제목은 너무 작고 작가 이름은 너무 크다.)
요즘 영드 <셜록>을 다시 보고 있다. 한창 유명할 때 한 번 봤는데 최근에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았더니 쿠팡 플레이에 있다. 나는 쿠팡 와우 회원이 아니지만 엄마가 와우 회원이어서 아이디와 비번을 살짝쿵 빌려서 보고 있다. 쿠플에 <셜록>도 있고 <해리포터>시리즈 영화도 있고 <닥터 후>도 있다. <닥터 후>는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 일단 <셜록>부터 보고 있는데 너무 노림수가 많다. 셜록이랑 왓슨을 왜 이렇게 엮어대려고 하는건지...ㅋㅋㅋ주변에서 쉴새 없이 엮어대고 홈즈는 아무 반응이 없고 왓슨은 진땀 흘리면서 부정하고. 예전에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봤던 게 이상할 정도로, 너무 노렸다. 흐흠. 아무튼 재미있고, 런던 물가 비싸서 플랫메이트를 구할 정도라면서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택시를 타고 다니고 밖에서 외식을 해도 되는걸까 궁금해졌다. 현실에서 그랬다가는 파산각인데. 셜록 역의 배우는 검은 머리가 낫다. <팅.테.솔.스>에서 하고 나온 노란 머리는 정말 안 어울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