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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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

오랫만에 클래식 미스터리 수작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것이었습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2022년 타계한 일본 미스터리의 대부로, 평생 작품만 600편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작품의 첫 발간이 1980년으로 무려 20년이 넘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전혀 촌스럽거나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세련된 문체와 더불어 현재 사회문제나 분위기와 괴리감이 거의 없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심상치 않은 수백, 수천의 배추흰나비떼를 목도하게 된 사람들. 나비떼의 발원지에는 한 남자의 시체가 있었습니다.

달착지근한 아몬드 냄새,, 청산가리 중독사입니다. 단서라곤 시신의 손목에 채워진 팔찌.

팔찌 뒷면에는 '우리는 세상의 소금이니라.'라는 성경속 구절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유서 없음. 신원 불명. 자살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나 방법이 기묘함.


성경 구절과 묘한 방법, 그리고 나비떼.... 경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전혀 잡지 못합니다.

추가적으로 청산가리 중독과 성경 구절이 새겨진 팔찌라는 공통점을 가진 자살자들이 이어지고,,

목격자 진술과 탐문을 통해 흰색 캐롤러 밴과 한 남자, 고바야시를 체포하게 됩니다.


"자네들은 왜 이렇게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지?"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자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겁니까?"


성경, 묵시의 시대, 자살 예고 그리고 기묘한 방법의 자살...

도쓰가와 경부는 단순한 자살사건이 아닌, 죽음의 공포를 초월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직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바야시나 자살자들의 거주지에는 성경이 한권도 없었고, 도쓰가와는 그들이 정말 신자가 맞는지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신자들에게 성경이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일텐데 참 이상하긴 했습니다. 그들의 규범과 신념은 성경이 아닌 것일까? 이단이나 광신도의 냄새가 솔솔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죽음은 우리가 통상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 확률이 커지게 되네요. 불쾌한 배경, 이유가 나올 것 같은 직감, 다들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분신자살을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고바야시는 입을 다물고, 사건은 답보상태.

그 때 '아버지' 노미야마가 나타납니다. 딱 들어맞는 표현이 없어서 뉘앙스를 잘 살리지 못한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목사님이나 신부님을 지칭하는 명칭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듯한 노미야마.

그들의 자유의지와 자기희생이라는 숭고한 행위를 모욕하는 경찰에게 분개하는 노미야마 그리고 고바야시.

자신의 신념때문에 죽는 것이고 그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조만간 본인도 그들을 뒤따를 것이라고 합니다.



도쓰가와는 노미야마와 하느님의 왕국, 그리고 네 번째 여자가 분신한 '스페이스 79'라는 조립식 주택을 조사하게 되고,

주택 회사인 닛포 프리패브, 그 그룹사인 닛포 콘티넨털로 수사의 방향을 잡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약간의 놀라움을 느꼈는데, 이런 것이 과연 형사의 직감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형사들이 미제사건이나 힘든 사건들을 해결할 때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육감이라는 것이 발동한다고 하더라구요. 스페이스 79 - 닛포 프리패브 - 닛포 콘티넨털 - 닛포 자동차로 이어지는 도쓰가와와 오스기의 수사는 굉장히 놀라운 연결고리였고, 해결방향을 잡지 못하던 사건은 드디어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오래전 열두 사도는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목숨을 아꼈다면 지금의 기독교도 없을 겁니다."



자신을 희생하며 그들이 만들려고 한 하느님의 왕국. 그들의 왕국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어떤 것일까요?

그들이 진정 원하는 하느님의 왕국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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