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 도쿄, 불타오르다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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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와 함께 블루홀식스의 간판작가, 오승호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하지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이 신선헌 충격이었던 '하얀 충동'으로 처음 만났던 오승호 작가의 따끈따끈한 신작, '폭탄'을 소개합니다.

여기 '스즈키 다고사쿠'라는 49세의 남자가 있습니다.

술에 취해 주류 판매점 자판기를 발로 차고, 말리러 온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서에 연행되어 있습니다.

형사와 취조실이라는 공간에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어 전과자인가 싶었는데 전과자 데이터베이스에 잡히지 않습니다.

폭행에 대해 합의로 내보내려는 형사에게 돈이 없는 대신 자신의 좋은 '촉'으로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측해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이 무슨 황당한 사람인지.. 이상한 사람이라며 상대하지 않으려는 형사에게 스즈키가 말합니다.

"10시... 앞으로 5분 후면... 10시 정각. 아키하바라 쪽에서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겁니다."

10시, 땅의 울림이 느껴졌고 문득 고개를 돌리니 눈 앞에서 스즈키가 히죽히죽 웃고 있었습니다.

"...제 촉대로라면 지금부터 총 3회, 이 다음에는 한 시간 후에 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

남자의 정체도 동기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경찰은 11시 '도쿄돔 폭발'을 또 한 차례 겪게 되고,

더 이상의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됩니다.

폭탄이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언제 폭발하는지, 동기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스즈키를 심문해 보다 빠르게 이를 알아내야 합니다.

스즈키는 '아홉개의 꼬리'라는 스무고개를 시작하자고 형사들에게 제안합니다.

꽤 책이 두꺼운데 꽤나 수다스러운 스즈키를 보고 있자면 저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습니다.

뭔가 맥락도 없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는데,

형사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단서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죠.

네 번째 질문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하세베 유코'라는 인물.

명예롭지 못하게 경찰에서 퇴직했던 옛 동료였습니다.

스즈키는 왜 하필 하세베의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요?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4차원인지 모르겠는 스즈키의 대화는 따라가기에도 벅찼고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란 형사에게도 저에게도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스즈키에게 끌려가는 형사들처럼 저도 이야기에 끌려가던 중,

중반을 넘어가면서 '누군가 나를 욕망하는 것'을 바라는 스즈키의 대사를 본 순간 어렴풋이 스즈키의 목적의 파편을 잡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누군가에 대한 원한이라는 단순한 범행동기가 아니겠구나 하는 느낌이었죠.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던 많은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의 끝으로 나아가면서 사건과 서사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었고

감탄과 궁금증으로 후반부는 정말 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왜 2023년 미스터리 1위에 167회 나오키상 후보작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초반의 혼란스러움과 궁금증을 극복하고 후반부의 전율을 꼬옥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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