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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상회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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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로 한국 독자들에게 놀라운 첫 선을 보였던 유키 하루오 작가. 그의 데뷔작인 제60회 메피스토상 수상작 <교수 상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 평범하지 않은 <교수 상회>의 '교수'는 교수(professor)가 아니라 목을 매단다는 의미의 '교수(絞首, gallows)'였습니다. 거기에 상점을 뜻하는 상회라니??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의 배경은 근대와 과거가 묘하게 함께 존재하는 다이쇼 시대입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이지만 그리 멀지 않았던, 그렇기에 이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나 또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든 환상미 있는 시대. 이런 시대적 배경이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각주도 꽤 많이 나오구요. 유키 하루오 작가는 어느 하나 쉽게 내어주지 않아요 ㅎㅎ
비밀결사로 추정되는 7인의 모임, 그리고 그 중의 한명으로 보이는 무라야마 박사의 죽음. 무라야마 박사의 죽음의 유력한 용의자는 네 명. 사라진 박사의 편지 첫 장에 남은 지문. 무엇 하나 명확한 단서가 없습니다. 무라야마 박사를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왜 죽인 걸까요? 또 사라진 편지의 나머지 내용은 무엇일까요.
용의자 중 한 명인 미나카미 부인은 지문의 주인인 하스노를 찾아갑니다. 하스노는 3년전 저택의 돈을 훔치고 체포되었던 도둑으로, 미나카미 부인은 기묘하게도 도둑인 하스노에게 살인사건의 해결을 의뢰하는 겁니다. 하스노는 지문이라는 이유 외에도 저택의 돈을 훔치는 바람에 무라야마의 모종의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었던 이유로 살인범이 하스노에게 살의를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무정부주의자가 아니지만 무정부주의자적 방법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규명하려는 용의자들, 무라야마 박사의 살인 이후 연구소에서 발생한 도난사건,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 보이던 여대생 습격사건, 추가적인 살인사건 등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여러 사건들은 하스노에 의해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에 의해 그 의미가 드러나게 되는데요. 이런 기묘한 트릭을 생각해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네요.
'기예의 미스터리'란 말이 너무도 잘 들어맞는 유키 하루오의 <교수 상회>. 반전과 논리, 트릭의 향연이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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