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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오해
E, Crystal 지음 / 시코(C Co.) / 2020년 4월
평점 :
감각적인 표지 그림이 인상적인 '비밀과 오해'. 작가가 표지와 삽화를 모두 그렸다고 하는데, 과연 책을 읽으면서 삽화와 책 내용이 참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제목 그대로 '비밀'과 '오해'에 대한 이야기인데, 각각 5살 터울인 세 자매 세주, 유주, 비주의 이야기를 각기 보여주면서 그들의 비밀과 오해가 시작된 5년 전의 그 사건으로 좁혀 들어갑니다. 세주는 5년전 결혼 전날인 4월 5일에 약혼자 형석을 잃습니다. 형석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하며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겼는데, 세 자매는 형석이 투신자살하던 그 현장의 각기 다른 위치에서 서로를 마주칩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각자 목격했던 단편적인 장면과 대화만으로 그 상황을 유추할 수밖에 없었던 세 자매. 결국 각자의 비밀을 감추고 또 상대방의 비밀을 추리하면서 의심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진실이 두려워 서로 이야기하는 걸 피하고 결국은 각자 따로 나와 살게 되버립니다.
그 사건으로부터 5년 후, 세주는 32세, 유주는 27세, 비주는 22세가 되었습니다. 그녀들에 곁에는 각각 25세 승현, 30세 진우, 35세 동욱이 있네요.(나이를 일부러 거꾸로 배치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비주와 동욱의 경우는 '그' 사건과의 복선으로 느껴지게끔 하려는 작가님의 의도? ㅎㅎ) 그 사건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 자매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형석의 엄마는 세주가 형석을 잊고 자기만 편하게 살아가려 한다고 비난하며 자꾸 연락을 하고 있고, 5년 전 사건 외에도 자매에게는 17년전의 엄마와 아빠의 사건도 얽혀 셋의 관계가 매우 단순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세 자매 중에서 세주가 가장 애잔하더라구요... 형석과의 결혼을 결심한 계기, 형석의 자살로 받은 상처, 자살 현장에서 만난 동생들로 인해 감수해야 했던 과거, 또 새로운 남자 승현으로 인해 받게 된 상처들... 인생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유독 더 힘든 사람들이 있을텐데, 이 책의 세주가 특히 그런 것 같았습니다. 결국 세 자매의 갈등이 터져버리는 장면에서는, 진실이란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인데 그들의 괴로웠던 5년을 더욱 괴롭게 만든 '오해', '믿음의 부족'이 안타까웠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듯 하여 생략합니다. 여기까지도 굉~장히 돌려 쓰느라 힘드네요 ㅎㅎ)
다소 열린 결말로 끝나 보이는 이 책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세 자매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저는 그 것만으로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책이지만 굉장히 가독성이 좋아서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어버렸습니다. 작가님의 전작도 궁금하네요.