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닌, 다른 블로그에 러시아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다녀온 여행인데, 게으름 탓에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정리를 하고 있다.


갑자기 왜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첫 째는, 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은 하고 싶은 일과 다르다. 내가 반드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니며 제한 시간 안에 끝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그 일을 바로 시작하기가 두려워서 나는 회피의 방편으로 몇 년 전에 다녀왔던 러시아 여행을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한 번은 정리하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미뤄두고 있었던 마음 속의 짐이었다. 그걸 해결할 때가 됐다.


두 번째로는, 바로 이 책이다.














번역가 김명남 님의 책을 좋아하는지라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 초반부는 거의 러시아 이야기다. 저자는 러시아 미술 경매를 취재하러 러시아(당시는 소련)에 갔다가 그곳 예술가들과 친해지게 된다. 그 후에 러시아에서 몇 개월 동안 체류했는데 그때 소련 정권이 붕괴한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겪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다가, 내가 생각보다 러시아 역사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흐루쇼프, 고르바초프, 옐친, 이름은 다 아는데 순서도 헷갈리고 그 사람들이 했던 일들도 다 헷갈린다. 러시아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고 역사 책도 뒤적거리다가 급기야 러시야 여행 포스팅을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덕분에, 이 책 진도는 러시아에서 멈춰 있다.
















러시아 여행을 기록하기 전에 가장 먼저 읽은 건 이 두 가지 책이다. <줌 인 러시아2>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지나는 주요 도시들을 다수 소개한다. 그 모든 도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건 아니었어서 내 경우에는 <두 도시 이야기> 쪽이 더 유용하기는 했다. <두 도시 이야기>는 약간의 아재 개그만 참아내면 그래도 얻어낼 지식들이 많다. 러시아 여자들이 왜 고춧가루를 들고 다니냐는 얘기가 책 후반부까지 나오고서도 끝내는 미스터리로 남는데, 그거 이 책의 후속격인 <타이가의 시간여행,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다>에서도 비밀 안 풀리니까 궁금해하지 마시길. <줌 인 러시아2>는 러시아의 다양한 도시들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산업이나 경제 관련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흥미가 없어서 건너뛰었으나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두 책 다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몇 년 전 여행을 갈 때 들고 갔던 책이었다. 아니, 들고간 건 아니라 한국에서 사서 읽고 핸드폰으로 주요 페이지만 찍어서 갔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전자책이 없어서 그렇게 했던 건데, 이번에 러시아 여행을 추억하며 아예 전자책까지 사버렸다. 그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 했었고 이번에는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 하고 있는데 저자가 러시아 미술을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참 좋아하는 책이다. 진심이 느껴지는 책만큼 좋은 게 없다.














러시아 역사에 관한 책을 찾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게 되어 이것도 읽기 시작했다. 러시아 역사가 엄청나게 길지는 않는데 그 중에서 로마노프 왕가의 역사만 제대로 알면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된다. 류리크 왕가의 이반 4세가 아들 없이 죽고(아들이 있었는데 본인이 때려 죽였다) 그 후에 벌어지는 두 가문의 투쟁, 그리고 로마노프 가문의 승리로 이 책은 시작한다.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예전에 전자책으로 사뒀던 건데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집중해서 읽고 있다보니 진도가 매우 느리게 나간다.

















석영중 교수의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사놨는데 아직 읽지 못 했다. 그 전에 <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부터 읽고 있다. 크레마클럽에 있길래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읽는 중이다. 이거 다 읽고 구매해둔 <매핑...>으로 넘어갈 계획. 산 책과 빌린 책이 있으면 빌린 책부터 읽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책은 전부 전자책이라 안 읽는다고 해서 먼지가 쌓일 일은 없다는 것이 그나마 큰 위안이다.



여행은 책을 부르고, 책은 여행을 부른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한다. 러시아 여행을 떠올리니 이 책들이 읽고 싶어졌고 이 책들을 읽다보니 정말로 러시아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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