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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은 탐정의 부재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월
평점 :
일본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
SF나 판타지, 호러같은 요소를 도입해 현실 세계와는 다른 특수한 규칙을 설정하고 그 규칙에 입각해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미스터리라고 한다.
거기에 '본격'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면 트릭과 의외성을 중시하는 작품이 된다.
샤센도 유키의 '낙원은 탐정의 부재'는 '천사'라는 특수 설정을 통해 참신한 트릭과 반전을 연출하여 독자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한 화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세상의 낙원, 도코요지마 섬"
먹이를 주면 비둘기처럼 천사가 몰려올 것 같은 낙원, 도코요지마 섬에 탐정 아오기시가 방문한다.
천국의 존재를 믿냐는 질문과 함께 도코요지마 섬의 주인 쓰네키로부터 의뢰와 초대를 받았던 것.
이 세계는 실제로 설탕을 주면 천사가 몰려드는, '천사강림'이 세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세계이다.
어느 날, 마을주민학살의 현장에서 흐린 하늘을 가르며 빛줄기가 내려오고, 빛줄기에서 천사들이 튀어나왔다.
천사들은 살인한 사람들에게 덤벼들어 움직임을 봉쇄했고, 살인자들은 몇 초만에 화염이 일렁이는 땅으로 끌려 들어가 사라졌다.
'강림'이후 생겨난 규칙 : 인간을 두 명 이상 죽인 자는 빠짐없이 지옥에 떨어진다.
한명은 죽여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지만, 두 명을 죽이면 지옥행이라는 규칙이 어김없이 증명되었다.
사람들이 상상하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기괴한 모습의 천사.
이 책은 천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한 편, 두 명을 죽여야 지옥에 간다는 독특한 설정을 트릭과 연결시킨다.
범인은 한 명을 살해할 수는 있지만 두 명을 살해할 수는 없다.
두 명을 살해한 자는 지옥으로 끌려가 흔적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이 세계에는 연쇄살인은 있을 수 없다.
평화로워보였던 도코요지마섬은 하나 둘씩 죽어가는 살인이 이어지면서 지옥으로 변하게 된다.
천사의 규칙에 의하면, 여러 명이 죽어도 한 사람은 한 명 밖에 죽일 수 없다는 것이다.
섬 주인 쓰네키에 이어 한 명이 더 살해당하고, 한 명이 사라진다.
또 한 명이 살해당하고 한 명이 더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 앞에서 화염에 휩싸여 사라진 한 사람.
천사의 규칙에 의하면 범인 2명, 피해자 4명이라는 공식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지만,
아오기시는 탐정의 촉이 발현되고...
거의 폐업상태였던 '낙원'의 탐정은 탐정의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범인은 어떻게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연쇄살인을 완성시킬 수 있었을까?
두명 이상은 살해할 수 없다는 특수 설정이 트릭의 정교함을 완성시키고 반전을 선사하게 되는데,
끝까지 범인을 예측하기 쉽지 않았던 '낙원은 탐정의 부재'였다.
한편, 도코요지마섬의 연쇄살인과 번갈아가며 아오기시의 비극적인 과거가 서술되는데,
긍정청년 아카기의 비극을 이유로 천사가 있는 세계에는 역시 탐정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다시 한 번 좌절감을 느끼던 아오기시는,
도코요지마 섬의 사건과 마주하며 탐정의 존재 의의를 되찾게 된다.
진정한 낙원에는 탐정이 없다.
하지만 천사가 있는 낙원 아닌 낙원에서 탐정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기로 결심한다.
우리들은 현실에서 좌절과 허무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괴로워할 때도 많다.
하지만 모든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오기시가 비극적인 과거를 딛고 새로이 출발하게 되었듯이,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트릭과 반전, 그리고 생각할 거리까지 놓치지 않은 '낙원은 탐정의 부재'.
샤센도 유키라는 20대의 젊은 작가의 차기작에 큰 기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