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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ㅣ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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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식스의 따끈따끈한 신작, <방주>.
고단샤에서 2022년 9월에 출간되었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본격미스터리 10',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등 미스터리 관련해 수상할 수 있는 왠만한 상에는 다 들어갔을 정도의 수작입니다.
게다가 엄청난 몰입감과 반전의 반전을 선사하는 탁월한 재미까지!!
이렇게 핫한 책을 발굴해 출간한 출판사 블루홀식스.
신간 발굴에 정말 탁월한 선구안을 가진 출판사라고 항상 감탄하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간을 집어들고 있습니다.
<방주>의 저자 유키 하루오는 2019년 데뷔한 신예작가로, 3번째 작품이자 첫번째 현대물인 <방주>에서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주었네요. '미친 반전'이라는 용어가 정말로 무색하지 않은 <방주>의 결말입니다.
슈이치와 대학 동창 5명(+슈이치의 사촌형 쇼타로). 2년 만에 동창회를 하게 된 7명은 별장 근처 산속의 지하 건축물에 가보자는 유야의 제안으로 산에 들어가게 되고 시간이 늦어져 지하에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산을 헤매다 합류하게 된 3인 가족도 지하 건축물로 오게 되어 총 10명의 남녀가 함께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하루동안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방주>는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출입구 하나와 비상구가 있습니다. 이 두 군데로만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죠.
출입구가 지진 때문에 큰 돌로 막혀버리게 됩니다. 사람의 힘으로 돌을 치울 수 없습니다. 비상구가 하나 있지만 침수로 사실상 막힌 상태라 사용 불가. 출입구를 막은 돌을 치우려면 닻감개를 돌려 바위를 떨어뜨리면 되는데, 바위를 움직여 출입구를 열면 그 바위가 닻감개가 있는 방을 막아버립니다. 즉, 닻감개를 돌리는 사람은 방에 갇혀 탈출하지 못하게 되어 버리는거죠.
앞도 뒤도 꽉 막혀버린 설상가상의 상황. 게다가 비상구를 막아버린 침수는 점점 더 심해져 <방주>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일주일. 그 안에 탈출하지 않으면 다 죽게 됩니다.
커다란 밀실에 갇혀 버린 이들이 이 곳을 탈출하기 위해선 한 명이 목숨을 희생해야 합니다.
누구더러 감히 나머지를 위해 목숨을 걸고 희생하라고 해야 할까요? 누구도 타인을 선뜻 지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희생?? 어느 누구도 죽기는 싫습니다.
<방주>는 점점 물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일주일 내에 '한 명'을 결정해야 합니다.
소강 상태의 <방주>에서 첫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희생할 한 명은 범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범인을 잘못 지목하게 되면 그들은 모두 살인자가 되어 버리는 상황. 게다가 범인을 찾더라도 기꺼이 희생하리란 보장도 없죠.
서로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던 중 두 번째 살인사건이 또 발생합니다.
대체 범인은 왜 이런 상황에서 살인을 하는 것일까요? 범인 자신도 도망갈 수 없고 서로의 견제로 증거 인멸이나 목격자의 출연 등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을 상황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두 번째 살인은 범인의 잔혹함과 결단력을 보여주어 사람들을 더욱 섬뜩하게 합니다.
<방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독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비록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를 사적으로 단죄할 권한이 타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방주>는 긴박감도 있고 트릭도 좋고, 참 잘 쓰여진 짜임새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큰 거 한 방을 더 준비해 놓았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기도 바쁜데 트롤리 딜레마도 고민하고 있던 독자들.
작가의 반전은 이 책을 끝까지 순서대로 읽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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