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에게든 데뷔작은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독특한 소재와 문체로 문단을 놀라게 할 수도 있지만 후에 뒤돌아보면 신산한 미숙함이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와카타케 나나미가 1991년 발표한 데뷔작으로 3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손색없는,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라운 작품이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중견 건설회사의 총무부 소속으로, 사내보 발간을 맡게 됩니다. 기간은 1년, 12개의 사내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소설을 선배에게 의뢰하게 됩니다. 선배는 자신의 지인을 소개시켜 주는데 이 지인은 익명으로 연재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익명 소설가의 단편이 한 달에 한 번씩 실리게 됩니다.
4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계절와 이벤트에 맞는 단편들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4월은 벚꽃, 10월은 가을, 12월은 크리스마스, 1월은 정월, 2월은 밸런타인, 3월은 봄과 제비... 가볍고 우스운 글부터 으스스한 글까지 익명의 작가의 단편은 매 월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는데요, 어떤 작품은 1인칭, 어떤 작품은 3인칭을 넘나드는데 읽다 보면 공통적인 등장인물이 언뜻언뜻 보인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 단편들은 연작인가 아닌가... 단순한 단편 12개인가 아니면 뭔가 하나로 연결되는 장편인가...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구성은 마지막 특집호의 편집후기의 와카타케의 추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나 싶었는데 이게 끝은 아니었네요 ㅎㅎ
와카타케는 12개의 사내보가 끝나면서 익명의 작가를 드디어 만나게 되고, 단편들을 읽으며 느꼈단 미묘한 어긋남을 예리하게 잡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의 추리를 익명의 작가 '헨리'에게 설명하게 됩니다. 헨리는 그녀의 예리함에 놀라지만 어떤 부분에서 삐끗한 예측은 사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게 되지요. 친절하게도 와카타케 작가는 마지막 편지를 통해 헨리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헨리의 의도 그리고 와카타케가 느꼈으나 맨 마지막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던 진실의 실마리는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는 독자들에게 기이한 전율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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