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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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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은 책 읽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정도로 일본에서 유명한 상인데. 일본 대중소설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높은 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류>는 2015년 제 153회 나오키 상 수상작으로, 이 외에도 다양한 상을 수상한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대만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일본으로 건너온 이력의 소유자로, 아홉 살이라면 충분히 대만이라는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받을 만한 나이대라고 생각이 된다. 책으로 읽거나 잠시 머문 경험으로는 이렇게 생생한 묘사와 느낌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만큼, 1950~70년대의 중국과 대만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생생하고 탄탄한 느낌을 받았다.
1943년 비적 예준린은 무고한 백성 56명을 학살했다는 비석의 비문을 사진에 담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프롤로그. 아버지는 내가 그 산둥성 가까이에 가선 안된다고 잔소리 했었다. 네 할아버지는 거기서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나는 그 예준린의 손자였다.
할아버지 예준린은 나 예치우성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975년, 쟝제스 총통이 서거한 한 달 뒤에 자신의 포목점 욕조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경찰은 할아버지 가게를 조사했으나 의심스러운 지문 하나 채취하지 못했고, 욕조에서 익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절도 가능성은 배제되었으나 폭행을 당한 흔적도 없었기에 원한에 의한 범행을 의심하며 주변을 탐문하는 경찰. 그 과정에서 일본군 간첩이었던 왕커창의 이름이 나오게 되고, 할아버지가 동료와 함께 왕커창 일가를 죽였던 것. 할아버지의 죽음은 예치우성의 청년기에 큰 영향을 드리우게 된다.
<류>는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해보는 재미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는 소설이다. 범인이 누구일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예준린과 예치우성의 가족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할아버지의 두 번 째 아내였던 할머니, 학교 선생이면서 아들에게 채찍으로 체벌을 일삼는 큰 아들, 빚 투성이에 게으르고 입만 열면 허풍이 심한 둘째 아들, 대학출신의 엘리트 편집장 딸, 그리고 선원으로 세계를 누비는 양자까지...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예치우성의 10대와 20대의 청춘, 사랑, 그리고 할아버지 사망의 범인을 찾게 되는 여정까지 한 편의 대하 드라마를 쭈욱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중국과 일본, 중국과 대만의 전쟁과 갈등의 역사와 함께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의 비극을 미스터리에 녹여 너무도 자연스럽게 써내려간 소설, 서로 미워할 수밖에 없는 사이였지만 결국 애증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관계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었다.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반전은 필수! 예치우성을 당혹케 하는 범인의 정체, 그리고 그의 행동의 이유를 추리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가볍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았던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소설 <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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