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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가운 일상 ㅣ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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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이라기엔 너무도 구성과 완성도가 훌륭했던, 12개의 단편으로 짜여진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함께 출간된 <나의 차가운 일상>.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무언가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설정의 글들이 있었다면 '나의 차가운 일상'은 와카타케 나나미를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친숙한 하드보일드 풍의 작품입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에서 독자들이 보았듯이 1990년 4월부터 1991년 3월까지 사내보를 열심히 만들고 있던 와카타케 나나미는 1991년 어느 날, 기억하기도 싫은 이유로 4년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하코네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게 됩니다. 기차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이치노세 다에코라는 여자. 그녀와 와카타케는 하루 동안의 (우정이라 하기엔 애매한) 인연을 만들게 됩니다. 그 만남이 있은 날로부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와카타케는 이치노세로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자는 전화를 받게 되고, 이치노세는 "회사에 관찰자, 실행자, 지배자가 있다"는 말을 기억하라는 수수께끼와 같은 말을 남깁니다. 다른 약속을 잡다가 그녀와의 약속이 떠오른 와카타케는 이치노세에게 전화를 하고 그녀가 자살미수로 인공호흡기를 단 채 입원해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멍하니 전화를 끊고 집에 와 보니 이치노세로부터 "수기"라고 쓰여진 우편물을 받게 됩니다.
병원에 가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친구'를 보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나. 내 앞으로 배달된 수기의 임자를 발견하고 그녀를 그렇게 마든 범인을 찾아내기로 결심한 나는 그녀가 다니던 회사에 취업하게 됩니다. 나는 그녀의 회사에 있는 '관찰자, 지배자, 실행자' 그리고 이 수기를 썼을 남자를 찾아내야 합니다.
나의 새로운 회사생활과 수기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는데 수기의 화자인 소년은 개구리를 여러 번 내던져 죽음에 이르게 하고, 할아버지가 마시는 찻잎 깡통에 담배 가루를 섞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어머니의 이쑤시개통에 협죽도를 깎아 만든 이쑤시개를 여러 개 끼워 넣어 어머니를 토하게 만드는 등 싸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너무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충격적이었는데, 이 수기의 내용이 과연 나의 이야기와 어떤 연관관계로 이어질지 읽는 내내 매우 궁금했습니다.
결국 만나게 된 나와 수기의 남자. 나는 그가 수기를 남자임을 확인하였고 그 남자는 나의 이름을 물어봅니다. 여기서 반전 한 번이 있으면서 2부로 넘어가게 되는데, 1부의 마지막의 반전에서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후 2부에서도 또 놀라울 사실들이 밝혀지는데요,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을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는데, 왜 유명한 작가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꼭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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