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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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같은 건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은 그저 옆에 있는 존재다."



16년 만에 찾은 하루노부시 다카쿠라 신사, 그리고 재활용품 가게 '달나라'.

10대 시절 끝자락의 기껏해야 1년 남짓한 짧은 시간을 보낸 곳을 다시 찾겠다는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류타는 '달나라'를 방문하게 된다.


16년 전 공원 맞은편 벤치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커터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 기도를 했던 한 여자.

피가 줄줄 흐르는 손목을 들고 다가와 미소지은 얼굴로 피에 젖은 커터칼을 내밀었던 유리코.

류타와 유리코의 첫 만남이었다. 류타 19세, 유리코 24세.


유리코가 자신과 '같은 부류'임을 느낀 류타는 궁금증을 가지고 그녀를 다시 만나러 가고, 그녀를 따라 야간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류타는 천재였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로, 삶에 큰 의미를 두지 못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소위 사회 부적응자였다.


유리코를 따라 진학한 야간 고등학교에서 류타의 인생을 바꾼 친구 다이고, 그리고 달나라를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사귀게 된 친구와 함께 심부름센터(도 겸하던) '달나라'에서 류타는 여러 사건을 접하고 해결하게 된다.

3층 베란다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자살한 유리코의 삼촌, 장수풍뎅이를 길러 파는 부업을 망친 다쓰노씨, 집 정원에 나타나 아들의 모습으로 둔갑하는 너구리를 확인해 달라는 노부인, 그림을 팔러 온 한 여자, 그리고 그 그림을 찾으러 왔다가 엄마와 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게 된 젊은 여자 등 다양한 사건이 '달나라'를 찾아오고 류타는 사건을 하나 둘 함께 해결하며 점차 변화하게 된다.


그 동네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11년 전의 일가족 살인사건.

류타가 이제껏 해결했던 사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11년 전 사건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사실 아무 연관없는 심부름센터 사건들을 읽으며 뭔가 뚝뚝 끊어진다고 생각했었다.

사건 하나하나가 단편처럼 재미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연결되는 완결성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다지 대단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책장은 술술 넘어갔는데

어느 순간 그 사건들과 사람들이 11년 전 '그' 사건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처음부터 사건들 간의 연결고리를 하나 둘씩 풀어가고 있었던 것.

감탄과 소름을 번갈아 느끼며 뒷 이야기가 궁금해 어느 순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우사미 마코토와 <밤의 소리를 듣다>, 작품과 작가가 놀랍다는 점을 느끼는 순간, 독서 희열은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한 부분이다.



11년 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 류타.

삶에 의미를 두지 못하고 가족도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했던 류타.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 가족, 사랑 그리고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


게다가 이 작품이 진정 대단하다고 느꼈던 점은, 미스터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류타의 성장 이야기이다.

<밤의 소리를 듣다>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놀라움도 대단하지만 사건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류타의 이야기가 의미가 있다.

우리도 각자 다른 면에서 또 크고 작게 류타의 모습과 고민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미스터리라는 외피 속에서 어쩌면 나일수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우사미 마코토의 <밤의 소리를 듣다>.

잔잔하면서도 완벽한 류타의 이야기, 이 책을 모든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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