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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평점 :

저는 책을 읽기 전에 책의 띄지를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출판사가 심혈을 기울인 마케팅의 집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 책은 '루팡의 딸 작가인 요코제키 다이의 데퓌 10주년 기념작,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 대반전의 미스터리'라는 문구 외에도 '정당한 복수인가, 비열한 범죄인가'라는 문구가 저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했습니다.
스토킹 범죄는 꽤 오래전부터 그 형태와 강도의 차이를 두고 꾸준히 있어 왔던 범죄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신당역 사건 외에도, 일본에서도 20여 년 전에 꽤 충격적인 스토킹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악연'이라는 제목부터가 최악의 인연을 직관적으로 연상시키는 이 책은, 스토킹 살인사건의 재검증을 통해 비극적인 연결고리, 그들간의 악연을 더듬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2017년 어느 날, 시청 공무원 구라타 유미는 근무 중 어떤 남자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동거하다가 돈을 훔쳐서 집을 나갔다는 여자친구의 새로운 주소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남자. 개인정보이므로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며 전화를 끊으려 하자 당신 이름 기억해 뒀으니 끊어도 소용없다고 반 협박을 하며 전화도 끊지 못하게 합니다. 남자의 유도심문에 걸려들어 '바바 히토미'의 주소를 묵시적으로 흘려버렸고, 찜찜함을 느꼈지만 그대로 넘겨 버립니다. 얼마 뒤 히토미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를 통해 히토미가 생전에 스토킹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사건으로부터 3년이 지난 2020년, 그 사건으로 인해 시청을 그만 두고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구라타 유미에게 호시야라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살해당한 '바바 히토미'는 오기쿠보 히토미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지하 아이돌 그룹 주오선 방위대의 멤버였습니다. 히토미의 팬이었다는 오타쿠 호시야는 유미에게 '그' 사건의 재검증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호시야는 히토미가 죽기 전에 상담하고 싶다는 DM을 받았었고 그 부분이 계속 찜찜합니다. 세상사람들은 사건이 다 해결됐다고 여기지만, 그들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른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그 날 카페에는 당시 사건 담당 형사였던 겐다, 그리고 히토미의 팬클럽의 중심이었던 구마다, 다와다, 미나미노가 옵저버로 합류합니다.
살인사건으로부터 3년이 지났음에도 범인으로 체포된 남자에 대한 재판이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 호시야는 히토미 외에도 체포된 남자와 유미까지 총 3명이 이 사건의 희생자라고 말합니다. 진범의 설계는 히토미 뿐 아니라 3명 전부를 희생시키는 내용이었다는 충격적인 호시야의 발언에 카페에 모인 모두 충격을 받습니다. 진범은 왜 3명 전부를 어떤 이유에서 망치려 했을까요?
2020년, 2017년 그리고 2011년의 시점을 넘나드는 서술이지만 소제목에 해당 년도가 쓰여 있어서 혼란스럽지는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진범의 동기가 약간 허망하다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뭐 원래 현실의 사건들이 굉장히 사소한 계기로부터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진범에 대한 호시야의 마지막 복수, 진범은 얼마나 진실을 궁금해 했을까요? 진정한 복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